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5G] ④'MEC·네트워크 슬라이싱'…5G의 핵심 기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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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 5G] ④'MEC·네트워크 슬라이싱'…5G의 핵심 기술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4.03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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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엣지 컴퓨팅, 초저지연·초고속 가능하게 만들어
이용자 근거리에서 데이터 처리·전송, 시간 절약
네트워크 슬라이싱, 초고속·초저지연 극대화
데이터 가치·망중립성 두고 통신사와 CP업계 갈등도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이라는 특성을 내세워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한 차세대 이동통신 5G 서비스가 3일이면 첫 돌을 맞는다.

5G는 이론상 LTE의 최대 20배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예비 가입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또 AI(인공지능)·빅데이터·IoT(사물인터넷)·클라우드 등을 기반으로 B2C·B2B 등 생활과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서비스 1년을 앞둔 지금의 5G는 사용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도 5G가 제대로 터지지 않고, 실내에선 아예 불통이라는 불만은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5G를 활용한 콘텐츠의 개발도 더딘 편인데 요금은 LTE보다 비싸 사용자들은 더 나아진 점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불평이 많다.

이처럼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비판을 받아온 5G가 지난 1년 간 어떤 성과와 한계점을 보였으며, 앞으로 통신사들의 투자 규모와 서비스 방향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살펴봤다.

MEC(모바일 엣지 컴퓨팅)의 작동 원리. 사진제공=SK텔레콤
MEC(모바일 엣지 컴퓨팅)의 작동 원리. 사진제공=SK텔레콤

◆ '초저지연' 가능한 MEC, 5G의 핵심 기술

자율주행 시스템,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팩토리, 클라우드 게임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5G는 수십억 개의 사물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수십억 인간의 생활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차세대 통신 시스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동원되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것이 있다. 바로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기술이다.

MEC는 데이터가 중앙 서버나 데이터센터로 오지 않는다. 데이터가 수집되는 현장과 가까운 곳에서 이를 바로 처리하고 적용하는 기술이다. 통신 서비스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작은 서버'를 위치시킨다는 개념이다.

현대인들에겐 디바이스와 클라우드를 활용한 컴퓨팅이 일상이 됐다. 하지만 수십억개의 디바이스가 더 자주, 더 긴밀하게 주고 받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존의 중앙 데이터센터 시스템이 처리하기에는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비효율적이며, 때에 따라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MEC다. 이용자 근거리에서 데이터가 처리·전송되기 때문에 시간이 비약적으로 단축된다. 때문에 '초저지연' 특성이 필요한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클라우드게임 등 B2B, B2C 영역을 불문하고 MEC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MEC는 5G 인프라에서 지연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역할을 맡는다. 데이터 처리가 중앙에 집중된 방식의 클라우드 컴퓨팅보다 네트워크 가장자리에서 분산된 컴퓨팅 자원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면 데이터가 오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구축된다면 응답속도 0.1초 차이가 중요한 자율주행, 헬스케어, 게임 등 4차산업 대부분의 분야에서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또 MEC는 4차산업시대에 들어서 급격히 늘어난 트래픽을 분산 처리하기 때문에 데이터 병목 현상을 줄이고 이에 따른 운영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또 MEC의 분산구조는 수많은 사람의 데이터가 저장된 중앙서버에 대한 보안 위협을 줄여준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개념도. 사진제공=KT경제경영연구소
네트워크 슬라이싱 개념도. 사진제공=KT경제경영연구소

◆ 데이터에 가치 우위가 있을까? '네트워크 슬라이싱' 논의

MEC와 함께 5G 시대 핵심 기술로 꼽히는 것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다. MEC가 5G 인프라 초고속·초저지연 성능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라면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이를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5G에서는 동영상, AR, VR, 자율주행, 드론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이뤄진다. 그런데 각 서비스마다 따로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은 효율이 극도로 나쁘다. 때문에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를 다수의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한 뒤 고객 맞춤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다. 일종의 '네트워크 쪼개기'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통신업계와 CP(Contents Provider, 콘텐츠 제공사업자)업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통신사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CP업계에선 아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인터넷은 '최선형 인터넷'이다. 데이터의 가치에 차별을 두지 않고, 트래픽이 밀려 폭주하더라도 먼저 들어온 데이터를 먼저 처리한다는 '선입선출' 방식이다.

하지만 5G로 인해 이같은 원칙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초 단위로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스마트 헬스케어 현장, 순간의 버퍼링이 대형 교통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데이터와 게임이나 음악 스트리밍에 사용되는 데이터는 그 중요성에 있어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관리형 서비스'로 분리돼 최선형 네트워크에 포함되지 않는다. 데이터 가치에 차등을 두지 않는 내용을 포함한 '망 중립성' 원칙이 엄격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관리형 서비스는 망중립성 논의에서 예외로 처리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관련 논의가 지속 중이다. 데이터 트래픽에 가치 우위를 두면, 그로 인한 차별로 일반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같은 관리형 서비스가 인터넷 프로토콜을 이용하지만 망 중립성에서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도 그래야한다"면서 "만약 (네트워크 슬라이싱)도입이 무산되면 5G망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콘텐츠 업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다. 기존 망 중립성 가이드에서는 망 품질을 저해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관리형 서비스를 허용했으나 5G 환경에서는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CP업계 관계자는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으로)품질 유지에 관한 기준조차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또 도입했을시 망 사용료가 어떻게 될 것인지도 논의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과기정통부는 '제1기 망 중립성 연구반'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1기 연구반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율주행차 등 특수 목적에 사용하고, 전송 품질을 보장하며, 특정 구간에 한정시킨 연결을 제공하는 '관리형 서비스'를 '특수 서비스'로 규정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2월 '제2기 연구반'이 출범했다. 코로나19로 잠시 논의가 미뤄졌으나 지난달 23일 과기정통부가 2기 연구반에 1기 연구반의 논의 내용을 전달하며 망 중립성 연구반이 재가동됐다.

2기 연구반은  '특수 서비스' 개념과 적용 범위를 구체화하고 제도 개선으로 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1기 연구반 논의의 연장선 상에서 ▲관리형 서비스의 세부 제공조건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확보 방안 ▲기타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 관련 사항 등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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