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에 글로벌 공급체인망 마비...中만 쳐다보는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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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에 글로벌 공급체인망 마비...中만 쳐다보는 세계경제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2.17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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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비용 아끼려 JIT 도입, 전세계 공급망 차질
전자부품·자동차 등 잇따라 부품 없어 가동 중단
국제행사 잇따라 취소...中 경기부양책만 기대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인해 다국적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인해 다국적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 내에 공장 혹은 자회사 등 공급망을 갖추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과거에 비해 중국의 위상이 크게 강해진 상태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전세계의 공장이 멈춰버리자 다국적 기업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고 비용 줄였던 JIT 탓에..부품 재고 부족에 기업들 가동 중단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1990년대 후반 재고비용을 낮추기 위해 적시생산방식(JIT, Just in Time)을 도입했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양 만큼만 부품을 공급받는 이 방식은 생산비용을 낮추고 제조 공정의 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다른 많은 다국적 기업들 역시 이 방식을 채택해왔다.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고, 적시생산방식을 취해왔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같은 전략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레실린스 컨설턴트의 빈디야 바킬은 "적시에 재고를 보충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탓에 기업들은 단 몇 주의 재고만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그 자신감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제조업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가동중단에 따른 영향은 더욱 크다. 중국 부품업체들부터 시작해 전세계 공급망은 복잡하게 얽혀있다. 2003년 사스 발병 당시 세계 GDP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4%대에 불과했던 중국은 현재 16%의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 대국이다. 섬유와 의류 부문에서 중국은 전세계 수출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가구 부문 역시 전세계 수출의 26%를 담당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1분기 경제 성장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올해 전세계 경제 성장 타격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각국의 연구기관들은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는 추세다. 

전자산업의 타격..자동차 공장도 멈췄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공급망 분석 회사인 라마소프트는 전자산업이 재고가 적고, 부품에 대한 대체 공급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위험한 산업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애플의 아이폰 출하량이 5~10%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인기제품인 에어팟의 생산 확대 계획 역시 무산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자동차 산업도 타격을 입었다. 중국 내 납품업체들의 재고 부족으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차 등 한국 자동차 업계는 물론 닛산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유럽공장 중 한 곳에서 곧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하락으로 정유 업계도 시름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전세계 유가 및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정유업체들은 수요 감소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유가 및 천연가스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CNOOC를 비롯해 에너지 수입업체들은 공급업체에 대해 출하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것을 요청하는 '불가항력'을 선포하기도 했다.

불가항력 선포란 업체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계약 상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다. 유럽의 석유 메이저인 토탈과 로열더치셸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수입업체가 불가항력을 선언하면 수출기업과 협상에 나서게 되는데, 이것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재판 등 법적 절차를 거치게 된다.

CNOOC의 불가항력 선포 이전에도 로열더치셸과 토탈 등 에너지 업체들은 LNG 가격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짐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상태였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 추이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 추이

관광 타격..국제행사 줄줄이 취소

관광 산업 역시 타격을 입고 있다. 관광객들은 예정됐던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있고, 중국을 향하던 항공편들은 중단되거나 대폭 줄었다.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 역시 대거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약 40만명의 중국 관광객들이 3월말까지 일본 여행을 취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적인 행사들 역시 기업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대폭 줄거나 취소됐다. 

싱가포르 에어쇼는 지난 2018년 2억5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나, 미국 1위 방위산업 기업인 록히드마틴을 포함한 70개 회사가 행사 불참을 통보하면서 이번주 수익은 예년에 비해 훨씬 적은 수준에 그쳤다. 

이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예정됐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obile World Conference) 역시 보다폰과 BT,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업체들이 탈퇴하면서 무산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 공급망을 손상시켜 세계 경제에 큰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백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국적 기업들, 경기부양책에 기대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은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4%대로 추락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는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제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1분기에는 아예 중국의 경제 성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
화로 인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낮아지고 있다. HSBC는 코로나 19로 인해 올해 전세계 GDP 전망치를 2.5%에서 2.3%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국 공장의 재가동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직원들을 공장으로 복귀시켰다가 또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아 세계 경제가 입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선제적으로 방어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오는 20~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중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4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적인 충격이 명백해질 경우를 전제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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