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샌더스 공약 대해부]② '미국이 먼저' 트럼프 닮은 무역·외교정책
상태바
['돌풍' 샌더스 공약 대해부]② '미국이 먼저' 트럼프 닮은 무역·외교정책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3.01 0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노동자 이익 철저히 중시하는 보호무역주의 주장
북한 핵물질 개발 동결한다면 대북제재 완화할 것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도...중, 대만 공격하면 군사적 행동"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1일 아이오와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달 1일 아이오와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이 세상에서 하늘 아래 모든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 왔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그가 언급한 대로 트럼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부유세 도입과 법인세 인상,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및 무상 교육 등 그가 내놓는 공약만 보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의 성향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샌더스 의원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하고,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거짓말쟁이이자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도무지 섞일래야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과 같은 두 사람이지만, 유일하게 뜻을 같이 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외교·통상 부문이다. 

"Buy American! Buy Local!"

샌더스 상원의원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노동자 보호를 강조하며 이같이 외친다. 철저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다. 

샌더스 의원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 "미국 노동자에 대한 재앙"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1992년 캐나다·멕시코·미국 정부 간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인 NAFTA로 인해 미국내 4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파업을 하면 미국 자본가들은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해버렸다는 것이다. 

NAFTA를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인준 표결 때도 샌더스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USMCA에 대해 민주당은 처음에는 비판적이었지만, 민주당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았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의장은 "미국 노동자에 대한 승리를 선언한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은 "미국내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이 담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미국 노동자의 권익을 중시하는 샌더스 의원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샌더스 의원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대한 행정 명령을 발동하자 이를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

샌더스 의원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미국인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무역 협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나는 기쁘게 그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 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이 당선될 경우 미국이 맺고 있던 기존 무역협정들이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KIEP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자인 샌더스 의원이나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재 트럼프 대통령에 버금가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개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USMCA를 포함한 기존의 모든 무역협정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샌더스가 당선될 경우 미국이 맺고 있는 무역협정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은 만날 생각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흠을 잡을 수 없는 분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과거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바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소 입장이 달랐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23일 CBS 방송에 출연해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김 위원장을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는 '살인적 독재자(murdering dictator)이지만 대통령이 된다면 그와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회담에 임했음'을 비판했다. 

그는 "나는 전 세계의 적들과 함께 앉는 것에 문제가 없다"며 비핵화협상에 대한 준비를 갖춘 후 김 위원장과 만날 것임을 시사했다. 

샌더스 의원은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가 대선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샌더스 의원의 대북정책 기조는 엿볼 수 있다.

당시 샌더스 의원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할 때까지 제재를 가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답했다. 북한이 핵물질 개발을 멈출 경우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단계적 비핵화 방안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함께 "동맹인 한국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평화와 비핵화 과정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국제문제에 있어서는 "때론 강하게, 때론 평화롭게"

미국 잡지 디앤틀랜틱에 따르면, 많은 유럽 정부 관계자들은 샌더스에 대해 '좌파 고립주의자'로 간주하고 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2016년 첫 대통령 선거 출마 이후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를 거부하고, 미국의 군사적 해결책 의존도를 낮추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샌더스 캠페인의 외교정책 고문인 맷 더스는 "샌더스 의원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에서 첫 임기를 마칠 때 까지 모든 미군 철수를 목표로 한다"고 언급했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독일과 같은 국가들에서 거대한 군사 임무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에 대해 현실적인 의문이 있다"며 "우리는 이 지역에서 병력 수를 줄일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 국가들과의 '안보 약속'을 여전히 지킬 수 있을 지 고민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적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고 덧붙엿다. 

이 언론은 "샌더스 캠페인의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 역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서 '그것을(철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샌더스 의원은 중국이 대만에 대해 군사행동을 취할 경우 개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는 침략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방관하지 않을 것임을 세계 모든 나라에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원치는 않으나 대통령 당선 후 군사행동이 필요한 상황도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평화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의원과 선거전을 치를 당시 일부 언론들은 그를 '평화주의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어느 한 쪽에 서는 것이 아니라 약자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2개 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지지했다. 이로 인해 샌더스 의원이 유대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이 힐러리 전 의원에게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란과의 핵합의에도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NBC뉴스는 "샌더스의 넓은 세계관은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진보 성향의 외교정책 전략가인 마일스 교수는 "(현재 외교정책에 대해) 미국 국민들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회의적이고,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외교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대중들이 불만족스러워하는 문제들이 많은데, 샌더스 의원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