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트렌드] 코로나19의 진풍경 '드라이브 스루', 어디까지 진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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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트렌드] 코로나19의 진풍경 '드라이브 스루', 어디까지 진화할까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3.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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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drive, 운전하다)와 '스루'(through 혹은 thru) 결합한 말
판로 막힌 신선식품 차안에서 구입…친환경 농산물부터 수산물까지
아이들 위한 장난감과 책 대여도 드라이브 스루로 가능해

 

여주시 평생교육과 여주시립도서관은 지난 16일부터 ‘책 드라이스 스루’ 안심대출서비스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여주시청
여주시 평생교육과 여주시립도서관은 지난 16일부터 ‘책 드라이스 스루’ 안심대출서비스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여주시청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주목받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식 드라이브 스루 검사는 정확성이 낮다면서 도입 계획이 없다며 무시하던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들도 이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 검사의 신속성과 안전성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다.

'운전하다'라는 뜻의 '드라이브'(drive)와 '~을 통해' 라는 뜻의 '스루'(through 혹은 thru)를 합친 '드라이브 스루'는 우리말로 하자면 '승차 구매'라는 뜻이 된다. 패스트푸드전문점, 커피전문점, 주유소 등에서 차를 타고 통과하며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방식이다. 1930년 미국 은행에서 입출금 서비스로 처음 시작되었다고 알려졌다. 

국내에는 맥도날드가 1992년 국내 최초로 부산 해운대점에 드라이브 스루 플랫폼인 ‘맥드라이브’를 도입했으며, 현재 맥도날드 전체 매장의 약 60%가 드라이브 스루로 운영되고 있다.

사회전반적으로 비대면, 비접촉이 권고되는 가운데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도입한 지자체들의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경기 용인시는 2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시청 광장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마켓'을 연다. 사진=용인시청
경기 용인시는 2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시청 광장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마켓'을 연다. 사진=용인시청

◆판로 막힌 신선식품 차안에서 구입…친환경 농산물부터 수산물까지

경기 용인시는 2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시청 광장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열기로 했다. 

용인시와 농협중앙회 용인시지부가 코로나19로 농산물 출하에 어려움을 겪는 관내 농가를 돕기 위해 마련한 이번 행사. 얼갈이배추, 시금치, 오이, 대파, 쪽파, 콩나물 등 6개 품목의 친환경농산물이 들어 있는 꾸러미와 수국, 딸기 등을 시중가보다 30%가량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처럼 차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한 뒤 차 안에서 주문과 결제를 마치면 농협 직원들이 차 안으로 주문한 농산물을 실어준다.

용인시 관계자는 "어려운 농가도 돕고, 타인과 접촉하지 않고도 신선한 농산물을 편리하게 살 수 있다"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고 말한다.

충북 문경시는 이번 주말 문경새재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 도시락’을 도입한다. 음식점에서 메뉴를 선택하면 30분 뒤 음식을 도시락으로 받아 주변 공원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수협중앙회도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서울 노량진수산시장과 강서공판장에서 차에 탄 채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판매 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이달 26일, 강서공판장에서는 다음 달 6일 시작한다.

수협은 드라이브 스루 판매를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어 고객들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듬회는 사전 주문 없이 정상가 대비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경북 구미시 장난감도서관에서 한 회원이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해 장난감을 대여하고 있다. 사진=구미시청
경북 구미시 장난감도서관에서 한 회원이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해 장난감을 대여하고 있다. 사진=구미시청

◆아이들 위한 장난감과 서적 대출도 드라이브 스루로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라면 최근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개원과 개학이 연기되면서 한창 뛰놀아야 할 아이들이 집에만 머물러야 하니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아이들이 집안에서도 알차게 시간을 보낼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장난감과 도서 대여가 '드라이브 스루'로 시행되고 있다.

전주시는 코로나 19 장기화로 집에만 있는 영유아들을 위해 장난감 대여 서비스를 신설했다. 신청자들은 미리 전화로 장난감을 요청하고 1시간 뒤부터 받을 수 있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직원들이 승용차의 조수석에 장난감을 넣어준다. 

전주시의 차량을 통한 장난감 대여 서비스는 3곳의 장난감도서관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평일에 진행된다. 구미시도 카카오톡 또는 전화 예약을 통해 장난감 대여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속초시립도서관은 도서 대출에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하여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

도서 대출을 원하는 회원들은 속초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1인당 5권 이내에서 대출 예약을 한 뒤 다음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도서관을 방문, 현관 앞 주차장에서 승차한 채 직원이 가져다주는 신청 도서를 받아 가면 된다. 반납은 도서관 현관에 설치된 무인반납기에 도서를 투입하면 된다.

한달 째 휴관중인 울산도서관 역시 평일 오후 3시까지 신청을 받아 다음날 오후 2~4시 주차장 배부처에서 책을 건네주고 있다.

코로나 19 감염사태가 진정되면 번득였던 '드라이브 스루' 아이디어들은 어떻게 될까. 이전으로 돌아가 없었던 일처럼 이들 아이디어는 사장될까. 반대로 비대면, 비접촉의 편리함을 기억하는 우리의 뇌가 '드라이브 스루'를 또한번 진화시켜낼까.

접촉이 그리운 이들은 오프라인 서비스를 찾아 접촉의 손길과 눈길을 나눌테고, 접촉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은 '드라이브 스루'의 편안함에 더 빠져들지도 모른다. 핵무기 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의 침공을 통해 우리 인류는 연대(solidarity)를 배웠을까, 고립을 배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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