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금융권]⑤ "금융감독, 처벌만 능사 아냐...'사전경보시스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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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앓는 금융권]⑤ "금융감독, 처벌만 능사 아냐...'사전경보시스템' 도입해야"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1.30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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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로 번지는 ‘라임 사태’
감독당국 소극적 대응...피해 키웠다
끊이지 않는 불완전판매 지적도 나와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사태가 자산운용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금융당국의 무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독 기관이 선제적으로 대처했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소비자보호를 이유로 운용사의 문제보다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정황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불완전판매 감독 역시 ‘사후약방문’ 격 대책에 그치면서 비슷한 피해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감독당국에 사전 감독체계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권에 따르면 29일 금융감독원은 알펜루트자산운용에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 알펜루트자산운용 측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증권사들의 연이은 자금 회수로 환매에 차질이 생겼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외에 자산 부실 등 다른 사유가 확인될 경우 정식 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 자산운용업계로 번지는 라임 사태…금감원, 뒤늦게 수습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라임 사태’가 자산운용업계로 번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같은해 10월 유동성 문제로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TF 1호’ 등 1조5600억원 규모 세 개 모(母)펀드에 대해 환매를 중단했다.

이 펀드들은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으로 판매한 것이 화근이었다. 투자기관들의 환매가 동시에 몰리자 모라토리엄 상태에 빠졌다. 이미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는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권들은 현재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펀드들에 1200억원을 투자한 ‘크레디트인슈어드(CI) 무역금융펀드’ 또한 오는 3월부터 돌아오는 만기를 앞두고 환매 중단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판매조건을 이행하지 않고 계약을 위반한 라임펀드의 책임자들은 소재파악조차 안되는 상황에서, 은행을 포함한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후 자금이 묶인 증권사들이 또 TRS 업무를 맡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한편 대출 비중을 줄이면서 자산운용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운용사는 증권사의 TRS 자금 회수 요구에 응하면서 이를 메울 만한 다른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단기간 내 보유자산 현금화가 어려운 탓이다. 펀드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실제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증권사의 TRS 자금 회수 요청에 지난 28일 1100억원 규모, 세 개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금감원은 같은날 주요 증권사 PBS 임원들과 만나 운용사들과 계약한 TRS 관련 증거금 인상이나 자금 회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증권사들이 TRS 계약을 맺은 사모펀드 운용사 19곳에 공급한 자금은 1조9000억원에 이른다. 다른 사모펀드에서도 자금을 회수할 경우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

◆ "라임 사태, 불완전판매 논란만 부각시키나" 우려 

그러나 라임 사태가 확산하자 감독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미 알펜루트자산운용에서 환매가 중단된 이후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로선 증권사들이 알펜루트자산운용 외 다른 자산운용사에서 자금 회수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라임 사태가 번져나간다면 확신할 수 없다. 펀드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증권사 입장에선 손실을 회피하려면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다.

앞서 금감원은 또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전환사채(CB) 편법거래 등 라임자산운용에 의혹이 제기되자 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라임자산운용은 세 개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기 직전인 같은해 9월 ‘펀드 돌려막기’를 통해 CI 무역금융펀드 자금을 이들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검사가 한창이던 때다. 금감원은 환매를 위한 예외적인 경우라면 펀드 간 자전거래가 허용된다는 입장이지만 정상 펀드로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말았다.

근본적으로 지난 2015년 사모펀드 관련 규제가 완화된 뒤 감독당국이 자산운용사 감독을 소홀히 하면서 부실 운용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제서야 올해 검사업무 운영 계획에 ▲자산운용사의 펀드 유동성 ▲펀드 자산평가 ▲기준가격 산정 과정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가입자들은 금융당국 사후 대응에 불만이다. 당국은 지난해 10월 이후 공식적으로 사태의 원인이나 진행 상황 등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음달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삼일회계법인의 펀드 실사 결과가 나와야 결론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시중은행의 펀드 판매 과정을 과도하게 문제 삼으면서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처럼 금감원이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은행에 막대한 배상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 사태는 운용사의 잘못된 운용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와 원인이 다르다”며 “감독당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진 알 수 없으나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이나 소송이 접수되는 등 현재로선 운용사의 문제까지 판매사가 책임져야 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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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사고, 처벌 만으로 예방안돼...사전경보시스템 도입해야" 

문제는 감독당국이 금융업계의 불완전판매가 불거질때마다 철퇴를 가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사후 처벌은 강화됐으나 예방 측면에서 뚜렷하게 내놓을만한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감독기능의 실효성에 대해 점검해야할 시점이다. 

지난 2005년 우리파워인컴펀드, 2008년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2011년 저축은행 후순위 채권, 2013년 동양증권 기업어음(CP) 등이 대표적인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사례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대적인 예방 대책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미스터리 쇼핑, 투자설명서 개선, 고령투자자 보호방안 등 제도를 개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DLF 사태는 또 터졌다. 이 때문에 감독당국의 역할이 사후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질적으로 금융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DLF 사태로 원금 손실을 본 피해자들은 "금감원이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금융투자상품 판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을 사태가 악화(원금 전액 손실)되기 이전 파악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원금 손실이 본격화되고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이제서야 은행 등 펀드판매사에 대한 처벌 수위에만 집중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DLF 주판매처였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018년 실시한 미스터리쇼핑에서 각각 ‘미흡’, ‘저조’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규정상 금감원은 판매 절차 개선 등을 권고할 수 있으나 강제성이 없어 위험 평가를 받은 금융기관은 자체평가기준에 따라 펀드 판매를 이어갔다. 결국 DLF는 계속 팔려나갔다.

금융당국의 DLF‧라임 사태 대책 역시 사전 대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국은 지난해 12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또 올해 업무 운영 계획에서도 파생결합상품‧헤지펀드 등 고위험 금융상품 영업 활동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을 비롯해 미스터리쇼핑 등 불완전판매 예방책들도 사전 대응 실효성이 낮은 상황에서 규제의 수만 늘어났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오히려 금융상품 시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만 발생할 수 있다.

은퇴한 금융감독당국 고위직 출신 인사는 “금융사에서 감독당국에 정기적으로 주요 영업 사항 자료를 보고하지만 통계 목적으로 이용될 뿐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금융사고가 발생한 후 진행되는 검사를 보면, 금융기관이 일일보고 형식으로 매일 보냈던 일상적 통계자료를 직접 방문해선, 지난 수개월내지 수년치를 다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금감원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고위험 펀드 판매현황 등을 망라한 일일보고를 받으면서 일정 기준치를 벗어나면 전산상 자동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지 않겠냐"면서 “현재 감독당국이 보고받는 금융사 영업 관련 자료를 통해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 신호를 미리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알고 있는 대형 금융사고의 대부분은 감독당국이 일일보고 만 제대로 점검했거나 사전경보시스템 등만 갖추고 있었어도 예방하고 미리 적발해 금융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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