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 한국에도 덮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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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위기, 한국에도 덮칠수 있다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11.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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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이코노미스트誌 “신흥국 위기 닥칠 것” 예고…SG도 경고

 

1996년 8월 런던에서 발행되는 경제전문잡지 「이코노미스트」는 동아시아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지적했다.

 

“최근 동아시아 ‘호랑이들’의 경제가 전반적으로 수출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매우 큰 폭으로 확대되는 등 휘청거리고 있다. 서울에서 자카르타에 걸친 정치 불안은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정치적 혼란 때문에 태국,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 통화는 금년 들어 투기자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외국투자자들은 1994년말에 있은 멕시코 페소화 위기가 동아시아에서도 재연되는 것이 아닌지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최소한 지금까지 동아시아 개도국이 누려온 기적의 시대는 끝났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 있은지 1년이 지난 1997년 7월초 태국 바트화가 폭락하며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그해 겨울 한국도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내밀어 이른바 외환위기가 닥쳐왔다.

 

이번에 또다시 「이코노미스트」가 신흥국(emerging market)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언성 보도를 했다. 제목은 ‘끝나지 않은 스토리(The never-ending story)’. 이 잡지의 분석력은 깊고 통찰력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았다. 따라서 우리는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국면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거시경제 운용과 기업 경영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 이코노미스트지가 신흥국 위기를 예측하면서 그린 삽화. 이 잡지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 유럽 위기에 이어 3단계로 신흥국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의 골자는 이렇다. 세계 금융위기가 3부작으로 전개되는데, 1단계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거품 붕괴가 전개됐고, 2단계는 2000년 그리스의 파산 위기로 유럽이 휘청거렸고, 이제 3단계 위기가 전개될 직전에 있다는 것. 그 3단계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신흥국에서 발생한다고 이 잡지는 예측했다.

 

세 번의 위기는 공통적으로 저렴한 돈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경제주체들이 흥청망청 쓰는 쾌락의 과정을 겪었다. 미국은 아시아인들이 저축한 돈을 빨아들여 국민들에게 값싸게 집을 제공하다가 위기를 겪었다. 그리스나 아일랜드가 유럽 통합으로 자본 이동의 경계선이 없어지면서 검약한 독일인의 자본을 마구 가져다 쓰면서 위기에 빠졌다.

이번엔 미국과 유럽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제로 금리의 값싼 자금이 넘쳐나고, 이 돈이 중국이나 신흥국들에 흘러갔다. 신흥국의 민간 부채 비율은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50%였지만, 최근엔 195%로 껑충 뛰었다. 기업 부채도 이 기간에 GDP의 50%에서 75%로 상승했다. 중국의 부채비율은 지난 4년동안 GDP의 50% 포인트 상승했다. 아시아인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흘러들어온 돈을 써댔다. 부동산과 주식을 사고, 그 자산의 거품이 꺼지면서 이번엔 명화, 명품, 귀금속으로 번져갔다.

 

그러나 이젠 그 붐이 끝나 가고 있다. 중국의 저성장, 상품 가격 하락은 신흥국을 어렵게 하고,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으로 더 이상 값싼 자금을 해외에서 끌어오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신흥국들은 빚으로 잔치를 벌였던 호황은 끝나고, 이젠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돈줄이 마르면 대출자는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데 급급하고, 남의 돈으로 흥청거렸던 차입쟈들은 소비를 멈추게 된다. 서브프라임 위기나, 유럽의 위기에서 보듯, 이제 신흥국들에겐 금융위기나 경기침체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위기를 피하더라도 고성장의 시대를 보내고,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민간부채 비율 증가율이 GDP의 20%를 넘을 경우 부채가 최고점에 달한 이후 3년간 GDP 성장률이 3% 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도 있다. 서브프라임 위기, 유럽 위기에서 이 규칙이 적용됐다.

투자은행 JP 모건이 IMF와 BIS의 자료를 토대로 한 분석한 통계에서 민간분야 부채비율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가장 높고 한국과 중국은 GDP의 200%대로 상위권에 속해있다. 한국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제자본이 빠져나가고 부채로 인한 위기가 닥쳐올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든든한 외화보유액을 확보하고 있어 위기를 지연시키고 있지만,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와는 별도로 프랑스계 투자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도 최근 보고서를 내고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과 함께 원자재 가격에 의존하는 중국과 다른 신흥국들이 '잃어버린 십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SG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은 30%로, 중국과 다른 신흥국들이 잃어버린 10년에 진입할 가능성은 40%로 예상했다.

SG는 최근 두 번째 보고서를 내고, 차트상 중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이전에 겪은 모습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한국의 경제 사령탑도 위기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 조찬간담회에서 "최근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했지만 현재로서는 12월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신흥국의 민간부채로 국제적인 금융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신흥국 부채가 위기로 낳을 시기를 언제쯤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시기가) 머지않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제 둔화가 맞물리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며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본이 유출될 개연성을 거론했다.

그는 "일부 취약한 신흥국의 재정 상황 등을 볼 때 금융 불균형이 일어날 여건은 상당히 성숙돼 있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에서 취약점으로는 "단기적 리스크(위험)로 글로벌 여건에 따른 성장세 하방압력과 일각에서 제기하는 저유가로 인한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는 신흥국 위기 가능성을 제기하는 외국의 보고서를 읽은 것 같다. 미리 알고 대비하면 금융위기를 피할수 있다. 심장병 쇼크와 같은 위기를 피하더라도 한국경제는 과도한 부채를 털지 않으면 저성장의 만성질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이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고, 아울러 잠재성장력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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