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코로나 19 공포 체감하는 在美 동포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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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코로나 19 공포 체감하는 在美 동포의 하루
  •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 승인 2020.03.25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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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도 많이 줄어
인구 많은 대도시이외 지역은 안정세
코로나19 확산 아직 정점찍진 않은 듯
권영일 객원기자.
권영일 객원기자.

[오피니언뉴스=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2020년 3월 xx일. 오늘도 아침 뉴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온통 도배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예산법에 서명했다는 것부터  조지아주 대표 미술관인 하이 뮤지엄(High Museum of Art)이 잠정 휴관에 돌입한 가운데 ‘ 미술관 온라인을 즐기는 법’을 회원들에게 공지했다는 것까지… 

그 가운데서도 애틀랜타광역시 내에서도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시 정부가 관할 구역내 실내 영업 금지 행정 명령(Executive Orders)을 내렸다는 뉴스는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한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가? 아니면 내가 한인생활권에 속해 있어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인가?  

조지아주내 한인들 타격 커 

스와니시는 20일 오후 3시(현지시간)부터 체육관, 피트니스센터, 영화관, 볼링장, 공연장, 기타 대중이 몰리는 장소에서 영업행위는 금지했다.  도라빌시도 21일 자정부터 식당 및 술집의 실내 영업을 금지했다. 소매상과 요식업을 주로 하는 한인들이 받는 타격은 거의 그로기 수준이다.

그럼 내가 사는 캅카운티는? 아마 시간 문제일 것 같다.  ‘만약 가게가 문을 닫는다면 대처방안은?’ 머리가 아프다. 그 때가서 생각하자. 그래도 연방정부는 SBA Loan(중소기업을 위한 융자)를 알선해주고, 은행에서는 모기지(mortgage) 연장을, 주정부에서는 렌트피를 못내도 몇 달 동안 퇴거(eviction) 금지를 보장해준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또한 IRS(국세청)은 조만간 1000~1200 달러를 두번씩 납세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한편, 세금납부도 3개월 연장해준다고 하니 그나마 숨통이 튈 것 같다.   

한가한 오전 시간을 이용해 운전면허증을 갱신하기로 했다. 혹시 관공서가 문을 닫으면 면허기간이 지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나 주정부에서 유예기간이나 대처방안을 마련해 주겠지만, 미국행정기관의 특성상 시간이 많이 걸려 번거롭다. 옆지기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니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고 권했다.

현지시간 지난 22일 오후, 미국 애틀랜타주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권영일 객원기자.
현지시간 지난 22일 오후, 미국 애틀랜타주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권영일 객원기자.

마스크 없이 일회용 고무장갑으로

조지아 운전면허 서비스센터(Georgia Department of Driver Services). 평소 같으면 수십명이 대기해야 할 이 곳에는 한산하다. 몇 명만이 앉아 대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서비스센터 직원들도 단지 일회용 고무장갑을 끼고 근무할 뿐이다. 

미국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한인 그로서리 마트에 가면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종종 눈에 띄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현지인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병원에선 N-95 마스크가 부족하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의사는 수술할 때도 마스크가 부족해 일주일에 한두 개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했다. 일회용 마스크는 많으나 N-95에 대한 일반인들의 구매가 늘어나자 정작 필요한 전문인들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인 형상인가 보다.

우리 가게에서도 어제부터 고객 가운데 몇 명씩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옆지기는 우리도 마스크를 하고 일하자고 하지만, 괜히 환자처럼 보여 고객들이 오해할까 꺼림직 하다. “상황을 봐서 …” 손님들이 마스크를 하는 숫자가 눈에 띄게 많아지면 우리도 어쩔 수 없으리라.

서울에 사는 동생이 꼭 마스크를 하라고 귀가 따갑도록 얘기한다. 생활환경의 차이일까? 아니면 문화의 차이일까? 미국은 한국보다 인구밀도가 낮고,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생활공간의 주를 이룬다.  대중교통도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인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코로나19가 대거 확산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간다.  

도시기능 마비된 시카고

돌아오는 길에 시카고에 있는 친구와 전화통화를 했다. 시카고는 애틀랜타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 같다.

길거리엔 다니는 차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매일 출근하는 시간이 단축된다고. 평소 출퇴근 시간이 1시간 10분정도 걸렸으나, 그저께는 하이웨이를 평균시속 80마일로 바람처럼 달려 40분만에 출근했다고 했다. 오늘은 90마일로 달려 출근시간이 30분으로 신기록을 세웠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시카고 선물거래소가 지난주부터 문을 닫은 탓인지 지인 가게의 손님은 하루 1, 2명에 불과하단다. 종업원은 지난 화요일부터 임시 무급휴가를 실시했다. 오늘도 손님이 한 명 밖에 없어 일찍 문을 닫을 거라고 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부터 외출금지령을 내린 LA도 마찬가지다. 카톡을 보내온 친지에 따르면 온 도시가 마비가 됐다. 거리의 차량도 평소의 10분이 1수준이다.

이들 도시에 비하면 애틀랜타는 아직 상황이 괜찮은 편이다. 역병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아직은 전장에서 좀 떨어져 있는 기분이다.  보이지 않는 전선이라 언제 터지질 모르지만.

주말 대형마트 계산대 풍경. 평소와 마찬가지로 크게 붐비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초기보다 시민들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점차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사진=권영일 객원기자.
주말 대형마트 계산대 풍경. 평소와 마찬가지로 크게 붐비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초기보다 시민들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점차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사진=권영일 객원기자.

사재기 소동 지나고 안정감 찾아 

이같은 북새통 속에서도 세월은 흐른다. 어느새 거리에는 벚꽃이 활짝 피었다. 자연은 세상의 어지러움과 상관없이 여전히 밝고 예쁘다. 봄은 왔건만 봄이 아니다.  오후에 샘스 클럽(sam’s Club)에 들렸다. 아직도 화장지, 손세척제 등의 매장대는 텅 비었지만, 다른 많은 품목들은 그대로 쌓여 있다. 사람들도 크게 붐비지 않는다. 평소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평소 알고 지내는 종업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예전 같으면 허그를 하며 안부를 물었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가볍게 팔꿈치와 발을 부딪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지난주말 코로나19가 전세계로 급속히 퍼지면서 위기가 고조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드려 발빠르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태추이가 예상되는 만큼, 최소한 2주 이상 지속될 수 있는 외출금지령에 대비해 온 국민들이 각자 식량과 생필품을 넉넉하게 준비하느라 일시 사재기 현상이 있기도 했다. 

뉴스에서 보고 들은 대로 물, 냉동식품, 건조식품, 통조림 등 먹거리와, 화장지, 비누, 샴푸, 손세척제 등 위생 관련 생활필수품들이 일시적으로 동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듯하다. 하긴 보통 1주일씩 한꺼번에 장을 봐서 냉장고에 저장해 놓으니, 2주분이라고 해봐야 1주일에 한 번 더 장을 본 셈치면 된다. 2주분의 일용할 양식이 생각보다 크게 많은 것은 아니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아직까지 최고점에는 도달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정부가 선제적 안전조치에 주력하고 있고 국민도 비교적 차분하게 협조하고 있다. 고비를 잘 넘기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권영일 객원기자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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