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vs. 조현아 연구] ② '인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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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vs. 조현아 연구] ② '인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2.14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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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부사장, 회사와 가족에 '공포' 대상.. 소통·공감능력 결핍
조원태 회장, 사내에선 조용, 바깥에 나가면 사고쳐...'갑질'사건 잇따라
경영자 도덕성 부족·인성 결핍, 회사와 사회에 리스크돼...'통제 장치' 있어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부유한 가문으로 꼽힌다.

금융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최대 은행 SEB를 포함해 19개의 대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며, 100여 개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발렌베리 그룹의 연매출은 스웨덴 국내총생산 30%를 차지하며 국가 경제에 지대한 부분을 담당한다. 이들은 160년 넘게, 5대에 걸쳐 경영권을 세습하고 있지만, 국민은 이 재벌그룹을 꾸준히 존경한다.

`소유권은 특권이 아닌 책임`이라는 정신을 앞세워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렌베리가는 이런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후계자 선정에도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선정 조건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 

구체적으로 ▲혼자 힘으로 명문대를 졸업할 것 ▲가문의 역사에 따라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 강인한 정신력을 기를 것 ▲부모 도움 없이 세계 금융 중심지에서 실무 경험 쌓고 국제 금융 흐름을 익힐 것 등의 기준을 두고 있다. 10년이 넘게 걸리는 까다로운 검증과정을 거쳐야만 발렌베리의 후계자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검증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이다.

반면 국내에서 국민이 듣는 재벌 관련 소식은 분식회계나 비자금 관련 배임·횡령 내용, 후계구도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 회사 내외부인에 대한 갑질행패 등 부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최근 재벌가의 도덕성 문제에 있어 크고 작은 논란들이 비일비재하게 터져 나왔다. 이러한 문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을 결정적 계기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진가 3남매의 과거 행적들까지 재조명됐고 그 결과 인성논란까지 나오게 되며 한진가 재벌 3세들은 여론의 심한 질타를 받아왔다. 조현아 전부사장이 이같은 도덕적 논란으로 한진그룹내 경영권 참여보다 주주로만 남겠다며,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이사회에서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이들은 대주주든, 경영진이든 적합한 인성을 갖고 있을까.

◆ 소통·공감능력에 약점 보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12월 5일 대한항공 086편 이륙지연 사건을 일으켜 대한항공 부사장직을 비롯한 모든 지위에서 물러났다. 

사건을 조사하던 당시 항공기 탑승 승객들의 증언으로 사무장과 여승무원을 향한 고성과 폭언이 있었던 것도 확인돼 인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경영능력과는 별개로, 사람들과 소통 또는 공감 능력에 결핍이 있어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의 이러한 행동은 이 사건뿐 만이 아니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시 승무원들은 로열패밀리가 일등석에 탑승한다고 하면 늘 비상이 걸려 전날부터 비행 배정을 받고 개인적인 기호사항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고 말하며 "조 전 부사장 같은 경우는 사소한 것으로 트집을 잡는 것은 물론 종종 고성까지 내는 경우가 있어 (승무원들이) 항상 공포에 떨었다"고 전했다.

`땅콩 회항`사건이 일어난 당시에도 한 승무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이 탑승했을 땐 자주 이런 일이 발생하곤 했다. 왜 뉴스에 나왔는지 싶었다"고 말한 사실도 알려졌다. 비슷한 사례의 일들이 적지 않게 일어났음을 방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소유인 인천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한 외국인을 대한항공 기장으로 오해하고 자신에게 인사하지 않는다며 소리쳤던 사건 또한 회사 내부에선 유명한 얘기다.

이밖에도 지난해 초에는 조 전 부사장의 고성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는 조 전 부사장의 남편이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특수상해, 아동복지법 위반 상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할 시기에 올린 영상이다. 해당 영상에는 조 전 부사장의 자녀로 보이는 듯한 아동이 귀를 막고 있는 부분도 담겨있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업계에선 업무를 진행하면서 추진력 있고 카리스마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지만 회사 내부에선 이런 부분 때문에 직원들이 조 전 부사장과 접촉할때 항상 조심하고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경영능력과는 별개로 대내외적으로 보이는 조 전 부사장은 강하고 두려운 존재였다는 평가들이다. 

◆ 회사 밖에만 나가면 '갑질 사고' 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 상대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크고 작은 논란들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조 전 부사장과는 달리 조 회장에 대한 내부적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회사 내부 관계자는 "다른 로열패밀리들과는 다르게 조 회장은 비행기에 탑승하면 별다른 지시사항 없이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며 "평소에도 조용하고 쑥스러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조 회장은 말수도 적고 조용했다. 공식 석상에 참여해서 사진 촬영을 할 때도 주위의 요청이 있지 않는 한 먼저 나서지 않았다"라고 조 회장과 함께 있었던 소회를 밝혔다.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이 대외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본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던 반면 조 회장은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이러한 외형적인 평가와 달리 회사 외부에서 발생한 조 회장의 논란을 살펴보면 실제로는 다른 모습들이 발견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00년엔 조 회장이 차선을 위반하려다 쫓아오는 단속 경찰관을 차량으로 치고 100여 미터를 도주한 사건이 있었다. 

근처에 있던 시민들에 의해 붙잡혔지만 입건 4시간 만에 풀려났다. 이 사건은 경찰의 축소 수사 의혹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무전유죄 유전무죄` 아니냐는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2005년에는 조 회장의 차량이 갑자기 끼어든 데 대해 항의하는 한 운전자에게 조 회장이 욕설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운전자와 함께 탔던 70대 노모는 조 회장에게 난폭운전을 한다며 나무랐다. 그러자 조 회장은 그의 가슴을 밀어 넘어뜨렸고 손주를 안고 있던 노모가 아이와 함께 도로 한복판에 쓰러졌다.

이에 격분한 운전자는 조 회장을 밀치는 등 몸싸움을 벌였고 같이 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조 회장은 형사 입건됐다.

2012년에는 조 회장이 인하대 운영과 관련해 피켓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막말을 해 논란이 생겼다. 당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인하대 운영과 관련된 정보 공개 요청을 하고 있었다. 

시위에 참석했던 신규철 인천사회복지 보건연대 사무처장은 "조 회장이 나타나기에 우리는 인하학원과 한진정보통신간 거래내역을 공개하라고 그에게 외쳤다. 그러자 조 회장이 다가와 다짜고짜 `내가 조원태다. 어쩔래 xxx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질문하던 기자들에게도 막말한 사실이 드러났고 조 회장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비교적 최근에는 부정 편입 논란이 문제가 됐다. 2018년 7월 11일 교육부는 인하대가 조 회장을 부정 편입시켰을 뿐 아니라, 졸업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학사 학위를 수여했다고 밝히며 조 회장의 학위 취소 결정을 통보했다. 

당시 인하대는 편-입학 모집요강을 통해 `전문대학 졸업자 또는 1998년 2월 졸업예정자` 이상의 학력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원태는 미국의 2년제 대학인 힐버칼리지 대학에서 학점과 평균 평점 미달로 졸업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편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03년 인하대를 졸업할 때는 학사학위 취득에 필요한 학점이 부족했음에도 학위가 수여된 사실이 밝혀져 또 논란이 일었다.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에 비난의 화살을 날렸으나 조 회장은 현재 행정심판을 청구하며 교육부에 맞서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지난해말 크리스마스엔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집에 찾아가 집 안의 집기를 부수는 등 소란을 피운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경영권 다툼이 격화돼 있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기업의 총수가 소란을 피웠다는 얘기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 도덕성·인성 결핍은 회사와 사회의 리스크로...'좋은 통제' 필요해

이들의 과거 행적과 최근까지 발생한 논란들은 계속해서 쟁점이 되며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전문가와 국민이 재벌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벌의 잘못된 판단과 부정한 행위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횡령·배임 등 경제사건을 제외한 기타 범죄경력으로 평가되는 총수일가 개인의 도덕성이 경영권 유지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과 같은 재벌들의 이러한 논란을 단지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최근 한진칼 대표이사를 연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조 전 부사장 또한 KCGI-반도건설 등과 손을 잡고 본인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경영권은 회사의 지분율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정당성을 유지할 수 없다. 결국, 기업의 고객은 국민이며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순간 기업의 존립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도덕성, 인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조 회장은 실제 경영을 하고 있기에 '인성'문제는 한진그룹이나 주주들, 채권자들에게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주주로만 있겠다고 한 조 전부사장도 자신을 대리할 이사진을 통해 '공감 부족'한 요구를 한다면, 회사 펀드멘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주요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리스크는 회사의 자금조달비용을 끌어올리게 된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조원태 회장측은 스스로의 리스크를 극복해야 하는 반면, 경영진을 바꾸려는 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 주주연합은 조 전부사장을 통제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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