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트렌드] 대한민국의 착한 사마리아인들...번지는 '착한 소비자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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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트렌드] 대한민국의 착한 사마리아인들...번지는 '착한 소비자 운동'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4.0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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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의료인', '착한 임대인' 이어 '착한 소비운동' 까지
단골 식당에서 다음 주문을 미리 결제하는 '선결제' 운동 선봬
화훼농가 돕는 '꽃바구니 인증 챌린지', '급식용 농산물 꾸러미' 구입도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 관리위원회는 한살림연합, 행복중심생협, 두레생협과 함께 강남구 대치동 소재 한살림 매장에서 친환경농산물 특별 할인 판매전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 관리위원회는 한살림연합, 행복중심생협, 두레생협과 함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살림 매장에서 친환경농산물 특별 할인 판매전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요즘이다. 그나마 확진자의 수가 다소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국민들은 공포와 좌절에서 이제는 수용과 극복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 지킨다면 점차 나아지리라 기대한다.

뒤늦게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에게서 사재기 소식이 들려온다. 온라인 쇼핑과 배송 시스템 등이 잘 갖춰져 있는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던 2월말에서 3월 중순까지는 온라인 배송이 3~5일 지연되기도 했다. 필자도 급한 맘에 오프라인 대형 마트로 달려갔었는데, 줄지어선 카트에 가득 담겨진 것들은 생수, 라면, 쌀, 달걀, 우유, 휴지 등 이른바 생필품이 대부분이었다.

극소수를 제외하면 누구나 일을 하고 무언가를 생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시대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내가 필요한 것을 만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내가 생존을 위해 섭취해야할 먹거리를 재배하고 가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19로 우린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있다. 우리 모두는 '운명 공동체'란 것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 두 번째)이 '착한 소비자 운동'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이후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 인근 식당을 찾아 선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 두 번째)이 '착한 소비자 운동'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이후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 인근 식당을 찾아 선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숨어있던 착한 사마리아인들, 모습을 드러내다

어떤 이가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난다. 강도들은 그가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고 마구 때리고 떠났다. 어느 누구도 그를 살피지 않았다. 사제도 피해서 지나가 버렸다. 그때 길을 가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이  그를 보고는 가까이 가서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매고 자기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 간호해 주었다. 자기 주머니에서 돈 두 데나리온을 꺼내어 여관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잘 돌보아 주시오.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오는 길에 갚아드리겠소"하며 부탁하고 떠났다.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다. 이웃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을 일컬을 때 인용되는 일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먼저 움직인 착한 의료인들을 시작으로, 임대료 인하를 단행한 착한 임대인들이 등장했고 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착한 소비로 감동을 주는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구청 공무원들도 관내 단골집을 방문해 3만원 이상 미리 결제한 후 SNS에 인증하고 다음 참가자를 지명하면 다시 찾아가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사진=양천구청
서울 양천구 구청 공무원들도 관내 단골집을 방문해 3만원 이상 미리 결제한 후 SNS에 인증하고 다음 참가자를 지명하면 다시 찾아가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사진=양천구청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식당을 출입하는 외식을 꺼리는 분위기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단골 식당들의 어려움을 눈치챈 직장인들과 주민들이 미리 결제를 하는 이른바 '선결제' 운동이 널리 퍼지고 있다. '선결제'는 다음에 방문해서 결제할 것을 미리 하는 것이다. 식사비의 두 배, 많게는 5배 이상을 미리 결제를 해서 자금 융통이 어려운 식당들을 돕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을 지자체들도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 양천구 구청 공무원들도 관내 단골집을 방문해 3만원 이상 선결제 후 SNS에 인증하고 다음 참가자를 지목하여 이어가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진흥공단 등 11개 기관도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소상공인들의 경영난 해소를 돕는 차원에서 회원사들에게 주변 식당 등에 향후 지출 금액을 선결제하는 ‘착한 소비자 운동’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늘어가면서 '선(先)결제'는 또다른 이름, '선(善)결제'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훼농가 돕기 위한 플라워 버킷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김경수 경상남도 지사(왼쪽)과 김정태 하나은행 은행장과 사원들(오른쩍).사진=경상남도, 하나은행
화훼농가 돕기 위한 플라워 버킷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김경수 경상남도 지사(왼쪽)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직원들(오른쪽).사진=경상남도, 하나은행

화훼농가 돕기 위한 '꽃바구니 인증 챌린지', '농산물 꾸러미'도 인기

판매가 급감한 꽃과 팔리지 않는 농산물 구입 등에도 착한 소비자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연말 연초의 각종 행사 취소로 울상인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한 '꽃바구니 인증 챌린지', 개학 연기로 직격탄을 맞은 '급식용 농산물' 온라인 구입에 소비자와 기업, 지자체 등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플라워 버킷(바구니) 챌린지', '부케(꽃다발) 챌린지' 등은 존폐의 위기에 내몰린 화훼업자들을 돕기 위한 활동. 꽃을 구입하거나 선물받은 사람이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고 다른 사람을 지목해 꽃을 선물하는 릴레이 운동이다. 연예인과 정치인에 이어 지자체와 일반 시민들도 동참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이들이 꽃을 주고 받으며 심리적 거리도 줄이고 화훼 농가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면서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꽃다발 릴레이 챌린지에 참여한 개그우먼 송은이(왼쪽)와 김숙(오른쪽). 사진=유튜브 프
꽃다발 릴레이 챌린지에 참여한 개그우먼 송은이(왼쪽)와 김숙(오른쪽). 사진=유튜브 프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 예정이었지만, 개학 연기로 수확한 농산물을 폐기해야하는 농가를 돕는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도 인기다. 서울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판매 중이고, 경상남도는 '경남몰'을 통해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판매하고 있다.

경기도는 자체 온라인몰 '마켓경기'에서 급식용 무농약 채소 꾸러미, 급식용 잡곡 세트 등을 판매하며, 마스크보다 사기 힘들다는 강원도 감자는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자체외에 유통가에서도 '착한 소비자 운동'을 응원하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가와 티몬, 11번가 등 온라인 유통가에서는 급식용 농산물의 판로를 찾지 못한 농가를 돕기 위해 30~50% 정도 시세보다 저렴하게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착한 소비자 운동은 특히 맘카페나 지역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급식 농산물구입 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SNS에 '코로나피해농가돕기' 등 해시태그(#)를 붙여 포스팅하면서 많은 이들이 착한 소비자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큰 위기에 처해 있지만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선한 영향력을 주고 받으며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개인주의와 냉소주의를 버리고 주위의 어려운 이들을 다시 한 번 살피는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많아진다면 이 위기를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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