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외국인…기다리면 국내 증시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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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외국인…기다리면 국내 증시로 돌아올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28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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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하루 만에 순매도 전환
대외의존도 높은 경제 특성 탓
코로나19‧유가 불확실성 완화돼야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주요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확대 정책에도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는 끝나지 않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전세계 코로나19 사태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화 강세와 국제유가 급락도 외국인 귀환을 막는 요소다. 일각에선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271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전일 6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으나 하루 만에 ‘팔자’로 다시 돌아선 것이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달 5일 이후 이달 16일까지 3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간 바 있다. 33거래일 매도 우위 흐름을 보였던 2008년 6월 9일부터 7월 23일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매도세다. 28일까지 보면 38거래일 중 17일과 27일을 제외한 36거래일간 순매도를 기록, 이 기간 15조9482억원을 팔아치웠다. 주간 기준으로 보면 11주 연속 순매도다.

◆ 완화적 통화정책…유동성 장세 기대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 코스피가 반등하는 국면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수는 종가 기준 지난달 19일 1457.94까지 하락한 뒤 28일(1934.09)까지 32.7%나 올랐다. 외국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를 개인투자자들이 메운 덕분이다. ‘동학개미운동’이라 일컬어지는 주식 투자 열풍 속에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5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14조371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이 쏟아낸 매물을 개인투자자들이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시장에선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7.8%에 달한다.

외국인의 실탄은 이미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친 만큼 유동성 장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춘 한편 국채‧주택저당증권(MBS) 매입 한도를 없앤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QE)에 나섰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 들어 연준의 통화정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7.4%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15.2%)를 대폭 웃도는 수준이다. 향후 발표할 통화정책 규모도 GDP의 13.9%에 달한다.

일본은행(BOJ) 또한 지난 27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채 매입에 상한을 두지 않는 한편 사채‧기업어음(CP) 규모를 확대키로 했다. 오는 30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양적완화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신흥국 코로나19 확산…투자심리 위축

그럼에도 외국인의 발길이 주춤하는 건 전세계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불안감 때문으로 보인다. 일별 신규 확진자 수가 10명 내외로 줄어든 한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 국가의 경우 여전히 수천명을 웃돌고 있다. 확산세가 둔화됐다 하더라도 아직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하기는 이른 셈이다.

투자자들로서는 향후 경제지표와 기업이익에 대한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브라질‧러시아 등 일부 신흥국에서 확진자 수 증가세가 가파른 점도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 상 전세계 코로나19 사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14일 한국의 올해 GDP 증가율 전망치를 마이너스(-)1.2%로 제시하면서 “글로벌 수요 부진이 성장 전망을 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높은 경제 특성 상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면 유동성을 등에 업은 외국인이 국내증시로 돌아온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글로벌 경제활동이 재개된다면 한국 기업이익 또한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외국인 입장에서 국내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을 위해서는 ‘강(强) 달러’ 현상이 완화되고 국제유가 변동성도 누그러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국내증시의 매력도가 낮아진다. 유가 급락은 미국‧유럽‧중동계 자금의 한국 이탈을 부추기는 한편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를 높이면서 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성향을 키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이후 국내증시 외국인 매매 동향을 보면 달러 약세와 국제유가 반등, 기업이익 저점 탈피 등이 나타났을 때 순매수로 전환했다”며 “국내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려면 기업이익이 개선되는 한편 달러 대비 아시아통화 가치 강세를 보이고 유가가 반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외국인 자금 유출 장기화할 수도

반면 장기적인 시각에서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경제 상황이나 국내증시 방향성과는 별개로 외국인이 계속해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는 분석이다. 이럴 때는 유동성 효과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1920년대 대공황 전 글로벌 금융시장을 주도했던 영국계 자금이 미국 주식‧채권의 비중을 줄였던 사례가 있다. 이 때만해도 미국증시는 강세장이었다. 하지만 영국계 투자신탁 입장에선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동성이 필요해진 데다 유럽 내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 투자 비중을 축소해야 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유동성과는 무관하게 현재 확인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외국인 자금이 계속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며 “문제가 없더라도 자국 내 달러화 수요 등의 상황으로 신흥국 투자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려는 변화가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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