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세계전쟁, 배터리] ④ 기술진화 끝이 없다...원료 공급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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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세계전쟁, 배터리] ④ 기술진화 끝이 없다...원료 공급도 OK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3.10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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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는 셀→모듈→팩 순서 조립·탑재
배터리 셀은 각형·파우치형·원통형 3종
주요 소재인 니켈·코발트 자급 필수
소듐·칼륨·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 연구
GM의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 플랫폼 '얼티엄'. 사진제공=GM
GM의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 플랫폼 '얼티엄'. 사진제공=GM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은 스마트폰 등 소형 IT기기가 초기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따라 차량용 2차전지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이는 배터리가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술은 앞으로 어떤 미래의 길을 걸을까.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성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전기차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로 나뉜다. 어떤 배터리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주행거리는 물론 차량 무게나 디자인에도 영향을 끼친다.

전기차 배터리의 구성 요소인 셀, 모듈, 팩. 사진제공=삼성SDI
전기차 배터리의 구성 요소인 셀, 모듈, 팩. 사진제공=삼성SDI

◆ 셀-모듈-팩, 배터리의 구성 요소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것은 리튬 이온 배터리다. 이는 용기에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을 채워 만든다. 전해액 속에 담긴 리튬 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 충전이 되고, 반대로 이동하면 방전이 된다. 이때 리튬 이온과 분리된 전자가 도선을 따라 양극으로 이동하며 전기를 발생시킨다.

이런 과정이 이뤄지는 배터리를 '셀'이라고 한다. 전기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셀' 수천 개가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셀'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모듈'로 묶고, 또 그 '모듈'들을 묶어 '팩'이라는 형태로 만든다. 전기차에는 최종적으로 '배터리 팩'이 탑재된다.

셀은 부피당 용량이 높아야 효율이 좋다. 그리고 주행 중 충격과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안정성이 필요하다. 일반 IT 기기 배터리보다 훨씬 오래가는 수명도 필수적이다.

여기서 내구성과 안정성을 위해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는데, 이것이 모듈이다. 그리고 모듈을 여러개 모은 후 온도와 전압 등을 관리해주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를 추가하면 '팩'이 된다.

'셀'은 기본적으로 모양에 따라 3가지 형태로 나뉜다. 리튬 이온 배터리 용기의 모양에 따라 '각형 배터리', '파우치(주머니)형 배터리', '원통형 배터리'로 분류된다. 그리고 모두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다. 배터리 제조사는 전기차 회사가 설계한 형태와 제조방식에 따라 다른 배터리를 공급한다.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사진제공=삼성SDI

◆ 배터리 셀의 기본 3가지 형태, 각·파우치·원통

각형 배터리는 사각형 틀을 이용해 패키징한 형태로 삼성SDI와 중국의 CATL의 주력 품목이다. 주로 유럽 전기차와 도요타의 전기차가 사용한다. BMW의 순수전기차 i3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i8이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를 사용한다.

각형은 알루미늄 캔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고 모양 덕택에 팩 조립에 유리하다. 대량 생산시 공정단계가 파우치형보다 간소해 비용이 절감된다. 하지만 금속 케이스 때문에 무게가 많이 나가고 열 방출이 어려워 따로 냉각 장치를 달아야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파우치형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다. 파우치형을 100으로 가정하면 각형은 90정도 된다. 각형이 와인딩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엮어서 돌돌 마는 기법이 와인딩(winding) 기법이다. 돌돌 말린 소재 조합물을 '젤리롤'이라 부르는데, 이는 각형 내부 공간을 완전하게 활용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주행거리가 더 짧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각형이 와인딩 방식이 아닌 스태킹(stacking) 방식도 도입하고 있다. 파우치형에 사용되던 스태킹은 소재를 층층이 쌓는 적층 방식이다. 최적의 공간 활용이 가능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데 좋다. CATL은 이를 활용해 지난해 3월 기존보다 14% 성능을 높인 660Wh/L의 배터리 셀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삼성SDI가 7월 670Wh/L 에너지 밀도의 배터리를 개발했다. 주행거리는 620km 정도다.

LG화학의 파우치형 배터리. 사진제공=LG화학
LG화학의 파우치형 배터리. 사진제공=LG화학

파우치형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주력으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배터리 소재를 층층히 쌓고 그대로 패키징 하기 때문에 내부 빈 공간이 없다. 

각형과 원통형에 비해 설계 자유도가 높다. 긴 모양, 짧은 모양, L 모양 등 전기차 업체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대응이 가능하다. 현대 코나와 아이오닉 일렉트릭, 재규어 i 페이스, 쉐보레 볼트 EV, 볼보 XC6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많은 업체들이 사용한다. 

또 알루미늄 파우치로 패키징 하기 때문에 무게가 가볍고 에너지 밀도도 비교적 높다. 때문에 에너지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각형과 원통형에 비해 생산 단가가 비싼 것이 약점이다.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제공=삼성SDI

원통형은 흔히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형태다. 각형, 파우치형과 달리 표준화 됐다는 특징이 있다. 전기차에 주로 사용 중인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 18mm, 길이 65mm의 는 '18650' 규격이다.

본래 노트북 배터리 위주로 시장을 형성해 온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배터리이기 때문에 가장 싸고 수급 안정성이 돋보인다. 다만 각형과 마찬가지로 젤리롤 와인딩 방식이기 때문에 비교적 에너지 밀도가 낮다.

일본 파나소닉의 주력 품목이며 미국의 테슬라가 대표적인 원통형 배터리 탑재 브랜드다. 모델S 90D는 7000개가 넘는 18650배터리 셀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용량과 크기를 업그레이드 한' 21700' 모델이 주목 받고 있다. 테슬라 모델3가 21700 배터리셀 약 3000개를 탑재한다.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모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출하량 70GWh였던 원통형 배터리 시장은 올해 125GWh, 내년 150GWh로 급성장 할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차세대 테슬라'라고 불리는 미국 루시드 모터스가 하반기 출시할 루시드 에어에 21700 모델을 탑재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LG화학이 2023년까지 단독으로 해당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원통형 배터리는 비단 전기차 뿐 아니라 전동스쿠터 같은 경전기 이동수단 등에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각형에 주력했던 삼성SDI나 파우치형의 LG화학도 원통형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부터 중국 텐진 공장을 통해 월 200만셀 이상의 21700 모델을 양산 중이다. LG화학은 난징 공장의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 18650, 21700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10억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노동자들이 코발트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콩고민주공화국의 노동자들이 코발트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희귀 금속 니켈·코발트 자급 필요

현재 사용되는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다. 이 배터리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LFP(리튬인산철),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이 있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우선 중국의 CATL이 만든다. 본래 밀도가 높아 효율이 좋은 코발트가 들어가는데 희소 금속이다보니 매장량이 많지 않다. 때문에 Fe(철)로 이를 대신한 것이 LFP다. 값싸고 수명이 길지만 무겁고 에너지 용량에 한계가 있다.

NCM은 LFP보다 한 차원 높은 기술로 국내 배터리 3사의 주력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니켈·코발트·망간 비중이 8:1:1인 NCM811과 비율이 5:2:3인 NCM523을 사용한다. 삼성SDI도 NCM을 사용하다가 최근 망간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한 NCA를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원재료의 확보다. 엘사 올리베티 MIT 교수를 비롯한 미국의 재료과학자 네 명의 논문이 실린 에너지 학술지 '줄'에 따르면 리튬과 흑연의 경우 최소한 2025년까지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리튬은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도 있으며 흑연은 추정 매장량이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코발트는 다르다. 코발트는 니켈을 캐며 부산물로 나오는데 니켈의 5% 정도다. 만약 니켈이 과잉 공급으로 생산 중단되면 코발트 생산도 덩달아 멈출 수 밖에 없다.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전경.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전경.

또 다른 경로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구리 광산에서 캐는 코발트다. 구리의 10% 정도 양이지만 구리 생산은 멈출 일이 없다. 그런데 이 곳에서 나는 코발트가 전 세계 생산량의 반이지만 이 이권을 노린 세력간 다툼으로 콩코민주공화국의 정치·경제 상황이 불안하다. 또 이 곳 생산량의 대부분이 중국으로 건너간다.

다행히 한국은 한국광물자원공자, 포스코대우, STX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의 지분 27.5%를, 생산량의 50% 처분권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2015년부터 연간 니켈 6만톤, 코발트 5600톤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해외 광산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며 큰 부채를 떠안게 됐다. 이에 정부로부터 구조조정 명령을 받아 해외광산을 매각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이렇게 되면 국내기업보다 자금력이 월등한 해외기업에 매각될 가능성이 크고, 니켈과 코발트 한국 자급률은 '0'이 된다.

소듐(나트륨)이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솔루션
소듐(나트륨)이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솔루션

◆ 소듐·칼륨·전고체…미래의 배터리 소재

때문에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소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듐(나트륨) 배터리, 칼륨 배터리, 전고체전지 등이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나트륨을 이용한 소듐 배터리는 자원이 풍부하고 대량 생산하면 가격 경쟁력이 높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카이스트의 강정구 교수 연구팀이 급속 충전이 가능한 소듐 이온 기반 배터리를 개발한 것. 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친환경적이고 가격도 저렴해 차세대 에너지 저장소자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칼륨 배터리의 경우 칼륨이 리튬보다 무겁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낮아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렌셀러 공대의 니킬 코라르카트 교수 연구팀이 흑연 음극까지 칼륨 금속으로 대체해 비슷한 성능의 칼륨 배터리를 만들어냈다. 또 합선 문제까지 해결해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소듐배터리와 칼륨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 같은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대면적 전 고체 전지. 사진=생기원 제공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대면적 전고체 전지. 사진=생기원 제공

전고체전지는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리튬 이온을 운반하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 상태로 바꾼 것이다. 발화나 폭발 위험성이 낮고 고전압이나 고온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소형화도 용이해 공간 활용성에도 이점을 보인다. 전해질이 고체라 이를 감쌀 용기도 필요 없어 적층이 가능하고 내열성도 우수하다. 일본 도요타가 전고체전지에 집중하고 있다. 관련 특허도 다른 회사보다 많다.

국내에서는 한국생산기술원의 김호성 박사 연구팀이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없는 전고체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 소재를 사용했고, 나노급 LLZO 고체 전해질 분말을 사용해 에너지밀도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켰다. 또 종래 전 고체 전지보다 수명이 5배 이상 개선됐다고 생기원은 설명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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