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갈리는 재택…제조업 출근·IT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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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에 갈리는 재택…제조업 출근·IT 연장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3.23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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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삼성전자·SK이노 등은 출근 체제
네이버·NHN·SK텔레콤 등은 재택근무 연장
현장 출근 필수인 업종·IT 인프라 구축 여부에 따라 갈려
중소기업은 비용 문제로 재택근무 어려워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코로나19가 국내 산업 생태계를 덮치며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음에도 사무실로 출근하고 현장으로 복귀하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반면 한쪽에서는 재택근무 체제를 연장하거나 오히려 공고히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자동차가 코로나19로 미국·유럽·인도 공장이 가동 중단되자 위기에 긴급 대응하기 위해 23일부터 본사 직원의 재택근무를 해제했다. 사진은 울산공장으로 출근하는 직원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코로나19로 미국·유럽·인도 공장이 가동 중단되자 위기에 긴급 대응하기 위해 23일부터 본사 직원의 재택근무를 해제했다. 사진은 울산공장으로 출근하는 직원들.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보다 무서운 '셧다운'에 비상 경영 체제 가동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가속화 되자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방역에 만전을 기했던 기업들 중 일부가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위기 대응을 시작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생산은 거의 마비 상태다. 지난주 유럽과 미국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이날 인도 공장도 임시 폐쇄됐다. 터키와 브라질 공장은 아직 가동 중이지만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가 가속화 됨에 따라 이들 공장의 '셧다운'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이처럼 해외상황이 심각해지자 현대차는 지난달 27일부터 실시한 본사직원 재택근무를 23일을 기점으로 중단했다. 임산부나 평소 지병이 있는 직원을 제외한 전 직원이 시간을 분산해 출근하는 '유연 근무제'로 체제를 전환했다.

또 현대차는 급감한 판매량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18일 주 40시간 체제를 한시적으로 60시간까지 늘리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한 상황이다. 기아차는 화성공장에서 수년만에 특근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 사업부인 반도체가 장비공급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위태로운 상황이다. 특히 이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인도 공장이 인도 정부의 긴급 명령에 맞춰 가동 중단 됐다. 

삼성전자는 재택근무를 하지 않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 중이다. 그리고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와 세계 곳곳에 위치한 공장들의 정상 가동을 위해 TF의 기능을 해외사업장까지 확대시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2주 간 구미사업장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점검하며 현장 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연일 폭락세를 이어가는 국제유가 때문에 재고 자산 평가 손실이 크게 늘어났다. 또 유럽 완성차 공장들이 문을 닫으며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책임자들과 필수 인력을 출근시켰다. 또 재택근무자들은 근무 시간을 연장시켜 비상 상황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IT 기업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맞춰 재택 연장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는 기업들도 있다. 게임·포털·통신 업계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한다. 네이버도 지난 26일부터 시행한 재택근무를 매주 연장하고 있다. 부서를 2개 조로 나눠 순환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한 엔씨소프트는 내달 3일까지 진행한다.

NHN은 지난주부터 '하이브리드'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협업이 필요한 직원들만 출근하고 다른 날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 다른 게임 업체들도 재택근무 중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재택근무를 연장하지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SK텔레콤은 당초 이날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해제하고 자율적 재택근무로 전환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정세균 총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차 강조하자 22일 "3월 말까지 재택 근무를 유지한다"고 전했다.

순환 재택근무를 실시하던 KT는 지난 20일부터 자율적 재택근무로 전환한 상태다. KT관계자는 "재택근무 연장 여부는 매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자율적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LG유플러스도 지금 체제를 유지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통망 안정화, 5G 인프라 구축 등 코로나19들로 미뤄뒀던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재택근무에 변화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파이낸스센터 과기정통부 영상회의실에서 '재택·원격근무 솔루션 기업 원격 영상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소기업 위한 지원을 논의했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
지난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파이낸스센터 과기정통부 영상회의실에서 '재택·원격근무 솔루션 기업 원격 영상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소기업 위한 지원을 논의했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

 

◆ 업종 특성·인프라 구축 여부에 따라 갈려

이처럼 기업별로 재택근무 여부가 나뉘는 것은 각 업종별로 가진 특성과 인프라 구축에 기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취업플랫폼 인크루트가 직장인 8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재택근무 실태' 설문조사 결과 '재택근무를 하지 못한다'는 사람들의 29.9%가 '업무 특성상 불가능'이라고 답했다. 이어 ▲회사가 재택근무를 고려하지 않는다(19.3%) ▲확진자가 나와야 할 계획인듯 하다(15.5%) ▲ 재택근무 환경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14.7%) 순서로 나타났다.

또다른 취업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1089개사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확산 방지를 위한 근무실시 의향' 설문조사에서는 금융·보험(73.3%), 정보통신·IT(58.8%)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반면 제조(29.7%), 건설(20.8%) 등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제조업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해야 할 신차 주문이 많이 밀려있다. 오는 28일에는 현대차 (국내)전 공장이 특근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또 기아차 화성공장의 경우 쏘렌토·K3·K5 등 인기 차종 생산이 많이 밀려 있어 수년 만에 주말 특근을 할 수도 있다. 일단 계획은 잡아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IT업종은 상대적으로 원격 제어 시스템이나 비대면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정보통신이라는 특성상 어디에서나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계속 재택근무 체제를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NHN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해도 별 문제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 하다"면서 "NHN의 경우 출근을 하는 날도 있는데 이는 오히려 '하이브리드' 근무의 효율을 높여주는 시스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상황이 다르다.경우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라고 답한 중소기업은 23%라는 다소 저조한 수치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절반이 채 안된다.

이들 회사들은 현장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업종도 있지만, 인프라 비용 때문에 재택 근무를 시행하지 못하거나 다시 출근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직원이 6명이라는 한 중소 IT기업 관계자는 "일단은 각 기업들이 한시적으로 무료 제공하는 협업툴을 사용하고는 있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지만 차후 부과될 월 수십만원에 달하는 비용은 회사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재택근무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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