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실화가 주는 생생한 감동..."전국 우승" 삼례여중 축구부 ‘슈팅 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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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실화가 주는 생생한 감동..."전국 우승" 삼례여중 축구부 ‘슈팅 걸스”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4.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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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 이후 오랫만에 개봉되는 여성 스포츠영화 '슈팅걸스' 시사회
열세명에 불과한 선수단, 전국대회 '우승 실화' 영화화
'유아독존' 각본 맡았던 배효민 감독...5월6일 개봉예정
삼례여중 축구부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 '슈팅걸스'
삼례여중 축구부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 '슈팅걸스'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키워드 : 여성, 스포츠, 실화. 먼저 영화 '우생순'이 떠오른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과거 올림픽 주역이었던 여자핸드볼 선수들이 다시 뭉쳐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고군분투의 과정을 그린 임순례 감독의 영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명승부를 펼쳤던 여자핸드볼 선수들의 실화를 그렸다. 400만 관객을 기록한 이 영화는 국내 첫 여성 스포츠 영화이자 세계 최초의 핸드볼 영화로 기록됐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인도 소녀의 고군분투를 경쾌하게 그린 코미디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과 국제대회에서 첫 메달을 딴 인도의 여성 레슬러 자매의 실화를 그린 '당갈'도 많은 호평을 받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라라걸’은 멜버른 컵에서 여성 최초로 우승을 한 여성 기수 미셸 페인의 실화를 다뤘다. 

남성, 승리, 도전, 우승. 스포츠와 연관되어 떠오르는 단어들. 하지만 여성 스포츠 영화가 점차 늘고있다. 다시 한번 여성, 스포츠, 실화를 키워드로 만들어진 영화 '슈팅걸스'는 앳된 얼굴의 10대 여중생들이 주인공이다. 열세명에 불과한 선수단 구성으로 우승 신화를 일궈낸 삼례여중 축구부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는 실화가 주는 묵직한 울림으로 코로나19로 지친 우리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지난 23일 용산CGV에서 열린 '슈팅 걸스' 영화 시사회를 다녀왔다.

결손 가정,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축구에서 희망을 찾다. 사진=네이버영화
결손 가정,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슈팅 걸스' 주인공들. 축구에서 희망을 찾는다. 사진=네이버영화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축구가 그들을 보듬다

전라북도 완주군의 작은 시골마을. 삼례여중 축구부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발전과 지역 체육발전을 위해 창단된 팀이다. 그러나 이런 거창한 목표에 비해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아이들 대부분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변변한 축구화도 없고 인조 잔디가 깔리지 않은 맨땅에서 훈련해야만 했다. 결손가정과 다문화 가정의 자녀로 구성된 아이들에게 브랜드 축구화는 꿈도 꾸지 못한다.

삼례여중 축구부에 부임한 김수철 감독(정웅인 분). 한때는 촉망받는 선수였으나 자신의 경기를 보러오던 중 교통사고로 부인을 잃고 딸 마저 큰 부상을 당하자 축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 된다. 하지만 딸의 치료비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시골 여중 축구부에 부임해 축구부 삼총사 윤아(이비안 분), 선희(정예진 분), 민정(정지혜 분)을 지도한다. 축구에 대한 애정이 식은 김 감독은 아이들에게도 우승에 연연하지 말고 그저 즐기라고 무책임하게 말한다. 그때문일까 축구부는 경기에 나갈 때마다 번번히 패배하고 만다. 

학교의 지원도 넉넉하지 않은데다 축구할 시간에 공부를 하라는 집안의 만류로 힘들어하는 아이들. 게다가 선수단을 지원하던 유일한 후원자인 나진 아빠(김동균 분)는 자신의 딸 나진(정하진 분)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옆 학교로 전학을 보내버린다.

하지만 아이들의 축구 열정에 점차 마음이 열리는 김 감독. 선수들을 추스려 다시 한번 축구에 애정을 쏟는다. 선수들도 감독의 지휘 아래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다. 부상을 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주변의 무관심과 편견에 맞선 아이들은 전국 대회에서 리그전 3회와 토너먼트 3회의 경기를 치르며 당당히 결승에 올랐다. 마침내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상대팀을 2 대 1로 누르고 창단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윤아, 선희, 민정 그리고 김수철 감독. 그들의 승리는 이제 시작일 뿐, 승리의 레이스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배효민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 맡은 영화 '슈팅걸스'. 사진=네이버영화
배효민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 맡은 영화 '슈팅걸스'. 사진=네이버영화

10년을 기다린 영화...2017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공식 추천작

지난 2월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오스카 각본상을 공동수상했던 한지원 작가의 ‘충무로’ 소감이 다시 떠올랐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엔 충무로가 있다. 내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스토리텔러와 필름메이커와 이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

'슈팅걸스'의 연출을 맡은 배효민 감독은 개봉때까지 영화를 준비한 기간이 무려 10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배감독은 처음 삼례예중 뉴스를 접했을 때 과연 열 세명의 선수로 우승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 직접 학교를 방문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은 삼례여중의 정태정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는 것을 알게 됐고 열정 넘치는 지도자 김수철 감독이 사랑으로 지도했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들을 만나고 돌아와 배 감독은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영화 속 경기 장면 촬영을 위해 합숙 훈련을 진행했으며 배우들의 축구 지도는 김수철 감독이 직접 맡았다. 골키퍼 역할의 정예진은 리듬체조 선수 경험으로 몸을 날리는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 제작은 2015년 1월에 시작, 전라북도의 4계절을 담아 2016년 1월에 마쳤다. 

이렇게 제작된 '슈팅 걸스'는 2017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공식 추천작이었지만 바로 개봉되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대형작들이 개봉을 줄줄이 연기하는 바람에 기회를 갖게 됐다고. 역설적으로 코로나19가 이들에게는 행운을 가져다 준 셈이다. 

배 감독은 "불가능을 현실로 보여주었던 점을 알리고 싶었다. (삼례여중의 우승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여중생들이 만들어낸 기적적인 사건"이라면서 "화려하지 않지만 이미 그자체로 빛을 내는 슈팅 걸스의 따뜻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영화가 단순히 스포츠 영화가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축구는 인기종목이지만 여성축구는 비인기 종목이라던가. 비인기 종목에 땀과 눈물을 쏟은 아이들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 ‘슈팅걸스’는 오는 5월 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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