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경 칼럼] 경기 부양이 아닌 '구제 정책'이 필요하다
상태바
[유승경 칼럼] 경기 부양이 아닌 '구제 정책'이 필요하다
  •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 승인 2020.04.27 08:4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때이른 경기부양책, 방역 성공에 따른 안일한 경제인식 아닌가
기업 수익감소, 가계 소득감소를 정부가 보전해야 생산력 유지돼
정부 '최종지급자' 역할 자임...적자국채 발행해 기업·가계 지원해야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우리 정부는 지난 4월 22일 코로나 위기 이후 국면에서 종합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제까지 재정 건전성을 내세우며 재정 지출의 확대를 꺼리던 자세에서 벗어난 것은 경제주체들에게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기 이후의 경기부양책이 발표된 것은 다소 뜻밖이다.

현재의 미국과 유럽의 사정을 보면 단기간에 현재의 코로나 위기가 종료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 유럽 등이 현재 단행하고 있는 공격적인 재정 및 통화 정책은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위기 구제책들이며, 현재 외국의 논의는 어떤 위기 대책이 필요한지에 맞춰져 있다. 이런 사실에 비춰보면 한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상대적으로 성공한 관계로 현 위기에 대한 인식이 다소 안일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경기부양책은 현 위기의 대응책이 아니다

일반적인 경제위기는 경제의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일어난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무분별한 대출에 따른 과잉 생산과 신용의 급격한 축소로 인해 발생했다. 이 같은 경제위기는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을 띠기 때문에 정책당국들은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서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사용해 경기를 부양한다.

하지만 현 위기는 보건 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의 방역 조치가 경제의 정상적 운영을 가로막음으로써 발생한 외생적 위기이자 이중의 위기이다. 따라서 현 위기는 외생적 요인이 제거되지 않는 한 경제적 조치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더욱이 경제 위축을 완화하려고 하면 방역이 실패해 사회가 더욱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추는 통상적인 재정 및 금융정책으로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따라서 현 위기의 대응책은 직접적으로 경기를 회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이 사라질 때까지 국민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위기 이후에 경제를 신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생산 역량을 보존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실제로 이 같은 목표에 따라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다.

통화-금융정책보다 재정정책이 중요하다

현재의 상황이 방역 조치에 의한 경제순환의 단절에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없다면 매출의 감소로 기업이 손실을 입고 결국에는 대량 실업을 낳을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과 노동자들은 이 같은 경제적 시련을 버텨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여유 자금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번 위기는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많은 기업이 파산하고 노동자의 가계는 심각한 위험에 빠질 것이다. 게다가 기업의 파산과 실업은 장기적으로 큰 비용을 초래한다. 기업가, 노동자, 고객 간의 연결고리가 파괴되어 종종 처음부터 사업을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해고된 노동자는 기존의 지식과 숙련을 상실한 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될 경우 바이러스가 퇴치되더라도 경제가 조속히 위기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따라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할 때까지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기업들이 경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소득 감소와 기업의 수익 감소를 최대한 상쇄할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 효과적인 정책은 정부의 재정정책이다. 통화정책도 기업과 가계에 신용을 제공함으로써 가계와 기업이 위기를 버텨내는데 도움을 주지만, 기업과 노동자들이 입은 손실을 보상해주지는 못한다. 단지 통화정책은 기업과 노동자가 금전적 부담을 장기간에 걸쳐서 분산시킬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만약 통화정책에 의존해 위기를 타개한다면 위기 이후 기업과 가계는 큰 부채를 지게 되어 경제의 조속한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금융지원은 기업이나 가계의 빚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코로나 위기에 올바른 처방이라 할 수 없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기업의 수익과 가계의 소득을 보전함으로써 위기이후 경제회복을 당길수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금융지원은 기업이나 가계의 빚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코로나 위기에 올바른 처방이라 할 수 없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기업의 수익과 가계의 소득을 보전함으로써 위기이후 경제회복을 당길수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가계에 대한 소득 지원이 필요하다

현 위기가 일반적인 경기 침체라면 매출과 일자리 감소에 따른 가계 소득의 감소는 거시경제적인 경기 부양을 통해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역이 우선이기 때문에 거시적 차원의 경기 부양책에 의존할 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재난 지원금과 같은 가계에 대한 직접적 현금 지원은 타격을 입은 국민들의 생계 유지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이다. 상당수의 정부가 이미 이 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가계에 대한 직접적 소득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번 위기가 시작되자 의외로 곧바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실 가계에 직접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는 전례가 없고 그동안 기피해오던 정책 대안이었다. 그러나 외생적 요인에 의해서 발생한 이번 위기의 특성 때문에 현금 이전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큰 논쟁 없이 수용되었다. 특히 실업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한 미국, 한국 등에게는 적절한 방안이었다. 유럽의 나라 중에는 현금의 직접적 이전보다는 기존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한국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다른 용도로 지출이 예정되어 있던 재원을 전용해 재난 지원금을 지원했다. 이처럼 재난 지원금은 국민을 위해 지출이 예정되어 있던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소득 손실을 보상하고 추가적인 구매력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은 재정 균형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재정 건전성은 평상 시의 경제 운용에서 국가 신인도 제고를 통해서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높이고자 할 때 고려하는 지표 중의 하나이다.

현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는 방역 정책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만약 바이러스의 퇴치가 지연된다면 가계에 대한 현금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럴 경우, 재난 지원금은 국채 발행을 통해서 마련되어야 소득 감소를 상쇄하는 원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고용 및 기업 비용의 국가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방역 기간이 길어지면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 고용을 축소할 수 있다. 기업이 고용을 줄이면 가계의 소득이 단절된다.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면 파산하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이다. 실업이 확대되고 기업이 파산하면 그 자체로 경제적 고통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경제가 유무형의 자본을 상실함에 따라 위기 이후에 경제 성장 잠재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에즈와 주크만 교수가 제안했듯이 국가가 '최종 지급자(payer-of-last-resort)'의 역할을 맡아서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더라도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임금, 월세 등 기업의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Emmanuel Saez and Gabriel Zucman, Keeping Business Alive: The Government Will Pay, March 16, 2020).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보건 상의 위기는 기업의 의사 결정과는 어떤 관련도 없다. 정부가 방역의 기간 중에 기업의 유지 비용을 부담한다면, 기업들은 방역으로 영업이 단절되더라도 거의 타격을 입지 않고 위기 이후에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만약 금융적 지원으로도 위기를 버텨낼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에는 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커진다.

사에즈 교수 등의 계산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3개월 간 총 수요의 30%가 줄어든다고 했을 때,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기업들의 비용을 부담하는 데 GDP의 3.75%가 필요하다. 사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경우, 이 손실을 기업과 가계가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채의 발행을 통해서 이 비용을 부담한다면 경제적 손실이 사회화되고 경제 역량은 보존된다.

기업이 가동이 되지 않는 동안에도 고용과 기업이 유지된다면 가계의 소득 손실도 최소화되기 때문에 가계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이전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기업과 가계가 겪는 손실이 공공 보건을 위한 사회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면 그에 따른 비용을 사회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정당성이 있다.

몇몇 유럽 국가들은 실제로 이와 유사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덴마크 정부는 방역에 의해서 노동이 중단되었을 경우, 시간제 노동자에게는 임금 90%, 고용 노동자에게는 임금의 75%를 지원한다. 그리고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도 현 위기 동안 고용 유지에 따르는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통화정책이 재정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

앞에서 제안한 것처럼 위기 기간 동안, 정부가 가계의 소득을 지원하고 기업의 유지 비용을 부담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같은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국채 발행하고 적자 재정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 많은 중앙은행은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금융 부문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다양한 조치와 함께 막대한 규모의 국채, 회사채,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금리 인하와 대규모 자산 매입은 정부와 민간의 차입 비용을 경감시켜준다. OECD도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한다면 정부가 최소의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OECD, Tax and Fiscal Policy in Response to the Coronavirus Crisis, 2020).

한국은행은 아직까지 금리를 0.75%를 유지하는 한편 시중에 무제한적인 신용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그리고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직매입하기도 하고 정부의 보증이 있을 시에는 회사채도 매입하겠다는 다소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균형 재정의 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양적완화를 통해 국채를 화폐화하는 정책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만약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조기에 수습되지 않아서 세계적 차원에서 위기가 계속된다면 우리 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가계와 기업의 지원을 위해 재정 지출을 해야 할 것이다. 그때에는 한국은행도 국채를 매수하는 양적완화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유승경은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부소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고등사회과학대학원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LG 경제연구원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근무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윤도연 2020-04-27 10:44:34
유승경 부소장님을 경제수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