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800만 화소·100배줌...갤S20 '꿈의 기술'해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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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800만 화소·100배줌...갤S20 '꿈의 기술'해설서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2.17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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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원리 이용해 가능해진 100배 줌
'울트라' 광학 10배 줌까진 무손실, 그 이상은 디지털 줌
디지털 줌 배율 클수록 '화질 손실'도 커
-1억800만 화소, 픽셀 배열 차이둔 '노나셀'로 노이즈 최소화
다만 화소 숫자가 화질 보장하진 않아, 중요한 건 픽셀 크기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삼성전자의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0 울트라'가 연일 화제다. 1억800만 화소, 100배 줌 등 DSLR에 필적하는 카메라 성능을 담은 현존 최고사양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용 혹은 산업용에서나 볼 수 있던 '1억 화소'는 충분히 이목을 집중시킨다. '100배 줌' 역시 관심을 끌 법하다. 모두 이미지센서와 모듈에 획기적인 기술 발전을 이뤄낸 작품이다.

다만 사진 전문가들은 많은 화소수가 화질과 비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 100배 줌을 가능케 한 '디지털 줌'에 대한 주의도 함께 전했다.

'갤럭시S20 울트라'의 카메라 모듈은 잠망경의 원리를 이용해 100배 줌이 가능해졌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갤럭시S20 울트라'의 카메라 모듈은 잠망경의 원리를 이용해 100배 줌이 가능해졌다. 사진제공=삼성전자

◆ '잠망경 원리' 100배 줌, 광학 10배 넘으면 해상도 손실 감내해야

줌은 멀리 있는 물체를 가까이서 찍은 것처럼 초점 거리를 변경하는 기능이다. 기본적으로 렌즈와 이미지센서와의 거리(초점거리)가 길수록 고배율을 구현할 수 있다.

렌즈들 간의 간격도 확보해야한다. 그러다보니 배율을 높일수록 렌즈를 쌓은 높이가 두꺼워진다. 결국 스마트폰의 두께도 함께 늘어난다. 

스마트폰 업계의 고민을 '가로 모듈'이라는 기술이 해결해냈다. 지난 2018년 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가 '잠망경 줌'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오포와 함께 이 기술을 연구 개발한 이스라엘의 광학 기술 기업 코어포토닉스를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유럽 재산지식청에 '스페이스 줌'을 상표 등록했다. 이보다 앞선 9월 삼성전기가 '폴디드 렌즈' 기술을 선보였는데, 이 렌즈를 적용시킨 것이 바로 '스페이스 줌'이다.

이를 통해 '갤럭시S20 울트라'는 100배 줌이라는 독보적인 배율을 자랑하게 됐다. 다만 모듈이 가로로 누웠기 때문에 카메라 디자인을 두고 흔히 말하는 '인덕션 디자인'이 넓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100배 줌의 화질에 관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우선 10배 줌까지는 광학줌이다. 광학 줌은 여러개의 렌즈를 조합해서 만드는 '물리적인 줌'이다. 따라서 화질에 손상은 없다. 필름 카메라는 특성상 오직 광학 줌만을 사용한다.

'갤럭시S20 울트라'는 10배 이상으로 당길 경우 디지털 줌으로 처리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디지털 줌은 이미지를 잘라서 확대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초점거리를 바꿀 수 없는 단 초점 렌즈에서도 디지털 줌은 가능하다. 즉 비유하자면 편집프로그램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광학 줌 보다 멀리 있는 물체를 더 가까이 볼 수는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특성상 해상도와 화질이 많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디지털 줌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기서 삼성전자는 최대 100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가 적용된 '슈퍼 레졸루션 줌'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비판과 찬사..."사용가치 안 커" vs "상당한 가치 실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한계 때문에 화질 손상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배율 확대 시 반드시 따라오는 문제인 손떨림의 보정 기능이 있지만 고배율로 갈수록 효과가 줄어든다.

약 37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의 IT전문 유튜버 마르케스 브라운리는 "아마 '갤럭시S20 울트라' 구매자들 대부분은 구입한 날 100배 줌을 한번 해보고는 다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고, 4만5000명 이상이 동조했다.

미국 IT전문매체 폰아레나도 "스마트폰에서 100배 줌을 하는 건 인상적이나, 낮은 배율의 줌보다는 화질이 선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럭시S20 울트라'의 카메라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렌즈 모듈 제조사의 관계자는 "일반적인 스마트폰의 카메라 광학 줌은 2배로 전작 갤럭시S10도 그렇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광학 10배 줌은 상당한 성능"이라며 "모든 사진을 100배 줌으로 찍을게 아니라면 적당한 배율만으로도 기존보단 훨씬 나은 화질이 가능해보인다"고 칭찬했다.

참고로 '갤럭시S20'과 '갤럭시S20 플러스'는 모두 3배 광학 줌과 최대 30배 '슈퍼 레졸루션 줌'을 지원한다.

갤럭시S20 울트라. 사진제공=삼성전자
갤럭시S20 울트라. 사진제공=삼성전자

◆ 놀라운 1억800만 화소, 하지만 고화질을 보장하진 않아

이전까지 '1억 화소'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볼 수 있는 영역은 상세한 지형 사진이 필요한 항공 촬영이나 광고 촬영 등 주로 산업 분야였다.

이 영역에서 쓰는 카메라는 이미지센서는 많고 그걸 담을 칩셋의 크기도 컸기 때문에 비싼 카메라 보디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5월 후지필름이 출시한 한 1억 화소의 중형 카메라는 1000만원 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사고'를 쳤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1억 화소'의 벽을 깬 1억800만화소의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를 발표한 것. 그리고 이를 처음 적용한 스마트폰이 지난해 11월 중국 샤오미가 선보인 'CC9 프로'다.

이번 '갤럭시S20 울트라'에 탑재된 이미지센서도 1억800만 화소다. 겉으로 보기엔 화소 수는 똑같다. 하지만 '갤럭시S20 울트라'에 탑재된 이미지센서는 '아이소셀 브라이트 HM1'이다. 이는 픽셀 배열에 차이를 두어 카메라 감도를 두 배 이상 높였다.

모바일 기기의 이미지센서는 최대한 작은 크기의 칩에 최대한 많은 픽셀을 넣는 기술이 승리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픽셀 수를 늘릴 수는 없다. 숫자가 늘수록 빛을 받아들이는 픽셀 크기가 작아진다. 빛이 별로 없는 어두운 환경에서는 이미지가 뭉개지고 만다.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와 '아이소셀 브라이트 HM1'는 센서 크기 1/1.33인치, 픽셀 크기 0.8 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로 동일하다. 하지만 픽셀 배열에서 차이가 있다. 전자는 '테트라셀', 후자는 '노나셀'이다.

샤오미 'CC9 프로'에 적용된 '테트라셀'은 4개(2X2)의 인접 픽셀을 하나의 큰 픽셀처럼 동작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테트라(Tetra)'는 그리스어로 숫자 4를 말한다.

반면 '갤럭시S20 울트라'가 사용하는 '노나셀'은 9개(3X3)의 인접 픽셀을 사용한다. '노나(Nona)'는 그리스어로 숫자 9다. 어두운 환경에서 '노나셀'은 0.8 μm의 픽셀 크기를 2.4 μm 크기로 활용해 고감도 촬영이 가능하다. '테트라셀'보다 2배 이상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다.

병합하는 픽셀 수가 많아질수록 인접 픽셀 간 색상 간섭이 민감해진다.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실제로 구현하기에 매우 어렵다.

9개 픽셀을 병합한 노나셀이 4개의 테트라셀보다 더 많은 양의 빛을 흡수한다. 사진제공=삼성전자
9개 픽셀을 병합한 노나셀이 4개의 테트라셀보다 더 많은 양의 빛을 흡수한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픽셀 간 분리막을 만드는 특허 기술 '아이소셀 플러스(ISOCELL Plus)'를 적용해 '노나셀' 구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접 픽셀 간 간섭과 빛 손실, 산란 현상을 방지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프로세서(AP, Application Processor)의 차이도 있다.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이미지 프로세싱에서 AP가 받쳐줘야 결과물이 빨리 나온다. 흔히 말하는 '버벅임' 현상이 줄어드는 것이다.

샤오미 'CC9 프로'는 퀄컴 스냅드래곤 730G가 탑재됐다. '갤럭시S20 울트라'의 AP는 퀄컴 스냅드래곤865다. 전자는 게임 특화 프로세서로 충분히 좋은 AP지만 프리미엄급인 865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전문적인 영역에선 활용성 클 것"

사진 전문가들은 '놀랄 만한 기술 발전'이라고 하면서도, "더 많은 화소 수가 더 좋은 화질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구글의 픽셀 시리즈는 1200만 화소이지만 HDR 소프트웨어의 도움으로 우수한 화질을 자랑한다.

또 픽셀 하나의 크기가 클수록 렌즈가 전달하는 빛도 더 잘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화소 숫자보다 픽셀의 크기를 강조하는 카메라도 있다. 

10년 이상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한 포토그래퍼는 "화질에 관여하는 건 빛을 받아들이는 이미지 센서로 픽셀이 커질수록 유리하다"라며 "때문에 화소 숫자가 많다고 반드시 고화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야경이라면 오히려 노이즈가 더 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화소 숫자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라며 "화소의 수는 출력물의 크기를 결정한다. 때문에 스튜디오처럼 전문적인 영역이라면 활용성이 클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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