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국]③ '홀로 서기' 영국...車·어업 어떻게 지켜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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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영국]③ '홀로 서기' 영국...車·어업 어떻게 지켜낼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2.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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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영국 뿐 아니라 EU 기업들의 관세 타격 불가피 
유럽자동차협회 "현재 무역여건 지켜야"
어업, 양측 입장 강경해 협상 쉽지 않을 듯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자동차 업계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자동차 업계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이 텍사스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는 영국이 EU를 떠나는 것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EU 입장에서는 영국이 빠져나간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나 규모·영향력 등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미국이 텍사스를 잃은 것과 같은 충격이라는 것이다. 영국은 EU 예산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이 떠나가면서 EU의 재정압박은 불가피하다. 

미국이 텍사스를 잃어버리는 것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텍사스의 홀로서기를 상상하는 것은 더 어렵다. EU는 영국을 떠나보냈고, 영국의 홀로서기는 이미 시작된 거나 다름없다. 마치 '하나의 국가'처럼 지내던 영국과 EU 27개국은 이제는 거래를 위해 각종 비용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골치아픈 행정절차를 따라야 한다. 이는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홀로서기..관세협상이 관건

31일 오후 11시(그리니치 표준시·GMT)를 기해 영국은 EU와 결별하고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물론 올해 연말까지 전환기간이 주어졌다. 11개월 동안 영국은 이전에 한 나라처럼 지내던 나라들과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한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EU 측에 무역회담을 위한 조속한 진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EU는 나름대로 계획된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다. 협상 명령 초안은 2월1일(현지시각)까지 만들어지고, EU 장관들은 2월25일 미셸 바니에 EU 협상단장에 대한 권한을 승인할 예정이어서 조만간 공식 회담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EU는 연말까지 무역과 안보, 외교, 산업, 문화 및 교육을 망라하는 광범위한 범위에 대해 치열한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협상기간이 11개월밖에 남지 않은 터라 올해 말까지 모든 분야의 협상을 마무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아무런 성과가 없는 '노딜 브렉시트'라는 결과가 초래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이럴 경우 영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조건에 따라 거래를 하게 된다. 영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만족스럽지 않는 결과일 것이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EU 규칙의 수용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각 산업계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오히려 수출업자들에게는 힘든 고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알렉스 드 로이테르 버밍엄대학 브렉시트 연구소장은 "자비드 장관은 영국이 EU 규칙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유럽에 수출을 희망하는 영국 소재 기업은 모두 유럽의 규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일 영국 정부의 말대로 EU 규칙을 따르지 않을 경우 재규어나 랜드로버와 같은 자동차 업계의 손실이 클 수 있다. 

車 업계, 일부 공장 폐쇄 예정..이미 피해 현실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에서 EU로 수출하는 자동차에는 10%가 넘는 관세가 붙게 된다. 자동차 업계 역시 이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미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다. 

영국 자동차공업협회(SMMT) 자료에 따르면, 영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4% 감소했다. 이전 17개월 중 16개월동안 감소한 것이기도 하다. 

마이코 호이스 SMMT 사장은 "자동차 업계는 극도로 걱정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의 글로벌 경쟁력은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의 자동차 생산량이 부진한 것은 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3년 반 동안 이어진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때문이다. 영국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교역상대는 EU 국가들이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EAMA)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영국이 EU에 수출한 자동차는 총 67만여대다. 영국 자동차 수출의 51%를 차지한다. 반대로 영국이 EU 국가들로부터 수입한 자동차는 총 180만대로 전체 수입차의 85%에 달한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까지 더하면 EU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영국이 수입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의 80%는 유럽 국가들로부터 이뤄지고 있으며, 영국에서 만들어진 자동차 부품의 최대 수출국 역시 EU(약 60%)다. 

SMMT는 "영국의 자동차 생산은 2018년에 비해 2019년 10월까지 이미 14% 이상 감소했으며, 연간 생산량은 약 130만대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또 "만일 영국이 별다른 무역협상 성과 없이 EU를 떠나게 되면, 영국에 기반을 둔 자동차 업계의 공급망을 무너뜨리고, 생산에 지장을 주며, 이익을 잠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영국에서 자동차 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EU와 기타 시장과의 우대 무역을 지속하는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일부 자동차 공장들은 이미 폐쇄를 결정했다. 혼다는 오는 2022년 영국 스윈던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연간 15만대의 시빅이 생산되며 3500여명이 일하고 있다.

닛산 역시 영국 선더랜드 공장의 추가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닛산은 신형 엑스테일을 영국에서 생산하려 했으나,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감안해 계획을 백지화했다.

포드는 올해 6월까지 영국 웨일스의 엔진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BMW와 도요타 역시 영국 공장 철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회장은 그의 첫 유럽공장 방문지로 영국이 아닌 독일을 선택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는 영국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너무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브렉시트 찬성하는 시민들이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브렉시트 찬성하는 시민들이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업도 민감..양측 입장 강경해 타협 쉽지 않을 듯

자동차 못지 않게 브렉시트에 민감한 곳이 바로 어업 분야이다. 어업은 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등 EU 국가들은 수산업을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여긴다.  

영국의 어업 분야 종사자들은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져왔다. 영국은 1973년 EU에 가입하면서 유럽국가들과 공동어업정책을 실행하게 됐다. 이로 인해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을 제한하는 쿼터가 발생해 어업 종사자들의 경제적인 이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어업 종사자들이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메우기 위해 해산물 가공산업을 키워왔다. 수입하거나 양식한 물고기의 내장 등을 제거해 가공한 후, 이를 다시 수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영국의 수산업에는 약 2만4000개의 일자리가 있으며, 이 중 3분의 2 가량이 가공산업에 속한다. 

NYT에 따르면, 영국 동부의 해안도시 그림즈비의 한 부두에는 약 5000여명의 인원을 거느린 70여개의 가공창고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취급되는 어류의 80%는 수입된 것이며, 현장 근로자의 3분의 1은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EU회원국에서 건너왔다. 

해산물 가공업체들은 "우리 산업이 번창하고 있지만, EU 회원국에서 오는 인력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무역이 없으면,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지난달 24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서비스와 같은 분야에서 우리에게 양보를 받기 위해서는 어업과 같은 분야에서 양보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이번 회담에서 어업은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적인 경제적 이익으로 취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U 국가들의 어업에 대한 입장이 강경한 만큼 어업을 둘러싼 무역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자료: SMMT, EUROSTAT
자료: SMMT, EUROSTAT

獨 비롯 EU 기업도 위험에 처해

브렉시트의 위험은 비단 영국 기업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EU 기업들 역시 '떠나가는 영국'으로 인해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블룸버그가 EU 국가로부터 영국으로 수출되는 품목을 연구한 결과, 2018년 기준 3012억유로(약 394조4000억원) 규모의 수출 상품 중 약 473억유로(약 61조9000억원) 규모의 상품이 새로운 관세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U 기업들이 영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약 50억유로(약 6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치즈와 타이어를 비롯해 500여개 이상의 상품이 관세율 및 쿼터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독일이다.

약 188억유로(약 24조6000억원) 규모의 독일 상품이 잠재적인 관세 부과 대상이다. 이는 벨기에와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상품을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2018년 기준 독일이 영국으로 수출한 175억유로(약 22조9000억원) 규모의 자동차에 대해 10~16%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18억유로(약 2조3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자동차는 EU 수출의 77%를 차지한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를 포함해 23개 자동차협회는 지난해 9월 공동성명을 통해 "협상에 실패하면 수십억 유로의 관세가 양쪽에 걸쳐 경제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의 교역조건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한 협상을 공동 촉구한 바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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