[바닥잃은 유가 시대] ②'파산 사태' 소기업들 vs '연말에 기대' 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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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잃은 유가 시대] ②'파산 사태' 소기업들 vs '연말에 기대' 메이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5.03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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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 순익 급감해도 배당은 지속
메이저 배당 삭감 고민하지만 소기업은 생존 위협에 몰려
메이저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저유가시대 버티는 힘 지녀
경제 회복 예상 4분기엔 석유공급 부족도 예상도...지금이 수요 바닥
BP. 사진=연합뉴스
BP.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실적 발표 시즌에 접어들면서 석유 기업들 역시 1분기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유가 수준에 따라 이익이 좌우되는 석유기업들은 충격적인 1분기 성적표를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주목할만한 것은 석유 메이저라 불리는 대형 석유기업들이다.

일부 소형 석유기업들은 저유가를 버티지 못하고 파산 절차에 돌입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가 비교적 다양한 석유메이저들은 그나마 버텨내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경제 재개와 함께 수요가 개선되면서 유가가 상승할 경우 석유 메이저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순익 67% 급감한 BP..그래도 배당은 한다

지난 28일(현지시각) BP는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24억달러에서 올해 8억달러로 67% 급감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에서는 9억8700만 달러를 예상했으나 전망치를 하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P는 주당 10.5센트의 분기 배당을 약속했다. 

BP의 부채는 1분기 514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60억달러 늘었으며, 부채비율은 36%로 높아졌다. 

브레윈 돌핀의 스튜어트 라몬트 투자담당자는 CNBC에 이메일을 통해 "BP가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업체들에게 있어서 배당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 2위 석유업체인 셰브론은 지난달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더라도 배당금은 줄이지 않겠다"고 밝힐 정도였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난 10년간 석유업체들은 주주 배당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자산을 매각하거나 새로운 부채를 떠안는 방식으로 배당을 유지해왔다"며 "이같은 10년간의 관행은 최근의 위기 속에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로열더치쉘은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배당을 삭감했다. 30일 실적을 발표한 로열더치쉘의 벤 반 뷰르덴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위기로 올해 1분기(1~3월) 순이익이 46% 줄었으며 경영 악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재무 구조를 관리하기 위해 이사회는 지난해 말 1주당 0.47달러 수준이던 배당금을 올해 1분기 0.16달러로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당금 삭감률은 66%에 달한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노르웨이의 국영석유회사인 에퀴노르 역시 1분기 배당금을 67% 삭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주당 0.27달러에서 0.09달러로 줄인 것.

PVM의 타마스 바가 수석 연구원은 "다른 거대 석유업체들이 배당금 삭감 추세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프랑스의 토탈은 1일 실적 발표를 통해 배당 정책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셰브런과 엑손모빌 역시 1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엑손모빌의 경우 지난해 자산매각을 통해 5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37억달러 확보에 그쳐 현금 흐름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열더치쉘 역시 지난 몇 주동안 200억달러의 부채가 발생한 바 있다. 

WTI 가격 추이. (단위: 배럴당 달러)
WTI 가격 추이. (단위: 배럴당 달러)

소규모 회사들에게는 생존 위협

유가 급락은 메이저 기업들의 부채를 늘리고, 배당을 삭감할지 여부를 고민하게 만들었으나 소규모 석유회사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타격이 되고 있다. 

이달 초 셰일업체인 화이팅 페트롤리엄(Whiting Petroleum)이 파산보호신청을 한 데 이어 지난 26일에는 미국의 원유 시추업체인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 역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 기업이 휴스턴 파산법원에 제출한 자료의 파산보호 신청 이유에는 "산업환경이 최근 몇 달 새 급격히 악화됐다"고 명시됐다. 다이아몬드 오프쇼어는 자산 58억달러에 부채 26억달러 수준으로, 약 2500명의 직원을 거느린 소규모 기업이다. 

토드 로젠블루트 CFRA 리서치의 선임 이사는 "다이아몬드 오프쇼어의 파산 신청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부채가 많은 소규모 석유회사들은 유가 붕괴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석유 메이저들의 경우 오늘날 유가 변동성 속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석유 메이저들의 경우 업스트림은 물론 광범위한 다운스트림 사업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원유 시추 회사들처럼 100% 에너지 가격에 의존하지는 않는다는 것. 업스트림이란 석유 및 가스 생산, 추출 등 '생산자'에 보다 가깝고, 다운스트림은 이를 가공하고 상품화하는, 즉 '소비자'와 더 가까운 부문이다. 다운스트림 부문은 유가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마진을 유지할 수 있다.

엑손모빌을 비롯한 통합 석유 메이저들의 경우 정유를 비롯해 화학제품, 파이프라인 등 다양한 사업을 갖추고 있고, 이같은 다양성이 현 시점에서는 큰 장점이 된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대부분의 석유 메이저들은 정유와 소매업 등 다운스트림에 의존하면서 업스트림으로부터의 수익 악화 영향을 상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재개 이어지면 올해 4분기 공급부족 일어날 것

다운스트림에 의존하면서 저유가를 버티고 있는 석유 메이저들은 유가가 반등할 경우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제 재개에 나서는 국가들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말에는 오히려 공급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내놨다. 

UBS는 경제가 재개되면서 석유 수요가 살아날 경우 올해 4분기에는 오히려 공급부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크 해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 4분기에는 석유 시장이 공급부족 상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말까지 115% 올라 배럴당 43달러 수준에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바트레이드의 나임 아슬람 역시 "미 셰일기업들의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이는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의 수급 상황이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수요 측면에서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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