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돈을 풀어도 거품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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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돈을 풀어도 거품은 무너진다
  • 한용주 컬럼니스트
  • 승인 2015.11.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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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이 지나치면 어느 순간 가각 하락 압력이 폭발한다

한용주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지난 10월 16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중국정부 관료와 금융 전문가가 참석한 회동에서 시장에 충분한 돈이 풀려 있지만 실물 경제로 제대로 돈이 돌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돈이 실물경제로 돌지 않는 것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통화승수 지표가 계속 낮아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면 돈을 풀어도 실물경제로 돈이 돌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미 부채가 많아 더 이상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진 점이다.

나머지 하나는 공급과잉이 만연되어 투자해서 수익을 얻을 만한 곳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세계경제는 지금 과도한 부채와 지나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려 7년간 세계 각 국가들은 금리를 낮추고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2004년부터 돈을 찍어 내기 시작했다. 중국은 공식적인 발표도 없이 조용히 돈을 찍어 냈으며 미국보다 더 많은 돈을 찍어 냈다. 이렇게 찍어낸 천문학적인 돈이 투자 붐을 일으켰고 투기 열풍을 만들어 냈다. 투기 열풍과 함께 거대한 자산 가격거품이 만들어 졌다.

 

자산 가격거품은 공급을 늘리는 원인이 된다.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하면 수익을 노리고 공급자가 공급을 늘리는 것은 시장의 원리이다. 과잉투자와 투기열풍으로 인해 가격거품 오래 동안 유지되었고 공급과잉 또한 크게 늘어났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수요를 초과한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면 시장가격은 점진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런데 정부에서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고 억지로 통화공급을 늘려 자산가격 하락을 방어하면 당장은 가격하락을 멈추고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는 있지만 부작용은 커진다.

 

왜냐하면 통화팽창 정책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의 잠재수요를 앞당겨 쓰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당겨 쓸수록 미래의 수요는 줄고 더 이상 당겨 쓰지 못하게 되면 수요공백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좋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공급은 더욱 늘어나서 하락압력이 쌓여가게 된다. 자연현상에서 단층활동의 압력이 쌓여 어느 순간 지진이 발생하듯이 자산시장에서 하락압력이 쌓여 어느 순간 가격거품이 무너지게 된다.

 

역사적으로 가격거품이 붕괴되지 않고 유지되었던 사례는 없었다. 공급과잉은 가격을 끌어내린다. 지구촌에선 돈이 넘쳐나고 있는데도 원자재 가격과 국제 유가는 폭락했다. 올해 중국 주식시장 폭락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중국 정부는 증시를 먼저 부양하고 난 뒤 증시활황을 틈타 국유기업을 상장시켜 과도한 부채를 해결하려 했지만 상장물량이 많아 공급과잉이라는 부메랑에 좌절된 것이다.

 

지나친 정부의 개입이 시장의 자율적인 흐름을 왜곡하고 경제위기를 만든다. 정부의 개입은 과열을 식히거나 지나친 냉각을 방지하는 선에 머물러야 좋다. 그렇지 않으면 부작용을 키워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된다.

 

자산가격이 고공행진을 오래 할수록 공급과잉은 더 심해지고 부채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결국 더 많은 기업과 더 많은 사람이 파산하게 되는 셈이다. 파우스트가 현재의 쾌락을 위해 영혼을 팔았던 것처럼 정부는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 우리의 미래를 팔고 있는 것이다.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돈을 풀면 구조조정은 어려워진다. 한국 외환위기 발생 때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된 동력은 긴축이었다. 시중금리가 약 20%까지 상승했기 때문에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부채과다 기업들이 쓰러진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풍부한 외환보유고 덕에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면서 구조조정을 했다. 결국 부실기업들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 한국은 단 2년만에 구조조정을 마치고 경기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였으나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지금 세계각국은 제조업 공급과잉을 해소하지 못하고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여전히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과잉 정도가 너무 지나치면 어느 순간 가격하락 압력은 폭발적이게 된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거품은 무너진다.

 

한용주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삼성증권 투자권유대행인 ▲삼성생명 종합금융컨설턴트
010-8993-7058 jameshan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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