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최악' LCC...위기타개책조차 안보이는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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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최악' LCC...위기타개책조차 안보이는 '시계 제로'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2.13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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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티웨이, 진에어등 업계전체, 실적 곤두박질
일본여행 취소등 외부요인 있지만 '과당경쟁'이 근본원인
사업다각화·노선다각화 경영타개책 쉽지않아...업계 구조개편 서둘러야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영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일본 불매운동,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까지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LCC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영향에 국내 LCC들의 지난해 영업실적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국내 LCC, 지난해 최악의 영업실적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은 11일 연결 기준 실적 잠정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1조376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2019년 경영실적. 사진제공=제주항공
제주항공 2019년 경영실적. 자료=제주항공

2018년 1조 2566억원보다 8.7% 상승한 수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48억원, 362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제주항공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홍콩 시위 등으로 단거리 여행 수요가 위축되고 환율 등 외부 요인이 악화된 점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티웨이항공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7% 증가한 8104억5000만원이다. 영업손실은 192억2800만원, 당기순손실은 433억1900만원으로 제주항공과 마찬가지로 적자전환했다.

 

티웨이항공 2019 경영실적. 사진제공=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 2019 경영실적. 자료=티웨이항공

티웨이 항공은 영업비용 상승, 외화환산손실 인식 등으로 인한 영업외비용 증가를 적자전환의 이유로 설명하며 외부 악재에 따른 수지 악화도 주요한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9.9% 줄어든 9102억원이라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491억원, 54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 순손실은 전년 당기순이익 445억원에서 큰 폭으로 적자전환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1년반째 이어진 국토교통부의 경영 제재로 신규 취항과 기재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외부의 부정적인 요인 또한 경영 악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아직 4분기와 합계 실적이 공시되지 않은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등도 3분기까지의 실적으로 유추해보면 부진한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 악화의 이유는 이미 실적발표가 끝난 항공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항공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저마다의 신음소리를 내는 배경에는 편중된 노선으로 인한 과당경쟁이 본질적 문제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LCC 국제선 노선에서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0%에 이르고 있다. LCC가 일본 노선에 의존도가 크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었지만, LCC들은 일본의 지방 소도시까지 취항하면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갔고, 출혈경쟁을 이어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어찌 보면 LCC 업계의 위기는 예견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어떤 기업이든 한 부분에 편중하면 위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일본 불매운동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공급 과잉과 여행 트렌드 변화 등 다양한 변수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LCC의 위기가 비단 외부 악재에서만 기인한 게 아니라 사업 다각화 등 내부 노력 부족의 결과라는 설명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한 사업 다각화로 LCC는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일본, 동남아 노선에 편중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과당경쟁이 LCC경영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사진= 연합뉴스
​일본, 동남아 노선에 편중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과당경쟁이 LCC경영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사진= 연합뉴스

◆ 해외 유명 LCC도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 위기 봉착

항공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스카이트랙스 세계 최고의 LCC’에 에어아시아와 노르웨지안항공이 지난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매년 순위를 다툴 만큼 업계에서 인정받는 항공사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렇게 선정된 유수의 해외 LCC마저 최근 저조한 실적을 올리며 위기를 겪고 있다.
최고의 LCC로 꼽힌 에어아시아는 2002년 말레이시아에서 두 대에 불과한 항공기로 6개 노선만을 오가던 작은 항공사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214대의 항공기로 22개국 270개 이상의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최근 몇 년간의 실적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연간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공시된 지난해 3분기 실적으로 상황을 예측해볼 수 있었다.
 

에어아시아 2019년 3분기 경영실적. 사진제공=에어아시아
에어아시아 2019년 3분기 매출액/영업이익. 제공=에어아시아

에어아시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18% 오른 31억 링깃(한화 약88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0만 링깃(한화 약5.7억원)으로 전년 동기 6900만 링깃(한화 약197억원) 대비 97% 대폭 축소한 수치를 보였다. 

당기순이익은 적자 6700만 링깃(한화 약191억원)으로 전년 동기 순이익 8억 링깃(한화 약2279억원)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아시아는 실적하락의 이유로 새로운 회계 처리 방식 도입, 파생상품 투자 손실, 환차손 규모 확대, 신규사업 투자 확대 등을 꼽았다.

에어아시아는 현재 에어아시아X, 타이 에어아시아,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 에어아시아 인디아, 필리핀 에어아시아 등 6개의 계열 항공사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 직전인 2019년 2분기에 인도네시아 사업이 흑자로 전환하긴 했지만, 일시적이었을 뿐 6개 계열사 모두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비항공사업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한 전자결제 관련 신사업 `빅 페이`는 이용자가 늘고는 있지만 아직 뚜렷한 수익구조를 보이지 못해 관련 업계에서 사업성에 대한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자국 내 LCC 사업은 비교적 호조였지만 다각화한 사업 분야에서 주요한 하락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반영하듯 주식시장에서도 에어아시아의 주가는 1년 만에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스타트렉스 선정 세계 최고의 LCC 3위에 자리한 노르웨지안 항공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르웨지안 항공은 1993년 노르웨이의 지역 항공사로 처음 출범해 단거리 노선만을 운항했지만,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노선망을 갖춘 항공사로 성장했다.

노르웨지안 항공은 저렴한 항공권을 기반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지만 최근 여러 실적에서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회사의 존립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현실이다.

노르웨지안 항공의 2019년 매출은 전년대비 306억 크로나(한화 약 3조 9003억원)에서 346억 크로나(한화 약 4조 4101억원)로 13% 상승했으나 순이익은 전년 16억 크로나(한화 약 2039억원)에서 2.6억 크로나(한화 약 331억원)로 약 84% 축소됐다.

노르웨지안 항공 2019년 경영실적. 자료제공=노르웨지안항공
노르웨지안 항공 2019년 경영실적. 자료=노르웨지안항공

노르웨지안 항공은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 환율 변동, 보잉 737 맥스 항공기 운항 중단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한 수익 하락을 설명했다. 노르웨지안 항공의 최근 경영 악화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노르웨지안 항공의 실적 부진의 이유를 무리한 노선 확장과 항공기 도입을 위한 과다 지출에서 찾았다.

노르웨지안 항공은 2013년 A340을 임차하며 미국행 대서양 노선을 처음 운항했고 이후 보잉787을 도입해 줄기차게 장거리 노선을 늘려왔다. 실제 노르웨지안 항공의 운항항공기 수는 20년 만에 30배 이상 늘었다.

노르웨지안항공 항공기 도입 추이. 자료제공=노르웨지안항공
노르웨지안항공 항공기 도입 추이. 자료=노르웨지안항공

더불어 2015년엔 노르웨지안 UK, 2017년엔 노르웨지안 아르헨티나, 2018년엔 노르웨지안 스웨덴AB 등의 자회사 설립으로 사세를 확장하며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연이어 이어진 시장 확대와 항공기 추가 도입으로 발생한 과도한 투자는 막대한 부채로 이어졌다. 그 결과 노르웨지안 항공의 2019년 현금보유량은 3.3억 달러(한화 약 390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채규모는 71억 달러(한화 약 8조 4007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9월엔 채권자들에게 3억8000만 달러(한화 약 4478억원) 상당 회사채 상환기간을 2년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사실까지 알려져 집중조명을 받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10월에는 중국의 항공기 임대 법인인 리싱 인터내셔널 코퍼레이션(Leasing International Corporation, CCBLI)과 조인트벤처를 설립, 보유 항공기 지분의 70%를 넘기기도 했다. 자금난을 쉽사리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위기감이 커지며 작년 한 해 동안만 노르웨지안 항공의 주식은 60% 넘게 하락했다.

외국항공업계는 "노르웨지안 항공이 `토마스 쿡`에 이어 다음으로 실패할 대형 항공사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도 내놓고 있다. 

세계 최고의 LCC로 손꼽히는 항공사들은 국내 LCC와는 다르게 오히려 공격적인 시장 확장과 비항공사업 부진으로 위기에 직면해있다.

국내 LCC 업계의 사업 다각화만을 확실한 대안으로 삼을 수 없다는 사실을 에어아시아와 노르웨지안 항공의 사례를 통해 알수 있다.

섣불리 비항공사업 투자 확대나 공격적 사세 확장을 할 수도 없고 지금처럼 일부 노선에만 집중할 수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국내 LCC 업체의 미래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LCC 업계의 구조개편이 '유일무이'한 해결책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LCC CEO들조차 확실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을 만큼 암울한 상황”라며 “단기적인 정책적 지원과 중장기적인 세제 혜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다른 대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항공사가 단기간에 우후죽순으로 진출한 것이 LCC업계가 고전하게 된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선만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럽과 미국의 LCC와는 달리, 국내 LCC는 국제선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저비용 항공사는 정비비나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저렴한 단일 기종 항공기를 고집한다"며 "이런 상황에 확장할 수 있는 지역은 동남아가 최대인데 6개 항공사가 모두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다 보니 과당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위기상황은 일본사태와 코로나 사태 등을 거쳐 가속됐을 뿐 언젠가는 부메랑처럼 돌아올 부분들이었다는 것. 이번 위기를 통해 LCC업계 전반에 구조개편의 바람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제주항공의 모회사인 애경그룹은 인수대금 약 695억원에 이스타항공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M%A 실사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의 열악한 재무구조가 드러났고 1월 안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2월 안’으로 연기했다.

LCC 업계 구조개편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던 이번 인수합병 계획은 첫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현 상황에선 마지막 대안이자 희망으로 여겨지는 구조개편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저비용항공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언제쯤 걷힐지, 한마디로 '시계 제로(0)'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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