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계 '100년만의 최대 위기'...넷플릭스 개봉 등 고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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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계 '100년만의 최대 위기'...넷플릭스 개봉 등 고육지책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3.3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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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직격탄...영화인들 생계위협 느낄 정도
CGV는 일부 상영관 휴관...롯데시네마는 임원 임금 반납등 자구책
개봉연기도 잇달아...기대작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로 방향 돌려
18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한산한 모습이다. 지난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총 관객은 3만6천447명으로 집계됐다. 2004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한산한 모습이다. 지난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총 관객이 3만6천447명으로 집계됐다. 2004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작년 5월 프랑스 칸 국제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후 봉준호 감독은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인데, 마침 올해가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칸 영화제가 한국 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줬다"며 한국영화계의 큰 기쁨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 후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미국 아카데미로부터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100년만의 기쁨도 잠시, 2020년 한국 영화계는 100년만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제 1의 원칙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중 하나가 됐다.

사냥의 시간 촬영 장면.사진=네이버영화
'사냥의 시간' 촬영 장면.사진=네이버영화

 

한국영화감독협회, 코로나19로 초토화된 국내 영화계 지원 요청 
한국영화감독협회 양윤호 이사장은 지난 25일 오전 '한국영화감독협회 코로나19 긴급성명서'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 한국 영화의 위기와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양 이사장은 "한국 영화계는 코로나19로 100년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영화관 관객 숫자는 매주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고 영화 촬영 현장은 멈추거나 세트로 대체되면서 그 피해 규모도 날이 갈수록 커지는 중"이라면서 "민간의 극장들은 고통 분담을 위해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 중이다. 대형 극장 체인들은 중소 입점 업체의 임대료를 인하하고 있고 임대 매장 또는 재임대 매장의 임대료를 최대 35% 인하한 곳도 있다. 현장의 제작사들과 투자사들도 대책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밝혔다.

양 이사장은 제작이 연기돼 일시 해고됐거나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영화인의 고용 지원금을 즉시 지급해 줄 것을 호소했다. 2020년 정부 예산안에 편성된 영화 발전 기금은 1015억원이며 전년 대비 247억원이 증액된 규모로 알려져있다. 

아울러 "극장이 위험한 곳이 아니라 공포가 훨씬 위험한 것이다. 관객 여러분께 안전하게 영화 보기 캠페인을 조심스레 제안 드린다"고 조심스럽게 해결안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상영관 휴관CG에 들어간 CGV와 롯데시네마.사진=연합뉴스
일부 상영관 휴관에 들어간 CGV와 자구책 마련에 나선 롯데시네마.사진=연합뉴스

 

CGV 상영관 직영점 30% 휴관키로...롯데시네마는 무급휴가 등 자구책

최근 전체 영화 관람객은 하루 2만5천명 수준으로 급락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통합전산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최저치다. 극장들은 방역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나 시민들의 불안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가 지난 주말부터 35개 극장의 문을 닫았다. 전국 직영점의 30%가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객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계속 했으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체 극장 116개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전국 35개 극장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잠시 휴관하는 극장은 서울 대학로, 명동, 수유, 청담씨네시티, 피카디리1958, 하계점 등이다. 정상 영업을 하더라도 일부 상영관만 운영하는 '스크린 컷오프'(Screen cut off)를 시행한다. 또한 CGV용산아이파크몰과 왕십리, 영등포점을 제외한 모든 극장에서 총 상영 회차를 3회차(9시간)로 축소 운영한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하루 상영 회차는 7회 이상이었다. 극장이 축소 운영됨에 따라 전 임직원은 주3일 근무 체제로 전환하며 CGV측은 휴업에 따른 휴업 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도 임원 임금 20%를 자진 반납하고 직원들은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가를 쓰도록 하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당분간 영업을 계속할 계획이지만 "추후 상황에 따라 영업 중단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관 매출이 곧 영화 산업계로 연결되는 수익 구조상, 극장이 문을 닫으면 투자, 제작, 배급 등 영화관 전 분야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고, 영화업계 종사자 8만여명의 생존권도 위협받게 된다. 이에 극장들은 '좌석간 거리 두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관객의 좌석 배정 시 전후좌우 최소 한 자리씩 띄어 앉기를 적용하는 것이다. 롯데시네마는 최소 두 좌석씩 주변 관객과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고 메가박스는 홀수열 좌석 예매를 제한해 좌석 간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있다.

한차례 개봉 연기끝에 넷플릭스로 공개를 결정한 '사냥의 시간'. 사진=네이버영화
한차례 개봉 연기끝에 넷플릭스로 공개를 결정한 '사냥의 시간'. 사진=네이버영화

개봉 연기에 이어 넷플릭스로 방향전환 하기도

영화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예정됐던 개봉 일정들의 변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결백', '콜', '기생충: 흑백판', '후쿠오카', '침입자', '뮬란', '나의 촛불', '콰이어트 플레이스2', '블랙 위도우' 등이 시사회 및 홍보 일정 등을 전면 취소하며 개봉을 잠정 연기했다. 관객이 급감하고 상영관들도 축소 상영을 시행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한차례 개봉연기를 발표했던 윤상현 감독의 추격 스릴러 영화 '사냥의 시간'은 다음달 10일 넷플릭스로 공개된다. 지난 달 열린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돼 해외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사냥의 시간'은 4월10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 29개 언어로 동시 공개된다. 베를린 영화제의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된 한국 영화는 '사냥의 시간'이 최초다.

배급과 투자를 담당했던 리틀빅픽처스는 “오랜 기다림 끝에 넷플릭스를 통해 <사냥의 시간>을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가장 효과적이면서 더 많은 관객들에게 저희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기대 아래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4명의 친구들과 이를 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의 결투를 그린 영화로 '파수꾼'으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던 윤성현 감독이 연출했고, 기생충에서 열연한 '최우식'을 비롯, 이제훈, 안재홍, 박정민, 박해수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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