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진보진영, 4년 입법권 장악...대기업 개혁 못피할 듯"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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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진보진영, 4년 입법권 장악...대기업 개혁 못피할 듯" 긴장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4.16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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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공정거래법·노동관계법 개정 등 미개혁과제 남아있어
경제 활성화 위한 정책 추진해야...현장에 귀 기울이는 '국회' 요구
"진보진영, 압승한 만큼 승자의 여유 보여주길"
21대 총선이 여권의 압승으로 끝나자, 재계는 대기업 개혁정책이 다시 시동을 거는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1대 총선이 여권의 압승으로 끝나자, 재계는 거대여당이 대기업 개혁정책을 다시 시작하는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제21대 총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보수적인 편에 서있던 재계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국회 대관을 담당하는 한 재계 고위 인사는 "예상했던데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결과"라며 닥쳐올 파도를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재계에서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이 몇사람이나 있을까 싶다"면서 "대통령은 입법권이 없지만 국회는 입법권을 갖고 있고, 기업들은 그 입법권의 향방에 목을 맨다"고 총선의 중요성을 평가했다. 그는 "그 입법권이 4년간 완전히 진보진영에 넘어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압승으로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한 만큼 오히려 여당이 정국 운영에 여유가 생긴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는 분위기도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경제위기로 대기업 개혁에 나서기에는 여권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여권의 미개혁 과제라고 하는 것중에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관계법 등의 개혁은 특정 기업, 특정 이슈에 대한 것이 아니라, 경제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특정 기업이나 경제단체가 반대하기 쉽지 않아 그대로 추진되면 앞으로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우려했다.  

이를 분위기를 반영하듯 선거결과에 대한 경제 단체의 입장도 무척 조심스러워졌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이날 일제히 논평을 내고 21대 국회에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방위 지원을 요청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경제와 민생을 회복하고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야 하는 시기에 21대 국회의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며 “민생 법안 처리와 더불어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현장 국회’, 국민을 보고 큰 정치를 하는 ‘대승적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들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견실한 경제발전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역시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 극복하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어려움에 처한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규제 개혁과 노동 시장 개혁 등을 통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 개혁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입법 지원을 요청하면서 무리한 대기업 규제 및 친노동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한다는 입장들이 대부분이다.  

국내 5대 그룹의 관계자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부터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소비 위축 등이 발생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코로나19, 사우디·러시아 유가전쟁까지 터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절정에 달했다”며 “기업의 어려움을 헤아려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을 계속 궁지로 내몰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곳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기업이 쓰러지면 고용, 분배 등의 정책들도 함께 순장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두번째부터)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10일 공동선거대책기구 구성 및 발촉 협약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두번째부터)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10일 공동선거대책기구 구성 및 발촉 협약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의 우려는 선거 전부터 집권 여당을 중심으로한 정치권이 ‘대기업 규제’와 ‘친노동’ 중심의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여당은 지난달 한국노총 고위급정책협약을 맺고 21대 국회에서 친노동 공약을 입법화하기 위한 의원단 구성을 약속했다.

협약은 ▲5인 미만 사업체 종사 노동자의 권리 보장 ▲1년 미만 근속노동자 퇴직급여보장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 노조할 권리 보장 등 ‘노동존중 51플랜’ 추진 ▲타임오프 제도 개선 ▲헌법상 노동기본권보장 실질화 추진 ▲일자리 체인지업으로 고용의 사회적 정의 실현 ▲고용안정 및 보장을 위한 ‘고용연대’ 실현 ▲경제민주화 실현 및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평등복지국가’ 실현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또 재계 정책과 관련 “총수 일가 전횡을 막고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문화 확립을 위한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표적인 상법 개정안으로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이사 선임 시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제도)’, ‘대형 복합쇼핑몰 출점 제한’ 등이 있다.

특히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은 수년째 경제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낸 법인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경제 환경에 역행하는 과잉법안”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아울러 유통업계도 소비 위축과 전자상거래의 급격한 성장, 코로나19 등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 여당(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의 공약인 ‘복합쇼핑몰 출점 제한’으로 인해 긴장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총선 전부터 요구했던 ‘의무휴일제도 폐지’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대형마트 측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기업들이 어렵지만 유통 산업, 특히 오프라인 채널은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며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규제가 정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점포 내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분들도 소상공인”이라며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바란다”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여당이 국정운영에 보다 더 유연해지길 바란다"며 "개혁을 위한 큰 방향이야 재계도 반대할 수 없지만, 조국사태와 관련한 사소한 여권의 잘못과 실수에 대해서는 이 참에 반성하고 털고감으로써 합리적인 국정운영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보진영의 압승 첫날, 재계는 말과 행동에서 모두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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