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세이] 기재부 1차관의 IMF 하향전망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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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세이] 기재부 1차관의 IMF 하향전망에 대한 단상(斷想)
  • 문주용 기자
  • 승인 2020.04.15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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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노멀에 대한 1차 보고서」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 전망보고서는 내용 곳곳에서 충격을 줬다. 주요 국가들만 대공항을 겪었던 1930년대초,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보다 낮은 성장률 전망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IMF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국가경제를 총괄 운영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김용범 1차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단상을 올렸다.

그는 "우리가 헤쳐 나갈 이 역사적 고비가 얼마나 힘들고 험난할 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곧 발표될 우리나라 3월 고용통계와 1/4분기 성장률 속보치, 중국 1/4분기 GDP 속보치를 눈여겨볼 것을 요청했다. 다음은 김 차관이 14일 밤에 페이스북에 올린 단상이다.

김용범 차관
김용범 차관

<코로나 노멀에 대한 1차 보고서>

“이번 위기는 다른 어떤 위기와도 다르다(This crisis is like no other).” —WEO Foreword.

조금 전에 IMF 세계경제전망이 발표되었다. 189개 회원국중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170개 나라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없다는 우울한 내용이다.

IMF는 매년 10월 하순 연차총회 때 그 다음 해 세계경제전망치를 발표하고 4월 춘계 모임에 맞추어 직전년 10월에 한 전망치를 수정한다(그 사이 1월과 7월에는 주요 국가와 권역별 전망치를 update한다). 6개월의 시차가 있으니 10월과 4월 전망은 늘 어느 정도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4월전망은 작년 10월 전망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내용으로서 우리가 당대에 경험하지 못한 불황을 의미하는 숫자로 가득하다. 코로나가 불러온 충격이 이렇게 클까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IMF가 이번에 내놓은 주요국 성장 전망치들은 보고도 쉬이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IMF는 셧다운에 따른 공급충격과 노동시간 상실을 가장 직접적인 하락요인으로 꼽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주요국에서 대략 5~8퍼센트 정도 조업일수가 줄어든다는 전망의 핵심 가정은 최근 몇주간 미국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걸 보면 수긍이 간다.

코로나 노멀 시대의 스산한 현실을 알리는 역사적인 IMF 전망 발표를 보고 느낀 단상 몇 가지를 적어본다.

중국경제 성장률 1.2퍼센트가 먼저 눈에 띈다. 중국경제가 연착륙할지 경착륙할지 국제사회에서 오래된 논쟁이다. 중국경제가 경착륙한다는 비관론자들도 대체로 성장률을 3퍼센트 이하로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IMF가 전망한 숫자는 그보다 월등히 낮다. 코로나는 이렇듯 과거 금기를 아무렇지 않게 깨버린다. 코로나 이전(BC) 세계에선 상상하기 어렵던 일이 별다른 심리적 저항이나 놀람 없이 받아들여진다.

중국경제는 투자와 제조업중심 경제라 서비스부문 위주로 충격을 불러온 코로나 위기가 주는 영향이 선진국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중국 1/4분기 GDP 속보치가 4.17일에 발표되니 그 숫자를 보면 이번에 IMF가 제시한 연간 성장률 1.2퍼센트가 현실성이 있는 전망인지 과도한 추정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전망치는 우리에게도 큰 영향이 있으므로 오는 금요일 중국 GDP속보치를 눈여겨 볼 일이다.

IMF 전망치는 투자은행들 예상치보다 훨씬 낮다. 주요 투자은행들이 3.27일 이후 예상한 세계경제 성장률 평균치가 -1.4퍼센트인데 이번 IMF 전망치는 -3.0퍼센트로 2배 이상 나쁘다. 보통은 투자은행들이 더 비관적으로 보고 IMF가 신중한데 이번에는 거꾸로다. IMF본부가 있는 미국 동부가 코로나 사태의 정점에 있는 최악의 시기에 나온 전망이라 이런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번 전망치는 각국이 이미 내놓은 역대급 프로그램이 고용충격과 소비여력을 상쇄하는 정책효과를 반영한 숫자다. 그런데 중국은 아직 대규모 경기대응 패키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이 분명 무언가 큰 경기부양책을 준비중일텐데 그 규모와 내용이 확정되면 중국 연간전망치는 거기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경제전망은 원래 지난한 작업이다. 특히 이번 위기처럼 통상적인 경제충격이 아니라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교란사태의 영향을 기존의 경제분석모델로 예측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다. 누가 말한대로 코로나가 경제에 미칠 충격은 이코노미스트가 아니라 바이러스와 과학자들이 결정한다.

코로나 사태 진전에 따라 앞으로도 전망은 수시로 바뀌겠지만 이번에 나온 IMF 보고서는 대공황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예고한다. 우리가 헤쳐 나갈 이 역사적 고비가 얼마나 힘들고 험난할 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차례로 발표될 우리나라 3월 고용통계와 1/4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어떤 숫자로 나올지 걱정이 앞선다. 지금은 서로가 서로에게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주는 나눔과 희생의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그런 시기이다.

하체가 튼튼한 운동선수는 쉬이 쓰러지지 않듯이  우리 경제는 제조업비중이 크고 글로벌 경쟁력까지 보유하고 있어 이번 코로나 위기를 이겨낼 저력이 충분하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여력도 상당하다.

올해 OECD 국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암울한 보고서에서 그나마 우리나라 숫자가 가장 영향을 덜 받게 나온건 작은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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