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데이터 3법이 바꿀 우리의 미래
상태바
[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데이터 3법이 바꿀 우리의 미래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20.01.28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산업분야에서 혜택 가시화할 것"..제조업 분야도 혁신 예상
스토리지 장비산업 활성화· 데이터중개상등 신산업 등장도
정부 할일 더 커져...국민의 '정보 결정권' 강화로 뒷받침해야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지난 9일 우여곡절 끝에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데이터 3법으로 하루아침에 우리의 미래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변해갈 우리 사회의 모습을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볼 일이다.

데이터 3법은 ①모든 산업 영역에서 ②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안전한 기술적 처리(비식별화)를 거쳐 가명·익명 정보의 경우 ③산업적 연구, 상업적 통계 목적이라면 이를 ④개인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한 가명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통계 작성, 연구 등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정됐고, 정보통신망법은 개인정보 관련 내용을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신용정보보호법은 상업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해 가명 정보를 신용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용·제공이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① 모든 산업 영역에서'다. 수많은 가명·익명 데이터가 공개되고 이를 AI가 학습하는 경우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이 바뀔 수 있다. 지금까지 조금은 허황되게 다가왔던 '4차 산업혁명'이라는 구호도 주변에서 점차 현실화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IT산업 분야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 영역에 4차산업 기술의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심지어 기존 산업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기존 제조업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아

제조업의 핵심은 생산라인의 무결성 확보다. 생산라인에 문제가 있으면 결함 있는 제품(불량품)이 생산된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허용오차가 나노 단위이다. 많은 수의 제조기업들이 불량이 발생하는데도 그 원인을 찾지 못해서 애를 먹는다. 원인을 찾는데 적게는 몇 주, 많게는 몇 개월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생산라인을 돌리지 못하기 때문에 피해는 막대하다.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이유중 하나는 각 제조회사가 자기 회사의 데이터만으로 원인을 찾이야 하는 수고에 있다. 무결성을 갖추고 잘 돌아가던 생산시설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거나 개선하는 경우 원인 모를 불량이 발생하게 되는데, 새롭게 추가·개선된 요소(원인)에 관한 데이터가 전혀 없는 것이 문제이다. 회사는 매번 생산라인 개선을 결정할 때, 이런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
  
이제 데이터 3법을 통해 기존의 다른 제조업 공장(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산업데이터를 잘 정제하여 AI를 활용해 분석하게 되면, 기존 생산방식을 개선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신 제조공정의 불량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른 회사가 이미 겪었던 문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서로 다른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안시설’을 갖춘 전문기관을 통해서만 결합이 가능하고, 전문기관의 승인을 거쳐야 반출이 가능하다.

나아가 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신제품의 연구개발(R&D), 디자인, 조달, 마케팅, 유통 등 제조업 전반에 걸친 혁신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ICT산업에 미칠 영향은 엄청나다

데이터 3법은 ICT업계의 숙원사업이었다.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로 인해 블록체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핀테크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초 토대(혹자는 ‘원유’라고 표현하기도 한다)인 데이터 기반 신산업 육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기존에는 국내 IT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놓고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비식별화 후 얼마든지 이용가능하다.

한편, 천문학적인 데이터가 현재시간 매초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저장하고 정제하는 것 또한 큰 도전 과제이다. 스토리지 장비(저장장치)와 프로세싱 장비(서버)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데이터 산업의 핵심 토대인 클라우드 장비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고도화도 활발히 진행될 것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이 받아 왔던 해외에 서버를 둔 해외 기업들과 규제 역차별도 일정부분 해소될 것이다.

이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20’. 헬스케어, 신약분야에서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AI를 결합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을 선보여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사진= 연합뉴스
이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20’. 헬스케어, 신약분야에서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AI를 결합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을 선보여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사진= 연합뉴스

의료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가 특별히 주목되는 이유

필자는 금융과 의료 빅데이터 산업이 가장 먼저 활성화 될 것으로 보는데 그 중 의료에 조금 더 주목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보건의료 분야 공공기관의 의료데이터를 정책연구 등 공공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hcdl.mohw.go.kr)」 (이하 ‘플랫폼’)을 개통한 바 있다. 이 플랫폼의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데이터 3법이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올 하반기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시기에 맞춰 의료 분야 가명조치 및 보안조치 절차, 데이터의 제3자 제공방법 등을 포함한 의료데이터 활용지침을 수립할 계획이다. 정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센터,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바이오) , 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센터(병원), 인공지능 신약개발센터(신약), 피부·유전체 분석센터(화장품) 등 5대 분야별 보건의료 데이터센터도 내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기업은 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글로벌 의료정보 플랫폼(메디블록)은 블록체인 기반 간편 실손보험청구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환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의료보험 청구에 필요한 영수증과 세부내역서 등을 병원으로부터 내려 받아 보험사에 전달할 수 있다. 환자가 제출한 청구 서류의 원본 증명은 블록체인이 담당한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에서 본인인증을 마친 후, 앱에서 최대 터치 5번으로 진료기록을 내려 받아 10초 안에 실손보험을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다. 보험사는 연간 3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가 쌓이고 AI가 학습하게 되면 과잉 진료 및 보험사기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서비스는 철저하게 본인(사용자, 의료기관, 보험사)의 동의를 바탕으로 했다. 데이터 3법의 시행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비약적으로 많아질 것이니, 의료 분야가 데이터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산업이 될 것이다. 본인 인증은 DID(Decentralized Identity)가 담당할 것이다.

중국, 미국 비해 늦었지만 데이터 거래하는 신산업 '유망'

중국은 2014년부터 국가가 직접 나서 거래소(구이양빅데이터거래소)를 설립해 빅데이터 시장을 키워왔고 이후 북경, 상해, 심천에 데이터 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중국의 대표 IT기업 텐센트, 알리바바 등을 포함해 2000개 회원사가 데이터를 거래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500개 이상의 데이터 중개상(Data broker)이 민간·공공부문의 데이터를 수집·결합해 판매하고 있고, 구글, 페이스북 등 IT 공룡부터 스타트업까지 데이터 중개상을 통해 연구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거래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개방 공공 데이터량은 한국은 2만5000개, 미국 23만3000개다. 우리의 빅데이터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79% 수준이라고 평가된다.

우리 정부는 데이터 유통과 거래 촉진을 위해 데이터 바우처와 데이터 거래소를 확대 운영하고, 유통 생태계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3년까지 총 8천개 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 구매 및 가공 지원하는데 약 3천억원이 투자되는데, 데이터스토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로 운영되고, 금융위원회 산하에 금융 분야 거래소도 올 3월에 오픈될 예정이다.

데이터 3법, 장밋빛 미래 보장할까

지금까지 정부가 데이터 공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개인정보의 유출 및 악용 가능성 때문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데이터 3법에 대해 “개인정보의 활용범위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개인정보의 오·남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면서, 정보인권에 대한 보호 논의가 충분히 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국민 개인식별번호인 주민등록번호로 인해 가명 개인정보를 결합·활용하는 과정에서 재식별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시민단체는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제대로 된 통제장치 없이 개인의 가장 은밀한 신용정보·질병정보 등에 전례 없이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관리할 길이 열렸다”고 비판했는데, 정부는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할 능력과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부는 데이터 3법이 통과되기 이전부터 알게 모르게 공공 데이터의 공개와 활용에 관해서 오래 고민해왔었다. 먼저 국민(사업가 포함)의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고, 데이터에 더 쉽게 접근하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데이터포털을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사용 편의성이 떨어지고, 데이터 품질도 수준이하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민들은 어떤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기 힘들기 때문에 국민이 필요한 데이터와 관련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국가데이터맵’을 고도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반대의 관점에서 보면 정보의 자기결정권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민이 자기정보를 검색해 내려 받고 안전하게 유통할 수 있는 공공부문 마이데이터 포털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은 금융·의료 등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사용자의 동의를 전제로 개인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국회가 제·개정하는 법률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기가 어렵다. 결국 법률이 구체화되는 것은 시행령, 시행규칙 등 정부 입법이다. 데이터 3법의 핵심은 가명·익명 정보의 활용은 넓게 보장해주되, 개인정보 관리감독 권한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데이터 전문기관을 통한 데이터 결합, 이전, 활용의 경우 최신의 보안장치를 의무화하여야 한다. 나아가 재식별 시도에 대한 사후 처벌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범죄행위를 발본색원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로베이스 파트너변호사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