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19세기의 그녀들, 21세기의 그녀들에게 꿈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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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19세기의 그녀들, 21세기의 그녀들에게 꿈을 이야기하다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3.3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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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사랑받은 고전,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 ‘작은 아씨들’ 영화화
남북전쟁 한가운데 있던 네 자매와 이웃집 소년의 꿈과 우정, 사랑을 담은 성장 스토리
원작,각본,연기,촬영,의상 등 완벽히 잘 짜여진 영화...92회 오스카 의상상 수상
'작은아씨들' 스틸 컷. 왼쪽부터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시얼샤 로넌, 엘리자 스캔런.사진=IMDb
'작은아씨들' 스틸 컷. 왼쪽부터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시얼샤 로넌, 엘리자 스캔런.사진=IMDb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그때는 그랬었다. 소녀들은 소설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꿈을 꿨다. 행복한 결혼을 하는 메그도 부러웠고 소설을 쓰는 조도 부러웠고, 피아노를 잘치는 베스도, 그리고 발랄한 에이미도 부러웠다. 연출을 맡은 그레타 거윅도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이 '작은 아씨들’과 함께 성장했음을 고백했다.

세자매 중 맏이인 에디터도 작은 아씨들을 여러 번 읽으며 행복한 결혼으로 순종적 삶을 사는 첫째 '메그'의 삶과 작가의 꿈을 꾸는 둘째 '조'의 삶 사이에서 갈등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19세기, 20세기의 그녀들은 밤새도록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소설 속 네 자매들과 함께 웃고 함께 가슴 아파했다. 
영화 '작은 아씨들'은 1868년 출간되어 지금도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 ‘작은 아씨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네 자매와 이웃집 소년의 꿈과 우정, 사랑을 담은 성장 스토리로 거윅 감독은 “더 멀리 가고자 꿈꾸는 여성들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이야기”라고 자신의 영화를 정의했다.

 

아버지는 남북전쟁에 참전하러 떠나고 어머니와 힘들게 살아가는 네 자매. 사진=네이버영화
아버지는 남북전쟁에 참전하러 떠나고 어머니와 힘들게 살아가는 네 자매. 사진=네이버영화

 

◆ 남북전쟁 속에 가난하지만 나누는 삶을 사는 네자매 이야기
연기를 잘하는 첫째 메그(엠마 왓슨),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시얼샤 로넌), 피아노를 잘치는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는 이웃집 소년 로리(티모시 샬라메)와 함께 성장하며 자신들의 삶을 그려나간다.  

아버지가 남북전쟁에 참전한 후 네 자매는 어머니와 가정부 한나와 함께 생활을 꾸려간다. 이웃 저택에는 로렌스 씨와 손자 로리가 외롭게 살아가는데 넉넉치 않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네 자매를 알게되면서 그들과 나눔의 의미도 깨닫고 가족의 소중함도 깨닫게 된다. 가난한 살림에도 어머니는 더 어려운 가족들을 돕는데 앞장서는데 아버지의 부상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어려움에 처한 이웃 가족을 돌보러 갔다가 셋째 베스는 성홍열에 걸린다. 네자매의 간호로 베스는 회복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온다. 

메그는 로리의 가정교사였던 존 브룩과 결혼하고, 조는 신문과 잡지에 소설을 투고하며 작가의 길을 간다. 어릴 때부터 조와 가장 친했던 로리는 조에게 청혼하지만 더 큰 꿈을 위해 청혼을 거절한다. 에이미는 대고모를 따라 유럽으로 떠나고 조는 가정교사를 하며 글을 쓰기 위해 뉴욕으로 떠난다. 소설이 번번히 퇴짜를 맞아 좌절하던 조는 베스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 돌아가 베스와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한다. 

한편 유럽에 머물던 로리는 파리에서 그림을 공부하던 에이미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조는 뉴욕에서 만난 프리드리히가 자신을 찾아오자 그와의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을 결심한다. 자매들은 대고모의 저택을 물려받아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열어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간다.    

 

네 자매의 터전, 콩코드를 완벽 재현한 그림 같은 풍경!  마치네 가족의 세계를 담은 촬영 & 프로덕션 디자인    18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은 아씨들'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거윅 감독은 실제 원작 속 배경인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촬영함으로써 아름다운 시대를 표현할 수 있었다. 사진=IMDb
네 자매의 터전, 콩코드를 완벽 재현한 그림 같은 풍경! 마치네 가족의 세계를 담은 촬영 & 프로덕션 디자인 18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은 아씨들'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거윅 감독은 실제 원작 속 배경인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촬영함으로써 아름다운 시대를 표현할 수 있었다. 사진=IMDb

 

◆ 원작, 연출, 연기, 의상, 촬영 등 완벽하게 짜여진 영화 
영화 '작은 아씨들'은 지난 2월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음악상, 의상상 등 총 6개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수작이다. 

무엇보다도 원작의 힘이 크다. 원작자 루이자 메이 올컷은 183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네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철학자이자 목사인 아버지로부터 인내와 절제를 강조하는 교육을 받았으며 목화가 남부의 노예들의 노동으로 생산됐다면서 면으로 지은 옷도 입지 않았다고 한다.

올컷은 남북전쟁 때 간호사로 참전하여 당시 체험을 소재로 '병원 스케치'를 펴냈으며 1868년 남북전쟁 당시 미 동부 가정의 네 자매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은 아씨들’을 출간했다. 작가의 자전적 내용이 담긴 '작은 아씨들'은 가부장적 기조가 강했던 19세기에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각자의 개성이 강한 자매들의 이야기다. 

당시는 여성 작가가 흔치 않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아씨들’은 출간되자마자 큰 성공을 거뒀고 지금까지도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고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올컷은 ‘작은아씨들’의 성공 후에도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으며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여성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알려져있다. 

각색을 맡았던 거윅 감독은 소설 속 대사를 최대한 많이 시나리오에 담았다. '레이디 버드'로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했던 거윅은 이번 작품 역시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원작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개성강한 19세기의 여성들의 모습을 21세기의 관객들에게 호소력 있게 그려내면서 특히 많은 여성 관객들의 감동을 이끌었다. 

 

원작자 올컷이 자신을 투영한 둘째 '조' 역할의 시얼샤 로넌. 치밀한 캐릭터 분석으로 주연배우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사진=네이버영화
원작자 올컷이 자신을 투영한 둘째 '조' 역할의 시얼샤 로넌. 치밀한 캐릭터 분석으로 주연배우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사진=네이버영화

캐스팅 역시 돋보인다. 맏언니 ‘메그' 역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엠마 왓슨'이 맡아 맏딸다운 책임감있고 다정한 캐릭터를 연기했고, 셋째 '베스' 역에는 호주 출신 '엘리자 스캔런'이 장편 영화 데뷔 첫 작품으로 가녀린 소녀역을 잘 소화했다. 막내 '에이미' 역의 '플로렌스 퓨'는 '레이디 멕베스' 와 곧 개봉할 '블랙 위도우'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으며, 욕심많은 막내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당당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역할을 잘 소화했다. '로리' 역의 할리우드 블루칩 '티모시 샬라메' 역시 자매들과 우정을 나누는 청년의 모습을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무리없이 연기했다. 

가장 눈에 띠는 배우는 올컷과 거윅 모두 자신들의 분신처럼 여겼던 '조' 역할의 시얼샤 로넌이다. 2007년 '절대로 네 여자가 될 수 없을 거야'로 데뷔한 로넌은 '레이디버드'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뮤지컬 코미디 부문)을 수상했던 연기파로, 작가를 꿈꾸는 독립적인 여성을 연기했다. 극중에서 '조'는 "여자도 감정만이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고, 외모만이 아니라 야심과 재능이 있어요. 여자에겐 사랑이 전부라는 말에 신물이 나요"라면서 결혼을 여성 행복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던 19세기 여성관에 반기를 든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재현한 네 자매의 19세기풍 의상 또한 눈길을 끈다. '미녀와 야수', '오만과 편견'등의 의상을 담당했고 '안나 카레리나'로 오스카 의상상을 수상한 디자이너 재클린 듀런이 의상을 맡았다. 듀런은 빅토리아 시대의 사진집부터 1860년대 화가들의 그림 등을 참고하여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을 가미한 의상들을 만들어 냈고, 이 영화로 92회 오스카 의상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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