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일제 검거직후 마틴리는 보석 석방
빈과일보 사주 등 민주인사 지난해 시위 주도 혐의 체포
[홍콩=이지영 통신원] 지난 18일 최소 15명의 홍콩 범민주파(泛民主派) 인사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체포됐다.
체포된 사람 중에는 반 정부 성향 매체 ‘빈과일보(蘋果日報)’ 사주인 지미 라이(黎智英), 민주당의 마틴 리추밍(李柱銘), 앨버트 호(何俊仁), ‘장발(長毛)’로 알려진 렁쿽훙(梁國雄) 등 범민주 정치인사들이 포함됐다.
경찰은 이들에게 지난해 8월18일과 10월1일, 10월20일 불법 시위·행진을 조직하고 참여한 혐의를 적용했다.
민주당 창당 주석인 마틴 리(81세)는 지난 5년~10년 간 정치 영향력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80년대부터 홍콩의 민주 운동에 참여해와서 홍콩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다. 마틴 리는 30여년 동안 민주 운동에 참여해 왔지만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틴 리 추밍은 이날 오후에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 후 “드디어 체포돼서 이제야 마음이 편해졌다”고 경찰서 앞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이어 “몇 년 동안 수많은 홍콩 젊은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해서 활동하고 모두 체포됐는데, 나만 아직 무사해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불안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틴 리 추밍은 아무 후회도 없으며 지금 훌륭한 청년들과 함께 민주주의의 길을 걷게 돼서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크리스 탕(鄧炳強) 홍콩 경무처장은 저녁 기자회견에서 마틴 리를 비난했다. 탕 처장은 "마틴 리가 청년들과 함께 체포돼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는 것에 몹시 놀랐다"고 말했다. 탕 처장은 "이런 경력 높은 변호사(마틴 리)가 청년들에게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를 권장하는 것 대신 법을 지키는 것을 권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탕 처장은 또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것”이라고 마틴 리를 비난했다.
또한, 탕 처장은 법 집행의 기준은 오직 증거밖에 없으며 체포자의 배경이나 지위 등은 모두 상관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범민주파 인사의 대규모 체포 행위가 올 9월에 있을 입법회(立法會) 선거 전 민주파 인사를 탄압하는 정치 행동이 아니냐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 홍콩의 마지막 총독을 지낸 크리스 패튼(Chris Patten)은 이번 홍콩 경찰의 체포 행동을 맹비난했다. 홍콩의 입장신문(立場新聞)은 패튼 전 총독이 "홍콩 경찰의 이번 행동은 법의 지배 행위가 아닌 독재 정부의 행위"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사건은 전례가 없이 홍콩 일상생활의 가치를 타격한다고 했다. 베이징에만 굴종하는 홍콩정부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매장하고 있다고 패튼 전 총독은 덧붙였다.
말콤 리프킨드(Malcolm Rifkind) 영국 전 외무 장관도 이번 일을 주시하며 소회를 밝혔다. 리프킨드 전 장관은 마틴 리 등 홍콩의 민주파 인사들을 체포한 것은 홍콩 시민의 자유 및 자치를 수호하는 기본법(基本法)의 “끔찍한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리프킨드 전 장관은 국제사회가 앞장서 중국 정부에 이번 행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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