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넘치는' 日, 외국인·수시 채용에 눈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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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넘치는' 日, 외국인·수시 채용에 눈돌리다
  • 오성철 기자
  • 승인 2020.02.24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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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인재 확보 위한 경쟁 심화…조기내정‧수시채용 활성화
KOTRA 일본 나고야무역관
구인난 때문에 일본의 대졸자들에게 취업은 그다지 힘들지 않은 일이 됐다. 사진=EPA/연합뉴스
구인난 때문에 일본의 대졸자들에게 취업은 그다지 힘들지 않은 일이 됐다. 사진=EPA/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청년 실업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과 달리 기업들의 구인난이 지속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글로벌 인재에 눈을 돌리거나 조기내정 또는 수시채용 등을 활성화하고 있다.

구직자 한명당 일자리 1.57개

KOTRA 일본 나고야무역관에 따르면 구직 건수 대비 구인 건수의 비율을 의미하는 ‘유효구인배율’이 일본의 경우 1.57배다. 일본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1.57개나 있다는 뜻이다.

대졸자 취업 현황을 봐도 우리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한국은 100명 중 64.2명이 일자리를 얻지만 일본의 경우 97.6명이 취업에 성공해 웬만해선 일자리를 얻는 데 어려움이 없다. 특히 종업원 수 300명 이하인 일본 중소기업의 유효구인배율은 8.62배에 달해 일손 부족 현상이 극심한 상태다.

한국과 일본의 취업 시장 비교. 자료=KOTRA 나고야무역관
한국과 일본의 취업 시장 비교. 자료=KOTRA 나고야무역관

직종별로는 소프트웨어 개발(2.41배), 정보처리(2.46배), 영업판매(2.02배), 서비스직(3.10배) 등의 유효구인배율이 높은 반면 대기업이나 사무직의 경우 유효구인배율이 1.0 이하를 기록해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리쿠나비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8월 일본 구직 사이트인 ‘리쿠나비’를 운영하는 리쿠르트캐리어가 구직자들의 ‘내정 사퇴’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기업 관계자에게 제공한 사실이 발각돼 문제가 된 것이다. ‘내정 사퇴’는 구직자들이 채용 전형에서 최종 합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업을 선택하면서 입사를 포기하는 행위를 말한다.

리쿠르트캐리어는 구인공고 열람 이력 등 개인 정보를 수집한 뒤 AI 시스템을 통해 '내정 사퇴'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산출하고 이 확률을 본인에게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30개사 이상의 기업들에 유상으로 제공했다. 

일본 기업들이 이런 서비스를 원하게 된 데에는 아무리 우수한 구직자이더라도 최종적으로 다른 기업에 입사해 버리면 이 구직자를 채용하기 위해 들인 비용이 낭비되므로 처음부터 내정 사퇴를 할 확률이 낮은 사람을 타깃팅하는 것이 낫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비즈니스는 리쿠나비 사건에 대해 도요타자동차나 미쓰비시상사 같은 인기 많은 대기업도 ‘내정 사퇴’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일손 부족을 글로벌 채용으로 해결

이처럼 일손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채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JETRO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많은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채용 확대로 일손 부족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으며 특히 대도시권에 소재한 기업의 경우 이미 외국인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는 응답이 53.0%에 달했다.

향후 3년 이내에 외국인을 채용할 의향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비제조업 기업보다는 제조업 기업이 더 적극적이었다.

일본 기업의 외국 인재 채용 의사 조사 결과. 자료=JETRO
일본 기업의 외국 인재 채용 의사 조사 결과. 자료=JETRO

실제 올 1월에 한국 인재를 모집하는 구인공고를 낸 나고야 소재 건설업체 N사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며 “2주 만에 5명이 지원해줬기 때문에 빨리 채용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대비해 최근 몇 년간 호텔, 음식점 등 상업시설이 많이 지어졌기 때문에 이에 따른 인력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한편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하 경단련)의 취업 룰 폐지도 일본 취업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경단련 취업룰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채용면접은 대학교 4학년생을 대상으로 6월부터, 합격자 발표는 10월부터 진행하고 이듬해 회계연도 시작일인 4월 1일에 입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경단련이 취업룰 폐지를 선언하고 2021년 졸업 예정자부터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한 뒤로 취업 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취업확정 빨라지고 수시 채용도 늘어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조기 내정 ▲수시채용 증가 ▲인턴제 활성화다.

구직자가 내정을 받는 시기가 빨라진 이유는 우수한 인재를 다른 기업보다 먼저 확보해 두기 위해서다. 

주간 다이야몬드가 구직자 23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과를 기준으로 2019년 졸업자는 4월까지 불과 22.3%만이 내정을 받았으나 2020년 졸업 예정자의 경우 33.9%로 크게 늘었다. 2019년 졸업자는 6월 초에 내정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이 23.1%로 가장 많았는데 2020년 졸업 예정자는 4월 중에 내정을 받은 사람이 22.1%로 가장 많았다.

비슷한 이유로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 직무 경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상시채용도 확대되고 있다. ‘종합직’이라는 이름으로 채용한 뒤 약 6개월의 OJT 기간을 거쳐 계열사 및 부서(직무)를 배치하던 기존의 관례와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인턴십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도 2018년 65.4%에서 2019년에는 71.9%로 1년 사이에 크게 늘었다. 인턴십의 기간(1일, 1주일, 1개월 등)이나 실시 방법(대학 취업센터와의 연계 등)도 이전에 비해 다양해졌다. 

마이나비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학생의 93.8%는 평균 5.9개사의 인턴십에 지원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23.1%는 기업으로부터 인턴 경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 전형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일본의 사립대에 다니는 한 학생은 “이제 일본의 인턴십은 단순한 회사 체험이 아니라 채용 전형 중 한 단계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라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요즘은 그런 추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기간 동안 10회 이상 인턴십에 참가하는 학생들도 생겨나면서 일각에서는 대학교가 더 이상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취업 알선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이 기사는 KOTRA 일본 나고야무역관(작성자 김지혜)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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