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받던 제약‧바이오주…코로나19로 반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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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받던 제약‧바이오주…코로나19로 반전 드라마?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3.30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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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관련주 상승률 300%에 달해
진단시약 이어 치료제‧백신 관련주 주목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국내증시 주요지수가 ‘바닥’을 지나는 과정에서 제약‧바이오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임상 관련 연이은 악재에 위축됐던 제약‧바이오주 투자심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되살아난 덕분이다.

시장의 관심은 코로나19 진단시약 개발기업을 넘어 치료제‧백신 관련 기업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다만 과도한 기대감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제약업종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1.20포인트(6.08%) 오른 7700.26에 장을 마쳤다. 지난 24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 12월 30일 종가(7644.59)와 비교하면 0.73% 올랐는데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19.07%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의약품업종지수 또한 30일 전날보다 41.86포인트(2.26%) 상승한 1만925.20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종가(1만1031.00)보다 0.96% 떨어졌지만 코스피 하락률(21.87%)에 비하면 ‘선방’ 평가를 받는다.

◆ 코로나19 진단시약 업체 줄줄이 상한가

국내증시를 휘청케 했던 코로나19가 제약‧바이오주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유럽에 앞서 한국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관련 사업이 한발 빠르게 진행됐다. 이들 기업은 진단시약을 비롯해 치료제와 백신 등을 개발, 국내 생산‧판매는 물론 해외 수출까지 노리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받기 시작한 기업들은 코로나19 진단시약을 개발한 곳들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는 긴급 사용 승인제도를 통해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 등 5개 업체의 진단시약 사용을 허용했다.

이중 유일한 상장사인 씨젠의 30일 종가는 12만1000원으로 지난해 12월 30일(3만650원) 대비 294.78% 올랐다. 이달 27일 주가는 장중 14만100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씨젠은 식약처 승인을 받은 진단시약(Allplex 2019-nCoV Assay)을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 공급할 계획이다.

솔젠트 지분을 가진 EDGC(이원다이애그노믹스) 주가는 지난 25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마감, 30일 1만8900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상승률은 253.27%에 달한다. 솔젠트는 우크라이나에 코로나19 진단시약 10만명 분량을 수출한 데 이어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노믹트리가 코로나19 진단시약 미국 수출 소식에 30일 상한가인 2만1300원에 장을 끝냈다. 더불어 랩지노믹스(379.65%), 진매트릭스(376.42%), 피씨엘(136.97%), 엑세스바이오(130.10) 등이 진단시약 수출 기대감을 바탕으로 올해 높은 상승률(지난해 12월 30일 종가 대비)을 기록했다.

자료=한국거래소

◆ 시장의 관심은 치료제‧백신 개발 기업으로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치료제‧백신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제약기업 입장에선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이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직 코로나19 치료제가 출시되지 않은 만큼 발 빠르게 움직이면 승인‧판매절차가 속전속결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앞서 셀트리온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의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우선순위 협상자로 선정됐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용 '단클론 항체 비임상 후보물질 발굴 사업'을 진행, 올 7월 임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합성 항원 기반 코로나19 서브 유닛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며 올 9월 임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두 기업 주가 또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 모기업 SK케미칼 주가는 30일 각각 18만5000원, 8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30일 종가(18만1000원) 대비 2.21%, SK케미칼은 같은날 종가(6만4000원)에서 36.41% 올랐다.

또 진원생명과학이 30일 ‘핵산 백신 플랫폼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 개발 사업’ 우선순위 협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진원생명과학 주가는 이날 상한가로 직행, 9930원에 거래를 끝냈다. 지난해 12월 30일 종가(2410원)보다 312.03%나 올랐다.

현재 코로나19 임시 치료제로 사용되는 에볼라치료제 ‘렘데시비르’와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등과 관련된 기업 주가 역시 급등했다. 클로로퀸 성분이 있는 말라리아치료제 ‘옥시퀸정’을 생산하는 텔콘RF제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클로로퀸 긴급 사용 승인 소식에 30일 상한가인 4920원으로 마감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매년 독감처럼 유행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면서 치료제‧백신 기업의 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 메르스는 유행 이후 환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코로나19는 다르다”며 “독감처럼 매년 백신을 접종하고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 코로나19 진단, 치료, 예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밝혔다.

◆ “불확실성 영역…신중하게 접근해야”

다만 코로나19 관련 제약‧바이오 기업에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로나19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데도 불확실한 정보로 제약‧바이오주 동반 상승세에 편승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탓이다.

대표적으로 신풍제약의 경우 30일 전 거래일 대비 13.46%나 오르며 1만4750원으로 마감했다. 올 들어 상승률만 103.73%에 달한다. 주가는 신풍제약이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보유했다는 소식에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피라맥스 성분인 피로나리딘과 코로나19 치료와의 상관 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코로나19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향후 코로나19 주기적 유행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치료제‧백신 개발 기업의 가치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계에선 코로나19가 그야말로 ‘신종’인 만큼 코로나19의 활동 행태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사스, 메르스처럼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다. 주기적으로 유행하더라도 그 주기가 1년 이상으로 길어질 수 있고 유행하는 규모도 현 상황보다 작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병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만들어지는 신규 시장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자 관점에선 신규 시장 생성 여부와 규모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치료제‧백신에 대해 좀 더 보수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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