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지금이 정의당 독립의 적기(適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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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지금이 정의당 독립의 적기(適期)다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3.0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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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연합정당'에 대한 심상정 대표 반발...기득권 보호 의도일뿐
기득권 일정정도 포기하는 대신 다른 소수정당과 나눠야
무리한 연동형 비례제 대신, 민생노선 혁신하고 미통당 비례대표 확대 막아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전임연구원] 정의당이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맞서는 ‘범진보 비례전용 선거연합정당’의 창당의 성격과 적절성을 놓고 민주당과 일부 시민사회와 논쟁하고 있다.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대표는 2월 28일 자신의 페북에서 ‘선거연합정당’ 설립의 취지를 다음과 밝혔다.
 
“작년 12월 어렵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지만, 현재로서는 그 열매를 미래한국당이 가져갈 상황이기 때문입니다.…지난 3년 이상 선거제도 개혁운동에 전념해 왔던 저로서는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선거제도 개혁논의 당시에 미처 이런 꼼수를 생각하지 못했던 저의 불찰도 큽니다. 그러나 이런 꼼수를 무력하게 방관한다면, 녹색당을 포함한 다양한 소수정당들의 원내진입도 물거품이 될 뿐만 아니라,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제1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거연합 정당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진보진영 '선거연합정당' 창당 논란

하지만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3월 1일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민주당의 지역구 참패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해찬 대표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3월 3일 범여권의 ‘비례연합정당’ 창당 논의와 관련해 심상정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헌적인 위성정당의 배에는 몸을 실을 수 없다”고 했다.

논쟁의 쟁점사항은 ‘비례전용 선거연합정당’의 성격을 ‘위성정당’으로 보느냐, 그렇게 보지 않느냐의 프레임이다. 정의당은 위성정당의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그래야 ‘비례용 선거연합정당’의 창당을 막고, 그동안 민주당 지지자들이 사표방지를 위해 정의당 정당명부에 투표해왔던 비례대표에 대한 배타적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위성정당 프레임은 정의당의 배타적 지분을 보호하는 ‘기득권 이데올로기’로 작동할 수 있다.

반대로 위성정당 프레임으로 보지 않고, ‘선거연합정당’ 프레임으로 보고 정의당이 거기에 참여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대표 등을 포함해서 정의당보다 기득권이 없는 여러 소수정당과 인사들을 배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당연 지금까지 누려왔던 민주당 지지자들에 의한 정의당 비례대표의 배타적 지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정의당의 이러한 위성정당 프레임 원칙이 끝까지 지켜질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정의당 내부에 여러 의견이 있다. 조국사태 때 ‘데스노트’처럼, 이해관계의 조정이 있을 수 있기에 정의당의 원칙이 이후 어떻게 달리질 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진보 진영 시민단체 원로들이 4.15 총선에서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모은 '선거연합 정당'을 결성,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연합뉴스
진보 진영 시민단체 원로들이 4.15 총선에서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모은 '선거연합 정당'을 결성,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연합뉴스

'선거승리지상주의'에 빠진 정의당

어쨌든, 지금 이 순간이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적기라는 생각이다. 민주당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비례전용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거기에 참여해서 지금까지 누렸던 배타적 지분과 기득권을 일정정도 포기하고 내려놓는 대신 그 지분을 다른 소수정당과 나누는 방안으로 독립의 정체성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정의당은 알게 모르게 타성적으로 민주당 지지자의 정당투표에 의존하여 생존하는 사실상의 ‘위성정당’ 역할을 해온 측면도 일정 있다. 이번 논쟁에서 정의당이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을 위성정당이라는 프레임을 씌어서 창당을 막으면서 역으로 일정정도 비공식적으로 자임해온 위성정당의 역할을 뺏기지 않겠다는 속내를 가졌다는 논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번 국면에서 ‘민주당 2중대 역할’에서 벗어나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실현할 새로운 비전 수립과 함께 그 독립시기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이 적기이다.

그렇다면, 심상정 지도부는 ‘민주당 2중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디서 출발해야 할까? 분단속 대통령제와 대조되는 내각제, 연립정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대안을 찾는 환상적인 희망고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한국 진보정당의 상징적 출발점인 민주노동당 창당의 주역인 ‘권영길 기본노선’으로 돌아가는 게 적절하다.

과거 민주노동당 권영길 지도부는 영국 노동당이 양당제 구조에서 자유주의 세력인 자유당과 경쟁에서 승리하고 보수당과의 양당구도를 확보한 방법에 착안했기에, 한국의 ‘분단 속 대통령제 소선거구 양당체제’라는 현재의 권력구조를 인정했다.

그 인정속에서 권영길 지도부는 민주당을 제3당으로 밀어내기 위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와 노동자 조직화 및 민생노선을 강화하는 '하층연대정치'노선에 열중했다. 그 노력은 제17대 총선에서 입증됐다.

하지만 정의당 심상정 지도부는 17대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을 만든 민주노동당 권영길의 기본노선과 달랐다. 거기에서 이탈했다. 심상정 지도부는 분단 속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가 아니라 내각제, 다당제, 연립정부를 가정하고 전제하면서 민주당을 제3당으로 밀어내기 위한 정책경쟁을 사실상 포기했다.

심상정 지도부는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독자적인 민생정치에 전념하기보다는 선거연대 그리고 연동형비례대표제 확대와 결선투표제 실시로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에 전념하는 '상층교섭정치'노선에 열중했다. 심상정 지도부는 이 '상층교섭정치'노선에 중독되고 ‘선거승리지상주의’에 허우적거리면서 결국은 '민주당 2중대 역할노선'의 늪에 빠졌다.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의 역할에서 힘을 쏟는 사이에 변화된 현실을 재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다 죽어갔던 자한당 후계정당이 30%대 지지율로 살아났다. 그 배경은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한당 후계정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대통령제 정부하에서 집권당에 대한 반대당의 반사이득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그리고 정의당 등 범여권이 적대적 공생관계의 진영논리에 갇혀 추진한 '조국 구하기'가 자한당 후계정당의 지지율을 살려낸 것이 아닐까? 범여권은 적대적 공생관계인 있는 자한당 후계정당들을 살려낸 다음 다시 거기에 맞서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적대적 공생관계로 탄생한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정당격인 미래한국당에 맞서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과 야권승리를 막기 위해 ‘비례전용 선거연합정당’으로 맞서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어찌 봐야 할까? 자기모순이 아닐까?

양극단 진영논리 최대피해자된 '정의당'

좌우 극단의 진영논리는 상대를 적폐로 몰아서 죽이려고 하지만 결국 죽이지도 못하고 적대적 공존관계로 인해 상대를 살려주는 역설의 영양분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적대적 공생관계는 적대적 공생으로 살아가는 뫼비우스 띠의 순환 속에 있기에 상대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좀비같은 운명을 만든다.

만약 '극단적인 양당제'가 아니라 중도수렴과 중도확장에 중심을 두는 '온건한 양당제'에 맞춰 탈진영주의에 기초한 협치로 국정운영을 했다면 그 적대적 공생관계가 내뿜는 역설의 영양분 제공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뫼비우스 띠의 순환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진영논리로 가장 손해를 보는 정당은 정의당이다. 진영논리가 약하면 정의당 지지율이 좀 올라가지만 지금처럼 극과 극, 강대 강으로 가면 정의당 지지율은 내려간다. 평소 정의당을 지지하다가도 자한당과 민주당이 진영논리로 강하게 맞서면 정의당 지지자는 전략투표로 민주당을 지지하게 된다.

정의당이 극단적인 보수주의에 맞서는 극단적인 진보주의를 주장할수록 양당제를 강화하는 보조제로서 ‘민주당 2중대’ 역할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진영논리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정의당은 이런 딜레마 구조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방법은 특별한 게 없다. 현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점진적인 개혁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분단속 대통령제 국가인 한국을 무시하고, 마치 우리가 독일인 것처럼 가정하여 환상적인 내각제와 친화적인 의원정수 확대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확대하자는 극단적 주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아예 비례대표를 싹 없애자고 주장하는 극단적 주장에 맞서는 것이다.

민생노선 혁신하고 '선거연합' 들어가야

양극단으로부터 벗어나 균형과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끊임없는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더 나쁜 제도로 변질된 연동형 선거법의 괴물화를 막기 위한 차선책으로 분단속 대통령제와 친화적인 소선거구 선거제도를 기본으로 하되 병립형 비례대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정치권 모두는 누더기와 꼼수로 위성정당들을 허용하는 준연동형 선거법을 만든 책임에 대해 사과하고, 4.15 총선이후 새로운 국회에서 그것을 폐지하고 이전의 ‘병립형 선거법’으로 원상복귀해야 할 것이다. 

정의당은 무리한 연동형 비례제확대 주장 이전에 현행 47석 비례대표라도 많은 의석을 획득하기 위해 민생노선을 혁신하고 강화하는 데 주력하면 어떨까? 민생노선의 혁신이 없는 가운데 불쑥 늘어난 의원정수와 비례의석 확대는 국민 혈세증가에 의한 고비용 저효율 효과로 상위소득 10%를 대변하는 금수저 정당의 비례대표를 더욱 늘려줄 수도 있다. 기존 정당의 기득권을 더욱 확대하는 양날의 칼이 된다는 것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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