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민주주의 등불" 한국의 4·15총선, 외신에 어떻게 비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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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민주주의 등불" 한국의 4·15총선, 외신에 어떻게 비치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4.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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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국가 선거 연기...한국은 선거 예정대로 진행
NYT "한국, 정상 되찾겠다는 의지 반영"
포린폴리시 "코로나에도 한국 사전투표율 최고"
FT "4·15선거, 한국의 민주주의 위상 드높여"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1미터 간격으로 줄을 서며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1미터 간격으로 줄을 서며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한국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온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선거를 연기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인정받은 한국은 선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주요 외신들은 한국이 선거 이후에도 코로나19 확진자수의 증가가 두드러지지 않을 경우, 한국이 전세계 선거 방식에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위기속 세계는 '선거 연기중'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예정된 선거를 연기하는 추세다. 

미국 CNN에 따르면 전세계 최소 47개국이 코로나19로 선거를 연기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지방선거 1차 투표를 강행했으나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2차 투표는 잠정 중단한 상태다.

영국은 지방선거를 1년 미뤘으며, 칠레는 이달 26일로 예정됐던 개헌 국민투표를 10월로 연기했다. 볼리비아는 5월3일 예정된 대선을 무기한 연기했다. 에티오피아 역시 8월 예정된 총선을 무기한 연기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선거를 미루는 모습이다. 

선거를 예정대로 진행한 국가도 있으나, 이 경우 언론과 국민들의 비판 및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국 위스콘신주는 주 전역에 자택 대피령이 내려진 비상상황에서도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강행해 비난을 받았다. 대부분의 주가 경선을 연기하거나 우편 투표 방식으로 전환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일부 언론매체는 '매우 비정상적으로 투표가 진행됐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한국 역시 예정대로 총선을 진행하지만, 세계 외신들의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이는 한국은 미국과 달리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0명 안팎으로 눈에 띄게 둔화된데다, 한국의 방역 및 보건 시스템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대신 한국의 선거 진행 방식에서 배울 점을 찾으려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한국이 봉쇄조치나 강압적인 조치를 내리지 않고도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것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다. 

NYT는 "한국은 도시를 봉쇄하지 않고도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냈다"며 "선거를 그대로 치르기로 결정한 한국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최대한 정상의 상태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안보 전문지인 더 디플로매트는 한국의 방역 시스템에 주목했다.

더 디플로매트는 "한국은 (다른 나라들이) 널리 사용하는 자택 대피령 등 강압적인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전염병을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며 "한국 정부는 신속하게 코로나19의 중심지를 찾아내고, 그들의 이동 동선을 추적하며, 대규모 테스트 능력을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인들은 메르스 당시의 경험을 통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했다"며 "한국의 건강보험제도 역시 양질의 건강의료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한 몫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의 헬스케어 산업 육성 의지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더 디플로매트는 "한국의 국가발전 전략에는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담겨있다"며 "한국은 전세계의 마스크 부족 현상 속에서도 하루 1000만개 이상의 마스크 생산 능력을 갖추는 등 역량을 유지해왔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한국의 모범적인 방역 시스템이 다른 나라와는 달리 예정대로 선거를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선거 준비, 미국이 배워야 할 점"

외신들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선거를 준비하는 한국의 치밀한 대응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다.

일부 외신은 이를 소개하며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감염 우려를 최대한 낮추면서도 누구나 쉽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투표가 코로나19의 제2의 물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한국인들이 투표하는 방법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전국 1만4000여개의 투표소는 꼼꼼히 소독되고, 모든 유권자들은 손소독제를 사용한 후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1m 간격으로 줄을 서 체온 검사를 진행한 후 체온이 높은 사람들은 특별 부스로 이동해 투표를 진행하는 점, 환자 및 의료 종사자를 위한 별도의 투표소가 설치된 점 등도 언급됐다.  

격리자들의 경우 우편물을 통해 투표가 가능하며,  귀국자를 포함해 자가 격리를 진행중인 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해 정해진 장소에서 투표가 가능하다는 점도 소개했다.

포린폴리시는 사전투표에 특별히 주목했다.

이 언론은 "공식적인 선거는 15일이지만, 선거일에 투표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이틀간 사전투표를 실시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투표를 방해할 것으로 우려했으나, 오히려 그 반대인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사전투표율은 26.7%로 역대 최고치다. 

미국 타임지는 "선거 이후에도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다시 늘어나지 않는다면 한국은 오는 11월 예정된 미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다른 나라의 선거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미 대선의 경우 아직 6개월 이상 남았지만, 코로나19가 여전히 위협적인 상황인 만큼 대선 과정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 백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 역시 미 정치권의 우려를 높이는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타임지는 "미국은 11월 대선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전투표제, 손 소독제 사용 의무화, 투표소 소독 등 많은 조치들이 미국에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은 "한국 총선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에 대한 충분한 고려 아래 진행된다"며 "이는 미국에서 투표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진행하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11일 오후 생활치료센터로 운영 중인 경북 경산시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구경북연수원에 설치된 특별사전투표소에서 의료진이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착용한 채 투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11일 오후 생활치료센터로 운영 중인 경북 경산시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구경북연수원에 설치된 특별사전투표소에서 의료진이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착용한 채 투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아시아 민주주의의 등불"

코로나 19의 위기 속에서도 한국이 선거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한국인들의 의지라는 분석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선거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한 한국 정부의 결정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등불(beacon of democracy)'로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지는 서울대 박원호 교수의 말을 인용해 "민주주의에 참여할 권리는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이라며 "그들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후퇴하거나 상실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십년간 군사독재정권 통치를 받다가 1988년이 돼서야 자유롭고 공정한 국회의원 선거를 하게 된 한국에서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한다는 것이 과거 독재자들의 정치 방식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임지는 "한국인들이 가능하다면 선거를 진행하려고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선거는 이 나라에게는 올바른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일부 외신은 한국이 예정대로 선거를 치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CNN은 "한국은 선거를 그대로 진행하고, 다른 나라는 선거를 미루고 있다"며 "어느 쪽이든 대중의 건강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선거를 연기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위험성이 높은 시기에 선거를 진행하는 것 역시 어떤 면에서는 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는 것. 

다만 "선거는 유권자 신뢰를 지키고 입법의 합법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선거를 연기하는 것 역시 위험을 동반한다"며 "선거 연기로 집권자들이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고, 연기 기간을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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