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와 함께 하는 함평나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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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와 함께 하는 함평나비축제
  •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
  • 승인 2015.11.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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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자의 逍遙遊를 느끼며 천천히 둘러보면 행복감이 스며든다

 

“나비와 함께 풍요롭고 행복한 세상”

함평나비축제의 주제다.

 

109만㎡(33만평)의 축제장에는 24종, 15만 마리의 나비와 600만 송이의 꽃, 그리고 크고 작은 연못과 다양한 곤충조각물, 나비곤충생태관을 비롯해 나비곤충도서관, 주제영상관, 곤충생태학교 등 여러 전시관과 체험관이 있다.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처럼 느긋하게 천천히 둘러보면 풍요롭고 행복한 마음이 스며든다.

 

함평군립미술관(옛 명칭 갤러리 함평)에는 나비를 주제로 그림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동양화와 서양화, 유화와 수채화, 구상과 추상 등 여러 분야 의 회화작품들이 ‘나비’란 주제로 전시되어 있다. 나비에 대한 화가와 사진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이 재미있다.

 

주제영상관에서는 애니메이션 「아하! 나비구조대」를 30분간 상영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을 고향인 숲으로 인도할 나비구조대를 기다리며 커피 자판기에서 모여 사는 곤충들.

인간이 사는 공간에는 오직 인간에게 선택된 애완동물을 제외하는 반경 5m 이내에 개미나 바퀴벌레, 파리, 모기 등 어떠한 생물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 르네상스 이후 인문주의가 부흥하고 인간중심과 이성만능주의를 거쳐 생명의 존엄성을 얘기하지만, 인간만의 존중이다. 사람들은 인간과 가까운 포유류에 대해서는 미안함 때문인지 생명의 존엄성을 가끔은 논의해 준다.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도 바도르는 개에 대한 애정으로 개고기를 먹는 사람을 야만인이라고 비난하지만 쇠고기 먹는 사람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러한 이율배반은 근본적으로 생명존중이라기 보다는 이웃 개체에 대한 찜찜함을 일시적으로 벗어나려는 회피일 뿐이다.

 

칸트는 자연의 존재물을 목적과 수단으로 설명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무기물은 유기물을 위해 존재하고, 유기물은 식물존재를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고, 식물은 초식동물을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며,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을 위해한 수단으로, 육식동물은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존재한다. 오직 인간만이 항상 목적이며 따라서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항상 목적으로만 대하라고 한다. 계몽주의 사상가로서 인간의 수단화를 반대하여 그 자체로서의 존엄성을 끌어 올렸지만 다른 존재는 인간보다 하위에 둔다.

자연의 순환계에서 인간만이 존엄하고 나머지 존재들은 불필요한 존재로 순환계에서 이탈시켜버리면 결국 자연의 순환계는 파괴되어 재앙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아하! 나비구조대」의 관람을 마치면 주제관바닥을 함평의 하천으로 형상화한

홍보관과 나비와 곤충을 응용한 창작 전시물을 볼 수 있다. 바닥의 지형을 밟으면 벽에 지형에 관한 설명을 보여주는데 어릴 때 땅 짓기 놀이를 하는 듯하다.

 

꽃밭사이로 난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나비곤충도서관-숲속의 곤충마을이 나온다. 계절에 따라 곤충의 사계절을 캐릭터로 만들었는데, 환상적인 조명으로 마치 동화의 세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봄의 개미와 베짱이 동네부터 둘러본다. 수레에 많은 양식을 싣고 창고로 가는 개미, 장작을 패는 개미, 도르래를 이용하여 물건을 나르는 개미를 볼 수 있다. 반면 베짱이들은 그네를 타고 바이올린을 켜면서 나무그늘에서 늘어지게 잠을 잔다. 계절은 어느새 겨울로 접어들어 온 동네가 눈으로 덮여있다. 개미들은 가족끼리 모여 눈사람을 만들고 넉넉한 살림으로 집집마다 굴뚝에 연기가 피는 반면 베짱이들은 추위를 견디려고 낙엽을 뒤집어쓰거나 바이올린을 어깨에 메고는 절뚝거리며 양식을 구걸한다.

▲ 함평 나비축제를 찾아온 외국 무속인 /강낙규

 

이웃마을로 가면 배가 드럼이 되어있는 무당벌레와 등이 실로폰으로 되어있는 배추벌레가 나팔꽃 아래에서 마을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름하여 곤충음악회다. 옆 동네에는 거미 마을. 물레를 돌려 실을 짜는 거미와 실로 만든 해먹에서 낮 잠 자는 거미, 그리고 거미줄에 이슬을 뿌려 프랙탈 구조를 만드는 예술가 거미가 있다.

가장 환상적인 겨울동네로 가면 겨울답게 서늘하다. 나비와 베짱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있고, 사슴벌레가 이끄는 수레에서 무당벌레가 산타가 되어 선물을 나눠준다. 이제는 겨울잠을 잘 시간. 사슴벌레는 나무속에서, 무당벌레는 썩은 통나무 속에서, 누에는 고치 속에서, 매미는 땅속에서 기나긴 겨울잠을 잔다.

이제 다시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어 봄날에 돌잔치를 한다. 그루터기 위에서 사슴벌레는 북을 치고, 무당벌레는 버섯을 드럼 삼아 연주한다. 개미들은 열심히 하프를 뜯고 또다른 무당벌레는 나팔꽃으로 트럼펫을 분다. 복사꽃 위를 나비들은 요정처럼 날아다니며 축하비행을 하고 있다. 무릉도원이다.

서로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탄생을 축하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나비축제장 속에서 천국을 본다.

 

도서관을 나와 잠시 벤치에 앉으면 시원한 바람에 정신이 맑아 온다. 멀리 함평 시내가 보인다.

함평, 모두가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이란 의미다. 한반도 서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특별한 관광자원이나 지하자원이 없는 평범했던 도시였다.

함평나비축제이후 매년 300만 명이 방문하는 세계축제도시로 발돋움했다. 나비를 주제로 친환경지역임을 돋보이게 하는 축제를 기획한 결과다. 추운 겨울 제주에서 100여 마리의 배추흰나비를 채집해서 온실에서 키워 1만 마리, 10만 마리로 숫자를 늘리고, 전국의 친척과 친지들에게 함평나비축제를 알려 첫 회부터 나비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성공한다. 축제와 더불어 무공해 함평 나비 쌀과 함평 천지 한우 판매로 농가의 소득도 증대하게 된다.

함평은 이제 모두가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이란 이름에 걸맞는 마을로 거듭났으며, 나비축제는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로 발전했다.

▲ 함평 나비축제장 /관광공사 홈페이지

 

언덕을 올라 나비축제장에 이르면 정성이 보인다. 가로등 하나하나를 곤충의 애벌레나 나비등(燈)으로 장식했다. 군데군데에 세워진 아름다운 시비(詩碑)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고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2008년 함평나비축제의 새로운 테마방은 황금박쥐 생태관. 162kg의 황금으로 제작된 황금박쥐 조형물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금 매입당시인 2005년 금값은 한 돈(3.75g)에 6만2,465원이었으나 2015년 11월시세는 16만원으로 2.6배가 올라 황금박쥐의 가치는 27억원에서 70억원으로 올랐다.

서식지에 발견된 황금박쥐가 162마리였기 때문 162kg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거액을 들여 황금박쥐상(像)을 만들어 관심을 끌어낸 것은 경영에서의 성공일지는 몰라도 모세가 십계명을 받기위해 시온산을 갔을 때 남은 백성들이 황금송아지를 만든 것처럼 황금박쥐는 또다른 우상처럼 보였다. 꼭 이런 황금(黃金)박쥐상이어야 했을까.

박쥐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소품들이 이해를 돕는다. 어릴 때 문갑의 중앙 열쇠를 채우는 부분이 어떤 동물인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박쥐문양이었다. 박쥐는 오복의 상징으로 경사와 행운을 뜻하여 가구나 도자기, 회화 등에서 소재로 사용되었다. 주변에 이렇게 많은 박쥐관련 문양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 서양에서는 박쥐가 마녀의 상징이나 악마의 대명사로 사용되는데, 새와 짐승과의 싸움에서 우세한 쪽 편만 들다가 결국 동굴로 쫓겨났다는 이솝우화 때문일까?

황금박쥐 생태관을 나와 옥상에서 다시 드넓은 함평평야를 보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무대로 갔다.

 

안데스 전통 민속공연이 펼쳐 졌다. 뙤약볕에도 스탠드에는 관람객이 제법 꽉 차있었다. 신나는 라틴 율동에 몸도 마음도 들뜬다. 엘 콘돌 파사와 람바다 연주에는 관중들도 함께 손뼉을 치며 앉아서 어깨춤을 췄다. 앵콜곡으로 신나는 뽕짝을 연주하자 다들 신나게 함께 따라 불렀다. 인디오들, 우리와 같은 피를 나누어서 그런지 정감이 더 갔다.

 

주무대 아래로 내려가면 광장이 있는데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처럼 둥근 기둥들이 빙 둘러 세워져 있고, 기둥위에는 개미·박쥐·장수풍뎅이 등 다양한 조각상이 있다. 그 위로 10미터정도의 높이에 외줄이 걸쳐져 있는데 중국 공연단이 오토바이와 자전거로 묘기를 보이며 지나간다. 영화 ‘왕의 남자’가 성공을 거둔 이후 축제장마다 줄타기 공연이 많아졌다. 관람객들이 마치 어미 새에게서 먹이를 받아먹으려는 듯 고개를 들고 아슬아슬한 묘기에 손에 땀을 쥔다.

 

식사는 축제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대할 때의 즐거움은 또 다른 기쁨을 만끽한다. 축제장 안에는 식당이 5군데 있다. 먼저 장어요리와 낙지 그리고 한우요리를 묶어 대형 식당을 만들었고 홍어 등의 식당 그리고 도시락을 준비한 관람객을 위하여 별도의 대형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아름다운 배려다. 무안 갯벌낙지비빔밥을 시켰는데 공기밥을 미리 한 공기 더 주는 아주머니의 넉넉함에 마음이 흡족하다.

▲ 한 축제장에서의 외줄타기공연 /강낙규

 

부근에 있는 곤충생태학교로 간다. 이곳에는 헤라클레스 왕풍뎅이를 비롯해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 갖가지의 살아있는 곤충들이 전시돼 있었다. 어릴 때 뒷동산으로 곤충채집 하러 가면 하늘소가 1등이고 다음으로 여치, 도마뱀 순이었다. 사슴벌레는 너무 귀해 마치 심마니가 산삼을 켠 것만큼 아이들의 우상이 됐다. 곤충생태학교에는 희귀한 곤충들이 셀 수 없이 많은데 남자아이들은 엄마한테 온갖 야단을 맞아가면서도 꼭 만져 본다. 반면에 여자아이들은 만지려다 움찔 한발 물러선다. 화성남자와 금성여자의 차이다.

곤충 뿐 아니라 동양화에서나 봄직한 풍경들을 조각해서 곤충과 식물을 심어놓아 마치 숲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거기다 동굴도 만들어 조명마저 컴컴하게 비추니 탐험대가 된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1만1,000종류의 곤충이 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1년에 멸종되는 생물이 2만종이 넘는다고 한다. 상상이 가지 않는다. 자연의 공습이 아니라 인간의 공습 결과라고 한다. 스피노자에 의하면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입장에서는 지구를 공룡이 지배하든 인간이 지배하든 온전히 그냥 두기만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인간이 지구를 괴롭히면 가이아가 어떤 재앙을 내릴지 두렵다.

 

친환경농업관으로 가면 온갖 종류의 호박이 주렁주렁 열린 호박동굴이 나온다. 험프리, 미란다, 덜룩이, 십손이 등 이름도 특이한 호박들을 따먹고 싶지만 ‘손 대지 마세요’란 팻말이 보인다. 200여종의 농작물이 전시돼 있어 따가운 햇볕을 피하면서 관람하면 마치 시골 기찻길을 걷는 느낌이다. 노부부가 수줍은 듯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장면이 아름답다.

 

버드하우스(새집) 작품전시관으로 들어선다. 사람이 새라면 지구는 우리가 사는 둥지다. 건축가, 자동차, 요트디자이너, 우주정거장디자이너, 공항디자이너, 인공지능디자이너, 뮤지엄디자이너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한 새집은 그자체로 예술작품이다. 지구온난화, 산성비, 물 부족, 오존층파괴 등 우리의 둥지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작가들의 상상력이 기발하다. 특히 전시관 벽에는 가로 20미터, 세로 6미터의 어린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새집을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림들이 서로 잘 어울린다. 만약 어른들이 그렸다면 이렇게 서로 어울릴까 하는 의문이 든다.

▲ 행사장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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