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산천어축제엔 恒産과 恒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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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산천어축제엔 恒産과 恒心이 있다
  •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
  • 승인 2015.10.2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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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도 하고, 수익을 내 후진 양성에도 힘쓰는 왕도정치의 모델
5. 맹자, 화천 산천어축제를 논하다
<3> 일자리 만들고, 수익금을 인재육성에 쓰는 仁義의 잔치

 

맹자의 사상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왕도정치와 성선설 그리고 역성혁명이다.

▲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

왕도정치(王道政治)란 인의(仁義)에 기반한 정치의 실현이다. 인의를 실현 하는 정치란 민생을 편안히 한 후에 도덕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생업(恒産·민생)이 없어도 일관된 마음(恒心 도덕)을 가지는 자는 선비만이 할 수 있습니다. 백성들은 안정적인 삶이 없으면 도덕질서를 유지하는 마음도 없어지고 맙니다.”

“無恒産而有恒心者, 惟士爲能. 若民, 則無恒産, 因無恒心” <맹자, 양혜왕 상>

 

맹자는 민생을 돌보지 못한 정책에 대하여 이렇게 분노를 표출한다.

“푸줏간에는 살찐 고기가 가득하고 마구간에는 살찐 말이 가득한데도 백성들의 얼굴에는 굶주린 기색이 역력하고, 들판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늘려있으며, 이것은 짐승들을 몰아다 사람을 잡아먹는 것이다(率獸食人).“ <맹자, 양혜왕 상>

“어진 정치(仁政)란 반드시 토지의 경계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토지의 경계가 바르지 못하면, 정전이 고르지 못하고 곡록이 공평하지 못합니다.”

이어 정전제(井田制)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우물 정자(井) 모양의 900묘(한 묘는 약 200평) 중 800묘는 8가구에 각 100묘씩 나누어 주고, 가운데 100묘 중 80묘는 남겨두고 20묘를 8가구에 2.5묘씩 나누어 준다. 그 2.5묘는 농사짓기 위한 농기구를 보관하거나 식사를 하는 장소로 이용한다. 그리고 가운데 80묘를 각 가구가 10묘씩 나누어 농사를 짓는다. 그러면 각 가구는 110묘의 농사를 짓는다. 수확을 하면 110묘 중 100묘는 자기가 가지고, 가운데 10묘는 세금으로 낸다. 그러면 세금은 10/110 즉 약 9% 남짓 된다. 한편 자기가 사는 집 주위에 뽕나무를 심고 닭과 개 그리고 돼지를 키운다면 50세에 비단옷을 입고 70세에도 고기를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민생문제가 해결 된 후에 백성들 에게 교육을 시키면 왕도정치는 실현된다는 것이다.

▲ 산천어 낚시에 몰두하고 있는 아빠와 아들 /사진=강낙규

 

조선조 大同法은 왕도정치의 구현

조선시대 성리학의 이념은 이식위천(以食爲天) 즉 백성은 먹을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의미로 민생문제와 관련지어 고민했다. 맹자의 항산 (恒産) 사상을 이어받았다. 민생과 세금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대동법 을 모색했다. 조선의 세제는 조용조(租庸調)로 이루어졌다. 조(租)는 토지 (전조 田租)에 대한 세금이고, 용(庸)은 요역과 군역등 노동력의 수취이며, 조(調)는 지역특산물을 납부하는 제도이다. 조(租)는 대체로 수확량의 1/10 를 납부하니 별 문제가 없었으나 문제는 용과 조(庸調)였다. 지방 관리의 수탈 이 용조에서 발생했다. 탐관오리가 다스리는 지역에선 용조에 대한 세금이 거의 70%까지 육박했다.

대동법(大同法)은 조용조의 세금을 전결세(田結稅) 하나로 통일해 납부하는 세제다. 즉 모든 전결에 1결당 쌀 12말씩 부과 하고 나머지 세금은 일체 부과하지 않는 제도다.

대동법이 실시되기까지는 거의 20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반대세력이 조직 적으로 격렬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토지분배를 통하여 농민에게 항산 (恒産)을 마련해주는 정전제와 대동법은 같지는 않지만, 정경계 균부세 (定經界 均賦稅)의 방법을 통하여 사회·경제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면에서 정전제의 정신을 이어받았다. 대동법의 반대론자는 중앙에서는 김상헌과 김집 등으로 재정개혁 보다 이념지향이 강한 정치개혁 세력이었고, 지방에서 는 공물을 거두는 물품 출입 관리와 토호세력 특히 수십, 수백결의 땅을 보유하는 세력이었다.

김육을 비롯한 전문 재정 관료들의 치열한 노력 끝에 마침내 대동법은 결실을 거두었다. 김육은 “내가 바라는 바는 마음을 바르게 가지고 일처리를 실질적으로 하는 것이니 절약해 백성을 아끼고 부역과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공허하고 멀리 있는 것을 추구해 뜬구름 같은 글을 숭상하고 싶지 않다.”

안민(安民)과 상관없는 국가자체의 부강함을 경계한 사림의 원칙과 관료적 안목 그리고 정치적 집요함과 유연함의 결실이었다.

이로 인해 민생은 회복되었고 사회는 안정됐다. 대동법을 실시한 지역과 실시하지 않은 지역의 세금은 결당 10배가 차이가 났다고 하니 대동법 실시이후 백성들의 생활은 대폭 향상되었던 것이다.

 

16세기말에서 17세기중반까지 조선은 임진왜란(1592년), 정묘재란(1597년), 정묘호란(1627년), 병자호란(1636년) 등의 전쟁과 정변, 경신대기근 (1670~1671년)과 전염병으로 인구의 10%이상이 사망했다.

전쟁과 기근 그리고 전염병으로 국민의 10%가 사망했다면 사실 그 왕조는 수명이 다한 것이다. 하지만 조선은 이후 300년을 더 이어갔다. 그 많은 백성들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명(命)이 이어진 것은 대동법의 실시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왕조가 바뀌어 만약 대동법이 폐지된다면 백성들은 다시 도탄에 빠지기 때문에 비록 수많은 백성이 죽어 갔지만 살아남은 자들을 위해서는 대동법의 시행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소득도 올리고, 장학금도 조성하는 효과는 맹자의 가르침

산천어축제에 참가한 관람객 수는 처음 개최 당시 22만명에서 2015년 150만명을 초과했고, 외국인도 5만여명이 방문했다. 지역경제 유발 효과는 2,000억원에 달하고, 행사매출액은 1,600억원을 초과했다. 소득유발효과는 167억원, 고용유발효과는 1,586명이다.

축제 대부분에 지역주민이 참여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화촌 읍내에 있는 산천어 공방에서는 마을 노인들이 산천어등을 만든다. 철사로 엮은 산천어 모형에 한지를 정성스럽게 붙여 나감으로써 산천어등을 만드는데 각자의 개성을 담는다. 겨울에 일거리가 별로 없는 시골에서 그것도 연세가 드신 노인들에게 산천어등 만들기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 소득 창출과 손수 제작한 개성 있는 산천어등을 만들면서 보람도 가진다. 그리고 산천어등의 예술 창작으로 노인들의 육체,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산촌마을 할아버지·할머니는 봄부터 산천어축제에 내놓을 농사를 짓는다.

콩, 감자, 땅콩, 옥수수, 고구마, 무말랭이 등.

“농민은 생산만하고 판매는 알아서 해준다.”는 원칙하에 농산물 판매는 사회단체와 농협에서 운영함으로써 농산물판매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대다수의 농산물은 축제기간 내에 판매된다고 한다. 판매 경비를 제외한 수익금은 지역 인재육성과 향토장학금으로 사용된다.

▲ 얼음낚시 삼매경에 빠진 어린 강태공./사진=강낙규

 

최문순 화천군수는 한 인터뷰에서 향후 산천어축제 계획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첫째. 관광객에게 즐거움과 행복감 제공,

둘째. 지역 주민의 주머니 사정을 넉넉하게 함

셋째, 지역학생들에게 재정에 대한 걱정 없이 공부할 교육환경 마련해주기

 

최 군수의 사유는 맹자의 인의정치와 흡사하다. 항산(恒産)을 우선 과제로 삼고 이후 항심(恒心)을 이루기 위해 장학 사업을 펼친다. 선부후교(先富後敎 먼저 풍족하게 만든 뒤 예의를 가르침) 민생이 해결된 이후에야 예(禮)를 얘기할 수 있다는 맹자의 논리와 부합한다. 항산을 이루는 과정도 아름답다. 국내 최초로 화천읍에서만 사용 가능한 상품권을 도입해 관광객에겐 가격할인의 이득을, 화천읍 주민에겐 농특산물의 판매로 소득의 증가를 가져다 줬다. 또한 그냥 일자리도 아닌 노인 일자리를 창출해 소득향상과 건강 유지 그리고 보람을 가지게 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도 올렸다.

 

하늘이 내린 天爵이 곧 성선설의 핵심 이념

인간의 성(性)을 맹자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본연적인 도덕이성이라고 보는 반면, 순자는 인간이 사회와 관계를 맺은 이후에 드러나는 사회화된 성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왕도의 실현을 위한 정책방향도 달라지게 된다. 맹자는 인간 내부에 있는 착한 본성을 회복하는데 주력한 반면에 순자는 외부적으로 악한 본성을 통제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공포심에 기초한 형벌과 세금 그리고 이익으로 민심을 다스리는 것은 인작(人爵) 즉 인간이 만든 작위(公, 卿, 大夫)로 소인의 정치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천작(天爵, 仁·義·忠·信), 즉 하늘이 내린 존귀한 길은 인의의 실천이요, 왕도정치라고 맹자는 주장한다.

왕도정치의 구현으로 백성 모두가 선함을 되찾고 어떤 악도 존재하지 않으며, 천하가 그를 따르고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의 갈망이 일치하여 모든 백성이 굶주림과 추위에서 벗어나고 인의에 의한 평화로운 나라가 완성된다.

맹자의 성선설은 성리학, 주자학의 핵심이념으로 자리 잡게 된다.

 

최 군수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 인근에 유사한 축제가 있어 관광객들을 빼앗겨 속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다.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200만명의 목표를 세우는 것을 보고 두려움을 가졌다. 콘텐츠의 향상 없이 숫자만 늘리려다가 산천어축제는 외면당할 수 있다. 그리고 이웃마을도 함께 잘되면 기뻐할 일이 아닌가?”

 

대장부다운 소신이다. 맹자의 대장부(大丈夫)론을 보자.

“천하에 가장 넓은 거처(仁義)에 머물며, 천하에서 가장 올바른 자리에 서며, 천하에서 가장 큰 도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어진 군주를 만나면 왕도정치를 펼치고 몰라주어도 옳은 길이라면 홀로라도 마땅한 도리를 실천한다. 부귀도 나를 음탕하게 못하고, 빈천도 나를 흔들지 못하며, 부당한 힘도 나를 굴복시키지 못하니 이것이야말로 대장부가 아니겠는가.

“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得志, 與民由之 不得志, 獨行其道 富貴 不能淫 貧賤 不能移 威武 不能屈 此之謂 大丈夫.”

 

인근 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이웃나라인 중국 길림성 화룡시와 홍콩 EGL Tour·콜라투어, 일본의 톳토리현에서도 벤치마킹하러 온다.

 

역성혁명은 민본사상

맹자는 백성을 근본으로 여기는 민본주의 사상가로, 나라가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民貴君輕). 백성의 소리를 외면하고 반복해서 간언해도 듣지 않으면 군주를 바꾸고(逆姓革命), 살찐 희생과 깨끗한 곡식으로 제사를 지냈어도 가뭄이 들거나 물난리가 나면 사직도 갈아치운다고 했다. <만장 하>

탕(湯)임금의 혁명을 정당화하면서 은(殷)나라 주(紂)왕을 죽은 것은 군주를 죽인 것이 아니라 한 명의 필부를 죽였을 뿐이다(誅一夫)라고 태연히 말한다.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생산력이 급격히 증대했다. 철제 농기구의 사용으로 땅을 개간하는데 효율적이었으며, 이랑재배를 발견하여 곡식의 생존율을 높였다. 소를 이용하여 생산력을 증가하였으며 두레박과 수차의 발명 그리고 관개수로의 실시로 불모지를 경작할 수 있었다. 생산량이 이전 보다 훨씬 증대했음에도 백성들의 삶은 여전히 어려웠다. 소수의 지배자들이 생산물이나 생산수단을 독점하고, 전쟁과 토목공사에 백성을 동원하며, 수확량에 20%이상의 높은 세금을 물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맹자는 전쟁 중단을 주장하면서 전쟁 잘하는 자에게는 최고의 형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善戰者 服上刑). 형벌과 세금을 줄여 백성이 잘살면 효제충신의 도리로 용감해져 천하에 적이 없게 된다(仁者無敵). 진나라에 의해 전국칠웅이 통일되지만 인의의 정치를 펼치지 않은 진나라는 통일 후 3대 15년 만에 무너지고 만다. 통일자체가 목적일 순 없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2011년에는 미국 케이블방송 CNN에서 산천어축제를 세계 겨울철 '세계 7대불가사의(7 wonders of winter)'로 선정한 것도 산천어축제가 국제적인 축제로 도약하는데 한몫 했다. 캐나다의 오로라, 얼음에 갇힌 세인트 피터스버그, 스웨덴의 순록 대이동, 이탈리아의 가라앉은 종,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끓는 물, 눈으로 덮인 런던 등이 세계 7대불가사의다. 추운 날씨에 얼음 위에서 수만 명이 낚시를 하고, 짧은 바지와 반팔셔츠를 입고 겨울날 찬 얼음물 속에서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는 산천어축제에 대하여 신비감을 넘어 ‘불가사의’ 란 표현을 썼다.

자본주의의 성숙기에 이윤극대화란 자본이득이 아닌 화천공동체를 이뤄나가는 화천산천어축제는 이런 의미에서 오히려 불가사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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