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 본격 가동, 유동성지원 실효성 더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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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안펀드 본격 가동, 유동성지원 실효성 더 높여라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4.0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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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오늘부터 채권매입 시작...안전판 역할 기대"
시장 불안정성 아직 해소 안돼...'부족감'
펀드규모 확대와 매입대상 선별 필요성 제기
정부는 2일 기업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안정펀드를 통한 자금지원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며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로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위험기피 성향이 커지면서, 국내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본격화됐고 기업 자금조달에 경보음이 켜졌다.  

2일 본격 가동에 들어간 채권안정펀드는 이에 대응, 기업들의 회사채, 우량기업 기업어음(CP)등을 기업이나 금융사로부터 매입해 자금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 10조원을 먼저 공급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10조원을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일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지난 1일 채권시장안정펀드 1차 조성분 약 3조원이 납입됐다"며 "오늘부터 채권매입을 시작하면서 시장수급을 보완하는 채권시장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채안펀드의 역할 정립과 실효성 제고를 위해선 추가적인 방안이 나와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효성 높이는 방안 마련돼야

우선 채안펀드가 유동성 공급을 위한 신용경색 해소에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편입요건 완화, 출자기관 확대, 자금투입 과정에서 세심한 검토가 선행되야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신용등급 BBB-에서 A+까지 기업중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일반회사채 규모는 8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캐피탈(A+, 8900억원), 대한항공(BBB+, 4950억원), LG디스플레이(A+, 4100억원), 한화(A+, 3400억원), 코오롱인더스트리(A, 2600억원), SK건설(A-, 2060억원) 등이 포함된다

차환 부담이 더 큰 A이하 회사채 규모는 약 4조500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그룹의 지원 여력이 있는 그룹 계열사들은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 차환발행이 가능하지만 BBB급 기업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BBB급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금경색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등급 양극화로 인해 BBB급 기업은 사실상 투자부적격으로 분류돼 기관투자가들이 매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증권 관계자는 "채안펀드 매입 대상이 우량기업에만 한정되면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비유량 기업들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미 항공, 해운, 유통 등 코로나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비우량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량급 이상 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는 채안펀드의 기준을 재조정하거나 A급 이상이거나 코로나19로 신용등급이 하향된 기업에 한정됐던 정책금융기관의 CP 차환지원 기준도 재검토해볼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채안펀드에 연기금 참여 방안도 연구해야

자금 수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금융기관의 출자만을 통할 것이 아니라 연·기금 등의 공공기관 신규 참여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현재 채안펀드는 은행·증권사 등 민간금융기관이 참여해 펀드자금으로 회사채를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다. 출자 주체를 기관투자가로 확대해 장기투자 성향을 바탕으로 회사채 시장 안정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채안펀드 10조원을 우선적으로 풀고 추가적으로 출자한다고 했을때 금융기관들이 보유채권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아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민간 금융기관은 기본적으로 채안펀드 자체를 투자상품으로 볼수 밖에 없기에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채안펀드 운용상 기업별 리스크 점검 강화해야  

채안펀드 운용에 있어서 사전 검토사항을 철저히 점검해 추후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전개양상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시나리오를 여러개 두고 기업들의 리스크를 분명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출자 대상 기업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영악화를 겪게 된 것인지에 대한 분석 없이 지원했다가는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소요기간이 다소 걸릴지라도 단기 유동성 자금이 시급한 기업, 기업 내부에 현금화 자산을 보유한 기업,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 등 지원대상 검토가 선행되어야만이 채안펀드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라고 설명했다.

기업어음 금리 또 올라...불안정성 해소 안돼

한편 이날 91일물 기업어음(CP) 금리는 오전 2.23%로 전 거래일 대비 2bp(basic point) 올랐다. CP 금리가 이대로 마감하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무려 87bp 오른 셈이다. 

채안펀드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남아있기에 금융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금융시장에서 이달 말까지 도래하는 만기 물량만 해도 지난 1일 기준 총 57조9173억원이다. CP(12조3749억원), ABCP(12조9919억원), 전자단기사채(28조4105억원), CD(4조1400억원) 등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채안펀드가 최근 자금경색 현상이 심화된 회사채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금리안정화와 신용스프레드 축소에 일정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아직까지 정책 지원이 시장에 크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을 면밀히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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