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품 스토리] ⑯토리 버치, 뉴페이스에서 뉴욕 패션의 리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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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품 스토리] ⑯토리 버치, 뉴페이스에서 뉴욕 패션의 리더로
  • 김서나 패션에디터
  • 승인 2020.02.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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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모양의 로고 장식으로 인기 끌며 초고속 성장
미디어 적극 활용한 토리 버치, 대중적 인지도 높여
비영리재단 설립해 여성들의 사회활동 돕는 역할까지
토리 버치 2020년 봄 시즌 광고 캠페인
토리 버치 2020년 봄 시즌 광고 캠페인

[오피니언뉴스=김서나 패션에디터] 짧은 역사 동안 빠르게 성장해 오랜 전통의 명품들을 위협하는 위치에 오른 ‘토리 버치(Tory Burch)’.

미국 동부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이국적인 보헤미안 스타일이 조화를 이룬 브랜드, 토리 버치는 등장하자마자 뉴욕 패션계를 사로잡았고, 세계 럭셔리 마켓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리고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파워 우먼, 토리 버치는 이를 발판으로 자신의 사회적인 영향력도 함께 키워나가고 있다.

 

◆ 사교계 경험과 패션계 경력으로 시작부터 주목 받아

디자이너이자 기업가인 토리 버치는 1966년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에서 토리 로빈슨(Tory Robinson)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투자 전문가 아버지와 배우 출신 어머니 덕분에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나 어머니를 따라 자연스럽게 사교계에 입문한 그녀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후 어머니의 단골 디자이너인 ‘조란(Zoran)’의 어시스턴트로 일을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패션 관련 업무가 적성에 맞았던 그녀는 잡지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의 에디터를 거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과 ‘로에베(Loewe)’에서 홍보 담당을 맡으면서 커리어를 쌓았다.

그 사이 첫 결혼 생활을 정리한 그녀는 1995년 ‘베라 왕(Vera Wang)’으로 옮겨 경력을 이어가던 중 사업가 크리스토퍼 버치(J. Christopher Burch)를 만나 결혼했고, 토리 버치라는 이름과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름으로 2004년 2월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런칭했다.

트렌디한 샵들이 모여있는 뉴욕 놀리타에 첫 부틱을 마련한 토리 버치는 자유로운 감성의 럭셔리 아이템들로 선반을 채워놓고 사교계와 패션계의 지인들을 모두 초대했는데,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날 선보인 슈즈와 핸드백 등 전 제품이 품절되었고, 제품을 구매한 뉴욕의 패셔니스타들이 홍보대사의 역할을 해주면서 그녀의 브랜드는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미국 내 고급 백화점 중심으로 매장을 늘리는 동시에 온라인 스토어를 가동시키며 성장 속도를 올린 토리 버치.

2006년 남편과 헤어졌지만 브랜드네임은 그대로 사용하기로 합의한 토리 버치는 다시 작업에 몰두한 결과 2008년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패션 시상식에서 ‘올해의 액세서리 디자이너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다음해에 일본 매장을 열며 해외시장개척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2012년 봄 시즌부터 뉴욕 패션위크 무대에서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토리 버치는 의류와 액세서리는 물론 주얼리, 시계, 아이웨어, 뷰티 그리고 홈 제품까지 라인을 점차 확대해가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위용을 갖추었고, 2015년부터 전개한 액티브웨어 라인 ‘토리 스포츠(Tory Sport)’로도 역시 호응을 얻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토리 버치 2015년 광고, 2013년 광고, 2015년 시계 광고, 토리 버치, 뷰티 라인 이미지 컷, 홈 제품 이미지 컷 (사진=토리 버치 홈페이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토리 버치 2015년 광고, 2013년 광고, 2015년 시계 광고, 그리고 사업가 토리 버치(아래줄 맨오른쪽), 뷰티 라인 이미지 컷, 홈 제품 이미지 컷 (사진=토리 버치 홈페이지)

◆ 메달 모양의 더블 T 로고, 브랜드네임 알리며 인기몰이

어린 시절부터 사교계 모임을 가질 때마다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옷이 마땅치 않았던 토리 버치는 브랜드를 런칭하며 컨셉을 ‘프레피(Preppy)’, 즉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학교의 학생들이 좋아할만한 룩으로 정했다.

프레피 걸들의 일상을 위해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캐주얼웨어를, 모임을 위해 가볍고 스타일리쉬한 파티웨어를 준비하면서 토리 버치는 여기에 레트로와 에스닉의 분위기를 첨가했는데, 이 요소들이 그녀의 브랜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들은 토리 버치가 부모님과의 추억 속에서 꺼낸 아이디어들.

여름마다 가족과 함께 그리스, 모로코, 인도 등지로 여행을 다니며 이국적인 풍광을 접했던 그녀는 햇빛 아래 휴양지에서 보았던 따뜻한 색감과 독특한 문양을 기억했고, 당시 어머니가 입었던 1970년대 복고풍의 보헤미안 패션을 떠올렸다.

그 과정에서 토리 버치를 대표하는 디자인, 로고와 튜닉(Tunic)도 탄생되었다.

브랜드 로고를 구상하던 토리 버치는 이니셜 ‘T’를 위아래로 맞대어놓고 동그랗게 테두리를 둘러 로고를 완성했는데, 이는 모로코 건축양식을 참고한 것.

메달 모양의 이 로고는 백과 슈즈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면서 브랜드네임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고, 특히 2006년에 등장한 로고 장식의 발레리나 플랫 슈즈는 세계적인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토리 버치가 어머니의 이름을 붙인 이 ‘리바(Reva) 슈즈’는 활동하기 편한 낮은 굽으로 제안되면서 동시에 앞코에 부착된 로고 장식으로 럭셔리 이미지도 어필하면서 수많은 여성들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표 주자, 튜닉은 토리 버치가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빈티지 원피스와 어머니의 오래된 드레스들에서 착안한 아이템.

여유로운 실루엣과 민속적인 디테일이 매력적인 튜닉은 비키니 위에 결치는 비치웨어로, 도시에서 즐기는 보헤미안 룩으로 모두 연출 가능하며 개성적인 이브닝웨어로도 손색이 없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브랜드를 일으켜 세운 리바 슈즈와 튜닉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매 시즌 새로운 디자인으로 업데이트되는 토리 버치 컬렉션은 2020년 봄 시즌엔 1980년대의 아이콘, 영국의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를 테마로, 풍성한 소매의 블라우스와 영국 정원의 꽃무늬 원피스, 컬러 블록 의상들이 더해졌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토리 버치 2018년 광고, 로고 장식의 아이템들, 튜닉 제품, 리바 슈즈, 로고 장식의 팔찌, 2020년 봄 패션쇼의 백스테이지 모습 3컷 (광고 외 사진=토리 버치 홈페이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토리 버치 2018년 광고, 로고 장식의 아이템들, 튜닉 제품, 리바 슈즈, 로고 장식의 팔찌, 2020년 봄 패션쇼의 백스테이지 모습 3컷 (광고 외 사진=토리 버치 홈페이지)

◆ 대중에 가깝게 다가가며 영향력 키운 토리 버치

사교계와 패션계에서의 인맥을 확보한 토리 버치는 처음부터 홍보가 어렵진 않았지만, 미국 내에서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미국의 인기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The Oprah Winfrey Show)’에 출연한 것.

런칭 다음해인 2005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패션계의 차세대 거물(next big thing in fashion)’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되면서 전국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었던 토리 버치는 이후 트렌디 드라마 ‘가십 걸(Gossip Girl)’에 카메오 출연하고, ‘프로젝트 런웨이(Project Runway)’에 심사위원으로 등장하며 대중과의 친밀도를 더욱 높였다.

패셔너블한 감각과 세련된 매너를 갖춘 그녀는 자신이 디자인한 의상을 직접 입어 보이고 향수 광고에 모델로 나서는 등 브랜드의 뮤즈 역할을 자임했는데, 그 판단도 성공적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 가족과의 일상적인 모습 등 사적인 컨텐츠도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며 브랜드가 아닌, 개인 팬들까지 늘려간 토리 버치.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둔 후 집에서 브랜드 사업을 구상했던 이야기로 많은 경력 단절 여성들과의 공감도 이끌어내며 점차 여성들의 사회적 리더로 부상했다.

달라진 위상에 따라 다양한 자선활동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2009년 ‘토리 버치 재단(Tory Burch Foundation)’을 설립한 그녀는 사회활동을 준비하는 여성들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매할 때마다 재단에 수익이 기부되는 아이템들도 전개하는 중.

2014년 자신이 좋아하는 색채와 관련된 스토리를 담은 책, ‘토리 버치: 인 컬러(Tory Burch: In Color)’를 발표해 베스트셀러로 올려놓은 데 이어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린 토리 버치는 2019년 왕성한 활동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으며 글래머 매거진으로부터 ‘올해의 여성상’을 수상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토리 버치가 모델로 나선 향수 광고, 토리 버치 재단에서 판매하는 팔찌, ‘토리 버치: 인 컬러’ 북 이미지 컷, 재단의 홍보 캠페인 모델로 나선 토리 버치 (광고 외 사진=토리 버치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토리 버치가 모델로 나선 향수 광고, 토리 버치 재단에서 판매하는 팔찌, ‘토리 버치: 인 컬러’ 북 이미지 컷, 재단의 홍보 캠페인 모델로 나선 토리 버치 (광고 외 사진=토리 버치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브랜드 사업과 재단 운영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토리 버치.

2018년 말 명품 대기업 LVMH 임원 출신의 피에르-이브 러셀(Pierre-Yves Roussel)과 결혼한 그녀는 2019년부터 토리 버치 브랜드의 CEO 역할을 그에게 넘기고, 자신은 회장 겸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의 타이틀을 가지며 역할을 분담했다.

앞으로 이들 부부의 시너지가 명품 시장의 지형을 어떻게 바꿔갈지, 패션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의 명품 브랜드] 칼럼 시리즈는
⑯회를 마지막으로 끝을 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깊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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