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마스크 끼게 하는 세상에 던지는 경고...레이첼 카슨著 ‘침묵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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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마스크 끼게 하는 세상에 던지는 경고...레이첼 카슨著 ‘침묵의 봄’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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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 선정,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중 1人 레이첼 카슨이 쓴 환경 분야의 고전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환경 파괴 경고...'지구의 날’ 제정 계기 되기도
레이첼 카슨,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타임 지 선정,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중 한 명인 레이첼 카슨. 사진=onwingsofwaste.org
타임 지 선정,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중 한 명인 레이첼 카슨. 사진=onwingsofwaste.org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내가 사는 지구의 환경이 지금처럼 걱정된 적이 있을까. 내가 맡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식품의 안전을 한 번쯤은 의심하며 보게 된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어렸을 때는 그 모든 것이 안전했을까. 그때는 내가 맡았던 공기, 마시던 물, 먹었던 식품 모두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그것들 모두 깨끗하고 아무런 오염이 없었을까.

수십 년 전에도 산업화와 도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와 식량 증산을 위한 농약 살포 때문에 사람들은 오염된 공기와 식품을 접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야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끼기 시작했고 식품의 친환경을 따지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어느 날 갑자기 미세먼지가 나타나고 친환경을 생각하게 된 걸까.

사람들이 예전에 미처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되어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갑자기 환경 문제가 터진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서서히 오염되고 영향을 끼치는 자연환경을 바로 알게 되었다. 성장만이 최고 가치였을 당시에는 그냥 넘어간 문제가 그다음 세대인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람들이 환경을 걱정하게 된 것은 그만큼 문제가 커진 이유도 있지만, 우리에게 생태 환경이 위협받는 상황을 경고한 학자들과 운동가들의 활동 덕분이기도 하다. 그런 환경주의자는 물론 세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책을 소개한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다.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펴냄.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펴냄.

 

레이첼 카슨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녀는 환경의 중요성을 세상에 일깨워준 선각자이기도 하다. 해양생물학을 전공한 카슨은 “시적인 산문과 정확한 과학 지식을 독특하게 결합해 글을 쓴다”는 평을 받았다. 환경에 관한 저술이 많고 특히 핵폐기물의 해양 투척에 반대하며 전 세계에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으로 일컬어지는 ‘침묵의 봄’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한다. 산업계의 극렬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카슨은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중적 인식을 끌어내며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와 현대적인 환경운동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 책을 계기로 미 의회에서는 환경 문제를 다루게 되었고 ‘국가환경정책법안’을 채택했다. 그리고 ‘지구의 날(4월 22일)’ 제정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침묵의 봄’은 살충제의 위험을 경고한다. 이 책이 쓰인 1950년대 미국은 전쟁에서 승리한 풍요롭고 부유한 국가였다. 성장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분위기에서 성공을 방해하는 모든 장애물은 싹 쓸어버리는 게 당시 덕목이었다. 특히 전쟁 승리에 이바지한 무기를 만들어 낸 화학 기술과 방대한 땅을 가진 미국이 만나서 살충제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목축지와 경작지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가축을 기르고 작물을 재배하기 편하게 그 지역을 정리해야 한다. 그때 제초제가 큰 힘을 발휘한다. 쓸모없는 잡초들을 싸고 빠르게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목축과 경작에 방해되는 곤충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살충제가 살포되었다. 땅이 넓은 미국은 약을 뿌릴 때 비행기를 이용했다. 하늘에서 농약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침묵의 봄’은 살충제의 위험성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살충제의 목적과는 상관없는 다른 생물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한다. 전쟁 무기가 전쟁 당사자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인까지 살상하는 것처럼.

제초제를 뿌리자 없애 버리고자 한 식물뿐 아니라 그 근처에서 자라고 있는 다른 식물들도 함께 시들어 갔다. 목축과 경작에 해가 되는 곤충을 없애기 위해서 살충제를 뿌렸지만, 그 근처의 새들도 죽었고, 야생동물은 물론 가축들도 죽었다. 심지어 인근에 살던 주민들도 고통을 받거나 죽어 나갔다.

이렇듯 살충제는 즉각적으로 생물에게 영향을 주지만 서서히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늘에서 뿌려진 유독물질은 땅에 스며들고 식물에 흡수되고 하천과 호수에도 녹아든다.

오염된 땅에서 키운 가축과 경작된 작물에서 그 화학 반응이 나오지만, 사람들은 그냥 먹는다. 오염된 식물을 먹이로 삼는 곤충이나 야생동물들 그리고 그 동물을 먹이로 삼는 육식 동물들에서도 농약 성분이 검출된다. 오염된 물에서 잡힌 물고기에서도 그 성분들이 나온다. 몇 년 후 사람들은 기형아를 낳거나 암에 걸린다. 야생 생물들은 개체가 줄어들거나 그 지역에서 서서히 사라진다.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미국 농장. 사진=pixabay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미국 농장. 사진=pixabay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실제 피해 사례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모든 종을 절멸하는 무분별한 살충제 유포의 폐해를 끝내자고 설득한다. 환경은 물론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 미국의 풍요로운 들판에 화학물질을 마구 뿌려대서는 안 된다고. 그녀는 과학과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확실하고 정확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롭고 상상력 풍부하며 창의적인 접근법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중략) 유독물질 사용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는 현 상황에 대해 근원적인 고찰을 해야 할 것이다. (중략) 원시적 수준의 과학이 현대적이고 끔찍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 곤충을 향해 겨누었다고 생각하는 무기가 사실은 이 지구 전체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325쪽)

 

많은 미국인은 카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그들은 무차별적인 유독물질 살포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한 사람에서 시작한 선한 영향력이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도 퍼져나갔다. 이후 세계는 환경 보호와 생태계 보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기후협약’까지로 확대되었다.

‘침묵의 봄’은 작은 새를 표지 디자인에 사용했다. 죽은 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는데도 피어야 할 꽃은 피지 않고 울어야 할 새들은 울지 않는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 서두에서 묘사한 유독물질 살포로 변하게 될 세상 풍경이다. 그래서 카슨은 봄이 침묵한다고 제목을 지었을까.

지난 몇 년 계절의 변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숨쉬기도 힘든 여름이 오는가 하면 패딩이 무색한 겨울을 보내기도 한다. 거리 풍경도 변했음을 느낀다. 미세먼지 때문에 몇몇이 끼던 마스크를 감염병 때문에 모두가 끼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욕심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닐까. 인간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편리를 위해 자연환경을 조작하고, 굳이 갖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가지려는 욕심 때문에 벌어진.

혼란한 세상은 사람들을 생각에 빠지게 한다.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까,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 고민하게도 한다. 그런 생각이 고민을 낳고 고민은 행동을 낳을 것이다. ‘침묵의 봄’이 그랬던 것처럼.

레이첼 카슨은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라고 했다. 안다면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세상은 올바로 아는 사람들의 행동과 그 선한 영향력을 통해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비록 희생은 따르겠지만, 인류는 승리할 것이고 변화하는 세상에도 힘차게 적응할 것이다. 이런 위기 극복 과정이 가까운 미래에 훌륭한 교과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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