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강원 양양군 원룸주택 화재 현장에서 불길을 뚫고 생명을 구한 카자흐스탄 출신 노동자 율다쉐브 알리 압바르(28) 씨에게 LG복지재단이 ‘LG 의인상’을 수여키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알리 씨는 지난달 23일 자정 무렵 집으로 가던 중 자신이 살고 있는 3층 원룸 건물에 화재가 난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불이 난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는 사람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기 위해 서툰 한국말로 “불이야”라고 외치고 복도 창문을 열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이후 2층에 있던 여성이 대피하지 못한 사실을 파악하고, 옥상에서 도시가스관과 TV 유선줄을 잡고 내려가 불길이 치솟는 방안으로 뛰어들어 여성을 구조했다. 이 과정에서 목과 등, 귀, 손 부위에 2~3도의 중증 화상을 입었다.

알리 씨의 빠른 대처로 건물 안에 있던 10여명의 주민이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그는 현재 주민들이 마련해준 돈으로 서울시내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알리 씨는 카자흐스탄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3년 전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 체류기간을 넘어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했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보다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먼저라는 의로운 행동으로 더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의인상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알리 씨는 지난 2017년 경북 군위군 화재 현장에서 90대 할머니를 구해 ‘LG 의인상’을 수상한 스리랑카 국적 의인 니말 씨에 이어 두 번째 외국인 수상자다. 양양군은 보건복지부에 알리 씨에 대한 의사상자 신청을 할 계획이다. 니말 씨는 당시 보건복지부에서 의상자로 인정받으면서 영주권을 받았다.

한편 LG 의인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뜻을 반영해 지난 2015년 제정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수상 범위를 사회에 귀감되는 선행과 봉사를 한 시민들까지 확대했다. 현재까지 알리 씨까지 총 121명이 수상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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