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샌더스 공약 대해부]① '경제적 평등' 위해 무상의료·무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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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샌더스 공약 대해부]① '경제적 평등' 위해 무상의료·무상교육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2.29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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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의료보험(Medicare for all)이 핵심 공약
공립대학 등록금 무료 및 학자금 대출 면제까지 내걸어
이를 위해 부유세·법인세 인상 등 공약 걸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유세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그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유세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그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돌풍이 거침없다. 

지난 22일 민주당 대선후보 3차 경선인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샌더스 의원은 무려 46%대 지지율을 얻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샌더스 의원의 지지율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유권자들은 지금까지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강한 충성도를 보여왔다.

만일 이 여론조사 결과대로 흑인 유권자들이 샌더스 의원에게로 돌아설 경우 샌더스 의원의 '돌풍'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슈퍼화요일 여론조사서 12~13%p 격차 1위

지난 27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전국여론조사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31%의 지지를 받으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18%)보다 13%포인트 앞섰다.

일명 '슈퍼화요일'(3월3일)에 경선을 치르는 14개주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 의원은 30%를 기록하며 2위인 블룸버그 전 시장(18%)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이런 추세라면 샌더스 의원이 돌풍을 넘어 대세로 올라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영국의 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샌더스 의원에 대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회주의자'라고 소개한다. 샌더스 의원 역시 스스로를 '민주 사회주의자'라고 칭한다.

자타공인 '사회주의자'답게 그가 강조하는 것은 '평등'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평등한 국가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복지 정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모두를 위한 복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샌더스 의원은 부유세 도입, 법인세 인상 등 각종 세금을 통해 이를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도입 

최근 코로나19 사태 확산과 관련, 미국의 코로나19 검사비용이 화제가 됐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 출장을 다녀온 한 시민이 독감 증세를 느끼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이었고, 보험회사로부터 3270 달러(약 400만 원)에 달하는 청구서가 날아왔다.

그는 현재 월 180 달러(약 22만 원) 정도의 저렴한 보험에 가입돼 있는데, 이 보험은 보장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가 충당하지 못하는 금액은 개인이 내야하고, 이것이 우리 돈으로 약 400만 원에 달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일명 '오바마 케어'라고 부르는 부담적정보험법을 도입, 저소득층까지 의료보장제도를 확대했지만 여전히 빈약한 실정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샌더스 의원이 제안하고 있는 '메디케어포올(Medicare for all)', 즉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은 이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샌더스 의원은 기존의 민간 의료보험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미국인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새로운 정부 의료보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경우 현재보다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 범위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샌더스 의원은 강조한다. 

현재 미국은 공영의료보험이 부족한 데다 사보험 역시 비용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이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회사가 일정 부분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개인이 부담해 병원과 약국에 진료비를 지불하는 형식이다. 샌더스 의원이 주장하는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이 도입된다면, 기업과 개인이 부담하던 금액을 정부가 대신 의료계에 지불하게 된다.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에 대한 논란은 뜨겁다. 중산층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가 도입될 당시에도 중산층의 반발이 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괴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샌더스 의원의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은 오바마케어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정책인 만큼 이 역시 상당한 논란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미취학 아동 무상보육· 공립대 등록금도 '무료' 

샌더스 의원은 만 3세 이하의 아동들에 대한 무상 보육 정책도 내놨다. 

샌더스 캠페인이 인용한 아동 연구 단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대학 교육을 받은 부모를 둔 아이들의 약 34%가 종일 유치원에 다닌 반면, 부모의 학위가 고졸 이하인 아이들의 경우 18%만이 종일 유치원에 다녔다. 

샌더스 의원은 가족 소득에 관계없이 3세 이하의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매일 최소 10시간의 보육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방정부 기금으로 운영되는 보육시설에 장애 아동을 포함시키고, 그들을 차별하지 않는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를 위해 미취학 아동 교육자 수를 현재 대비 2배로 늘리고, 이들에게 최소한의 학위를 보유하도록 요구할 것임을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은 "우리는 미국의 모든 아이들에게 무료로, 또 보편적인 보육과 유치원을 보장해야 한다"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부모들도 일과 가정의 균형을 더욱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단 어린 아이들에게만 무상 교육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공립대학의 등록금을 무료화하고, 모든 학생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 주겠다는 정책도 내놨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2조2000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샌더스 의원은 경제적 평등을 위해 ▲무상의료 ▲무상보육 및 교육 ▲최저임금 인상 등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위한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점이다. 샌더스 의원이 공격을 받는 대부분도 이에 대한 추궁이다. 

샌더스 의원이 내놓는 답은 이렇다. 부유세와 법인세를 인상하고, 월가 투기세 및 금융거래세를 도입해 이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부유세 도입은 샌더스 의원이 강조하는 핵심 공약 중 하나다. 

부부 합산 순자산 가치가 3200만 달러(약 389억원) 이상인 경우 세율 1%, 10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인 경우 최대 세율 8%의 부유세를 매기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만일 샌더스 의원의 공약대로라면 세계 1위 갑부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재산 기준 90억 달러(약 10조9000억원)의 부유세를 내야 한다. 

법인세 인상 역시 핵심 공약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35% 수준이던 법인세를 21%로 낮췄는데, 샌더스 의원이 당선되면 이를 원상복귀시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월가의 투기세력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모든 주식과 채권 거래에 대해 각각 0.5%, 0.1%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주장한다. 

월가가 샌더스 의원에 대해 '대통령이 되면 경제를 망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이같은 공약에 기반한다. 

샌더스에 반대하는 이들은 세금으로 관련 비용을 충당한다 하더라도 샌더스 의원이 내놓는 정책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은 샌더스 의원이 내놓은 공약을 모두 이행할 경우 10년간 약 50조달러(약 6경800조 원) 규모의 지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52조 달러(약 6경3200조 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으며, CBN은 60조 달러(약 7경2954조 원)를 예상했다.

반면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부유세 및 중산층의 급여세 인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비용은 24조 달러(약 2경9000억 원)에 불과하고, 환경세를 통해 6조4000억 달러(약 7780조 원), 금융거래세를 통해 2조4000억 달러(약 2918조 원) 수준을 확보할 수 있다.

정책을 실현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세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금액은 지극히 적은 수준이다.  

헤리티지 재단의 보수적인 경제학자 스티브 무어는 "수학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샌더스의 모든 계획은 비용이 극도로 많이 들 뿐만 아니라 23조 달러(약 2경7965억 원) 규모의 미국 국가 부채를 급격하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샌더스 의원이 당선된다면) 앞으로 10년 동안 국가 부채가 두배, 혹은 세배로 늘어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샌더스 의원의 대표 공약인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을 도입할 경우 오히려 낭비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의학전문지 랜싯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이 주장하는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을 도입할 경우 연간 4500억 달러(약 547조 원)를 절약할 수 있다.

단일 급여 의료시스템의 도입으로 각종 행정비용이나 청구비용을 줄일 수 있고, 현재 병원들이 미납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연간 지불하고 있는 350억 달러(약 42조5000억 원) 규모의 비용도 더이상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의 주요 저자인 앨리스 가바니 예일대 전염병 분석센터 책임자는 "모든 것들을 종합해보면 지금 의료제도에서 사용되는 연간 3조5000억 달러(약 4250조 원)의 비용 대신,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할 경우 연간 3조 달러(약 3647조 원)가 드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비용과 관계없이 매년 약 6만90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부(富)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인간의 권리를 위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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