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원자재]③ 中 먹거리 닫히자 커피·곡물·육류 줄줄이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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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원자재]③ 中 먹거리 닫히자 커피·곡물·육류 줄줄이 하락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2.12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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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루이싱커피 등 줄줄이 폐점
미 돈육 선물가격도 하락
밀 선물은 호주 산불과 맞물리며 하락폭 제한
최근 커피 선물 가격이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커피 선물 가격이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여전히 진행중이고, 중국 시민들은 거리로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자 중국을 향하던 수많은 화물선들은 갈 곳을 잃었다. 건화물시황을 보여주는 운임지수인 BDI(발틱운임지수)는 지난해 9월 고점대비 80%나 떨어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원유와 구리 등은 물론이고 먹거리를 실은 화물선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세계 최대의 수입국인 중국이 문을 닫자, 커피와 육류, 곡물 가격은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커피 선물 가격 추이.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커피 선물 가격 추이.

스타벅스·루이싱커피 줄줄이 폐점

지난해 10월 상하이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사기 위해 줄지은 고객들의 사진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스타벅스는 중국 내에서 꽤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어떻게 스타벅스가 중국인들을 사로잡았는지를 분석하는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간 커피 수입량이 3배 이상 늘어나면서 커피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키워갔다.

중국이 전세계 커피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성장 속도가 상당히 빠른 데다, 잠재력도 풍부해 그 영향력이 상당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중국 내 4300여개의 스타벅스 매장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스타벅스의 막강한 경쟁자로 인식됐던 루이싱커피(瑞幸咖啡)도 우한 지역의 매장을 폐쇄했다.

이같은 소식은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커피 선물 가격은 연초 이후 5분의 1 이상 급락했다. 현재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커피 선물 가격은 1파운드당 99센트 수준이다. 

커피업체들의 주가 역시 가파르게 빠졌다. 스타벅스 주가는 1월 최고점 이후 6% 떨어졌으며, 루이싱커피는 30% 이상 급락했다. 

라보뱅크의 카를로스 메라는 "중국에서의 커피 전문점의 폐쇄는 세계 커피 가격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커피 가격의 관건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여부"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아시아와, 아시아 이외의 국가에서 상품 수요가 감소할 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커피 가격의 하락이 비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 뿐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커피가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인해 커피 역시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타격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뉴욕 시티은행의 아카쉬 도쉬는 "커피 가격은 종종 불확실한 경제 시기에 있어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기도 한다"며 "지난 몇 달은 세계 경제 전망에서 불확실성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수크덴 파이낸셜의 조디 윌크스는 "2020년은 연초부터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긴장 관계 및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있었다"며 "이 두가지 만으로도 상품 가격에 위험 부담 요인이 많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올해 아라비카 원두의 공급 과잉이 약 500만자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현재 커피는 생산원가 이하로 판매되고 있는 만큼, 시장에 분명한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미 돈육 선물 가격 추이.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미 돈육 선물 가격 추이.

미 돈육 선물 등 육류 가격도 하락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미 돈육(lean hog) 선물 또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17일 이후 하락폭은 14% 수준이다.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에서는 지난 2018년 아프리카 돼지 열병의 발병으로 인해 1억마리 이상의 돼지가 폐사된 바 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의 육류 수입을 늘려왔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일부 미국 수출업자들은 중국으로의 돈육 수출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에 가금류와 돼지고기를 수출하고 있는 타이슨 푸드의 노엘 화이트 사장은 지난 6일 애널리스트에게 "일부 항구에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 돈육 선물 가격은 중국으로의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을 반영해 하락세를 보여왔다. 

다만 최근에는 일부 하락세를 되돌리며 회복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브로커들 역시 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선물 거래의 특성상 시장의 우려를 가격에 반영해 과도하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각) CME에서 거래되는 미 돈육 선물은 파운드당 64센트 수준이다. 2월 초 56센트까지 추락했으나 하락폭을 일부 되돌렸다. 

퓨처원스의 브로커인 매튜 위간드는 "현재 시장에서는 새로운 악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호재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소맥(밀) 선물 가격 추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소맥(밀) 선물 가격 추이.

밀, 코로나 사태와 호주 산불 뒤엉키며 등락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유가는 물론, 구리, 액화천연가스(LNG), 커피, 돼지고기에 이르기까지 각종 원자재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밀 역시 예외는 아니다. 11일(현지시각)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시장에서 거래되는 밀 선물 가격은 부셸당 541센트 수준이으로 1월 중순 고점 대비 6.8% 하락했다.

다만 밀의 경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외에도 호주 산불 등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하락폭이 제한적이다. 

밀 선물 가격은 1월 중순까지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이같은 움직임에는 호주의 산불 영향이 컸다. 지난해 9월부터 지속된 호주의 산불은 1100만헥타르(ha)를 불태웠고, 이는 호주산 밀 공급의 감소로 이어졌다. 

공급이 크게 줄어들면서 밀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왔고, 이 와중에 확산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밀 가격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 폭이 다른 원자재에 비해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던 것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1단계 무역거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점도 하락폭을 제한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본격화될 당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대두됐으나, 중국이 미국 농산물 구매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이에 대한 불확실성을 걷어냈다는 데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한편 번스타인의 분석가들은 크래커, 쿠키, 시리얼을 만드는데 밀이 사용되는 만큼, 향후 밀 가격의 흐름은 캠벨 수프와 켈로그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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