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의 농민사랑] 쌀과 보리의 자연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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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준의 농민사랑] 쌀과 보리의 자연섭리
  • 박범준
  • 승인 2015.11.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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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성질의 쌀은 추운 겨울에, 찬 성질의 보리는 더운 여름에 먹는게 좋다

 

쌀이 귀하던 시절, 겨울철이면 시골사람들은 “이밥에 고깃국을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들을 종종 했었다. 그렇다면 이때 이밥은 무엇이고 고깃국은 도대체 무슨 고기를 말하는 것일까?

‘이밥’이란 ‘쌀밥’을 뜻하고, 고깃국은 쇠고기국을 말한다. 결국 겨울철이면 따듯한 쌀밥에 쇠고기국을 배불리 먹으면 살 맛나겠다는 말이 된다.

왜 그럴까?

쌀은 보통 3월경에 파종을 하여, 한여름의 더운 기운을 알곡에 차곡차곡 쟁여서 9월 하순부터 11월 상순에 수확을 하기 때문에 성질이 더운 기운을 머금게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엄동설한이라고 하는 추운 겨울철에 더운 성질의 쌀밥과 더운 성질의 쇠고기국을 먹으면,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속도 편하기 때문에, 경험칙상 “이밥에 고깃국을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보통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이 되면, 입맛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보리밥에 열무를 스윽스윽 비벼서 한 끼를 해결한다.

왜 그럴까?

보리는 일반적으로 쌀을 수확한 직후인 10월 하순에서 11월 상순에 파종을 하고, 주로 6월경에 수확을 하기 때문에 성질이 매우 차다. 따라서 양기가 기승을 부리는 무더운 날에 보리밥을 먹게 되면,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는데, 열무를 곁들이는 이유는 ‘열무 보리밥’ 자체로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함이다. 열무는 성질상 더운 기운을 지니고 있는데, ‘주식인 보리=찬 성질, 곁들이는 열무=더운 성질’로서 ‘열무 보리밥’ 자체가 음양을 조화를 이루어 몸에 좋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표 식량작물인 쌀과 보리를 통해 자연의 위대한 섭리를 느낄 수 있다. 흔히 ‘자연스럽다’는 말들을 하는데,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인위적이지 않고, 작위적이지도 않으며, 순리적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고, ‘제철음식을 먹으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의 뜻을 깨달을 수 있다.

 

자연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하여, 저장성이 있는 더운 성질의 쌀을 인간에게 제공한다. 그것도 10월 11월에. 그러면 이 때 수확한 쌀(제철음식)을 먹으면서 음의 계절인 겨울을 나는 것이고, 더운 성질의 쌀이 떨어질 즈음이 되는 6월이 되면, 자연은 사람들에게 무더운 양의 계절인 여름을 무사히 넘기라고, 찬 성질의 보리를 먹으라고 선사한다.

▲ 전북 군산시 미성동 청보리밭의 보리잎이 봄비를 머금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연합뉴스

‘제철음식’으로 ‘쌀과 보리’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추운겨울을 이기고 봄이 되면, 땅을 통해 자연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봄나물들을 선사한다. 쑥이며, 냉이며, 달래며 등등.......

근데 재미있는 사실은 봄나물들의 성질이 대개의 경우 더운 성질이라는 것이다. 추운 겨울 동안, 땅은 동면을 하고 휴식을 하면서 봄이 되자마자, 겨우내 움츠러들고 각종 미네럴과 영양분 섭취가 부족했던 사람들에게 더운 성질을 갖고 있고, 각종 미네럴과 비타민이 풍부한 봄나물을 선사하는 것이다.

 

쌀, 여성의 성질--부드럽고 감미로와 먹기가 좋고
보리, 남성의 성질-- 거칠고 까끌까끌하며 수염이 있다

‘쌀과 보리’와 관련한 이야기를 더 해보면.......

‘쌀’은 여성의 성질로서 부드럽고 감미로와서 먹기가 좋으며, 수염이 없다.

‘보리’는 남성의 성질로서 거칠고, 달콤하지 않으며 먹기에 까끌까끌하며 수염이 있다.

 

음양오행의 사상에 의하면 물은 수성(水性)이고, 불은 화성(火性)인데, 둘은 서로 상극이지만, 서로 만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고 한다.

여성의 성질을 지닌 쌀은 화성(火性)으로서 양의 기운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물의 기운이 있는, 즉 수성(水性)이 있는 논에서 잘 자라고, 반대로 남성의 성질을 지닌 보리는 음의 기운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불의 기운이 있는, 즉 화성(火性)이 있는 밭에서 잘 자란다.

다시말하면 여성의 성질인 ‘쌀’은 남성의 성질인 ‘논’에서 잘 자라고, 남성의 성질인 ‘보리’는 여성의 성질을 타고난 ‘밭’을 만나야 잘 자란다.

결국 여성과 여성이 만나서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없고, 남성과 남성이 만나서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없고, 반드시 ‘여성’과 ‘남성’, ‘남성’과 ‘여성’이 만나야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는 자연의 섭리와 이치를 확인할 수 있다.

 

‘쌀과 보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생활의 지혜라고나 할까? 아니면 흥미로운 사실이라고나 할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여성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 ‘쌀’의 재배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쌀은 일정기간 모판에서 길러져서 성장하다가, 물이 있는 논으로 이사를 가서 옮겨 심어져서 오랫동안 지나면서 나락의 결실을 맺고 ‘쌀’로서 태어난다.

‘보리’는 싹이 난 그 자리에서 옮겨지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결실을 맺는다.

 

사람 사는 세상으로 돌아와 보면, 여성이 남성을 만나게 되면 자고 나란 친정을 떠나 시집을 가서 새로운 가정을 일구어 살고,

남성은 여성을 만나도 여성의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나고 자란 집에서 계속생활을 이어가는데, 어찌 보면 쌀(여성성)의 생육과정과 보리(남성성)의 생육과정을 살펴보면 ‘자연의 섭리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살다보면 꽤나 부유하지만 아들이 없이 외동딸을 키우면서, 외동딸이 고생할까봐, 시집을 보내기 보다 사위를 데려와서 사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럴 경우 ‘벼’가 잘 자라지 못하듯이, 외동딸은 여성으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사위 또한 남성으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자연의 섭리를 어기는 것으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쌀과 보리’]의 특성 중 또다른 하나는

벼와 보리는 모두 성장과정에서 똑같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 뻣뻣이 서있지만

벼(여성성)는 익을수록(나이가 들수록) 고개를 점차 숙이게 되고,

보리(남성성)는 익어도(나이가 들어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수확을 할 때까지 고개를 빳빳히 세우고 있다.

▲ 농민이 벼낱알을 만져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이루기 위하여 ‘쌀과 보리’에서 얻는 자연의 지혜란 어쩌면 다음과 같을 수도 있겠다.

집안의 가장으로서 남성(보리)는 항상 중심을 잡고 올바르게 집안을 세우는 역할을 담당하고, 여성(쌀)은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삶의 경험과 지혜를 통해 고개를 숙이면서 남성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가정을 돌보아야 하며, 이래야만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쌀과 보리’를 통해 제시하는 것은 아닐까?

 

참으로 오묘하고 절묘한 자연의 가르침이며, 건강한 삶을 살도록 음의 계절인 추운 겨울에는 양의 기운이 잔뜩 머금은 ‘쌀’을 먹을 수 있게 하고, 양의 계절인 더운 여름에는 음의 기운이 잔뜩 머금은 ‘보리’를 먹을 수 있게 한다.

 

자연은 단순히 주식으로써 ‘쌀과 보리’를 주는 것만이 아니라, 생육과정을 달리하여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이치를 제시해 주고 있다.

 

해서 “자연보다 위대한 스승도 가르침도 없다”고 한 현인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가장 자연스러운 삶을 추구한다면 혼탁한 사회생활에서 나름 지혜로운 삶을 영위하는 최선의 방책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박범준씨 이력
▲1981년 서울대 농과대 입학 ▲1986년 전남 함평군 엄다면 영농 ▲1989년 전남 농민문제연구소 연구실장 ▲1989년 전국농민운동연합 전남 정책실장 ▲1990년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남 정책실장 ▲1991년 동양식품 상무 ▲1992년 한우리유통 대표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농어민특별위원회 사무국장 ▲1999년 성환식품 전무 ▲2001년 (주)한국농산물류 기획실장 ▲2005년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 자문위원 ▲2013년 강원도 인재개발원 심의위원 ▲2011년~현재 강원마을기업 및 주민기업 육성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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