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원자재]①국제 유가, 신종 코로나에 변동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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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원자재]①국제 유가, 신종 코로나에 변동성 확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2.10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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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장중 한 때 50달러 하회...브렌트유도 5주간 하락
수급 불균형 추세 더욱 강화될 듯
포브스 "유가 30달러 하회할수도"
국제유가가 5주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가 5주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유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주 장중 한 때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WTI 가격이 50달러를 하회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여만이다. WTI는 물론 브렌트유 역시 5주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1월 고점과 비교하더라도 20% 이상 떨어졌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를 이끈 것은 중국 지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12월말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연결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비롯한 10개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플러스(OPEC+)는 감산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하락 추세를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원유 시장의 많은 투자자들 역시 향후 더 큰 변동성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국제유가 하락 이끈 수급 불균형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이전에도 원유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은 화두로 자리잡았다. 미국 셰일유의 생산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데다, 전세계 경기성장 둔화로 인해 원유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부각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은 중국의 공장들을 멈추게 했고, 중국으로 향하던 항공편은방향을 틀었다. 중국 각 부문에서의 소비활동이 멈추면서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은 빠르게 확산됐고, 이같은 분위기는 유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석유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에너지 산업 관계자들은 2월 중국의 원유 수요가 2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하루 300만배럴 감소하는 것이며, 전세계 수요의 3% 이상이다.

OPEC은 수요 감소가 꾸준히 지속되면서 올해 전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20만배럴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체이스는 1분기 전세계 수요 전망을 하루 115만배럴에서 50만배럴로 줄였다. 

감산 여부 놓고 OPEC·OPEC+의 불협화음

전세계의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공급도 그만큼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OPEC과 OPEC+ 간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OPEC과 OPEC플러스는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원유 가격을 올리기 위해 올해 1분기까지 하루 평균 50만 배럴을 추가적으로 감산해 감산량을 하루 170만배럴로 늘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OPEC플러스 산하 주요 10개 산유국으로 구성된 기술위원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감산 기간과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추가 감산을 지지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만일 이들이 감산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유가의 하락 추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감산에 합의한다 해도 수급 불균형 기조 자체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지지한다고 보도한 이후 유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선 바 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유가 방향성에 대해 불투명한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4일(현지시각) 장중 한 때 5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4일(현지시각) 장중 한 때 5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측 구매 물량 10% 축소 예상..공급업체는 매달 50억달러 손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르시아만 원유 공급업체들은 현재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3월분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주요 공급업체들에게 계약 조건의 유연성을 요구하며, 구매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페르시아만의 4대 공급업체들은 중국 측 구매 물량이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배럴당 55달러 수준으로 계산할 경우 중국 물량이 10% 줄어들 때 공급업체들은 매달 5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리비아의 긴장이 완화되는 점도 변수다. 앞서 리비아 동부 군벌인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 국민군(LNA) 사령관 측이 송유관을 폐쇄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리비아의 원유 생산이 급감했으나, 만일 리비아의 송유관이 다시 열릴 경우 하루 100만배럴 이상 원유 생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급의변수들은 유가의 변동성을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는 요인들이다. 

코메르츠방크는 "미 증시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완전히 극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석유시장에서의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된다 하더라도 중국의 수요 변화는 무시하기에는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브스는 유가가 30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시장에 존재하는 다섯가지 폭풍, 즉 ▲중국의 수요 급감 ▲신종 코로나 사태의 도미노 효과 ▲OPEC과 OPEC+의 불협화음 ▲실제 세계 수요의 둔화 ▲미국 셰일유 등 공급 증가 등 모든 요인이 줄지어 영향을 미칠 경우 유가를 30달러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OPEC과 OPEC플러스가  감산 합의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유가 하락 추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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