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워치]우한 방문 홍콩대 교수팀 "방역의식 제로...봉쇄 소용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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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워치]우한 방문 홍콩대 교수팀 "방역의식 제로...봉쇄 소용없어"
  • 홍콩=이지영 통신원
  • 승인 2020.01.2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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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사스 근원지 밝힌 홍콩대 미생물학과팀
"감염자 수 2003년 사스보다 10배 많을 수도" 
21일 홍콩서도 2명 확진 판정
홍콩선 시민단체 "당국 대응 미흡" 성토

[홍콩=이지영 통신원] 홍콩대학교의 바이러스 전문가팀이 전 세계를 강타한 폐렴 발원지 중국 우한을 방문한 후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이번 우한 폐렴은 지난 2003년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보다 규모가 훨씬 클 수 있다며 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21일 연구 팀과 함께 우한으로 직접 간 관이(管軼)홍콩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는 “이번 우한 폐렴의 감염 규모는 지난 2003년 발생했던 사스보다 최소 10배 규모”라고 중국매체 차이신(財新)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관이 교수는 지난 2003년 홍콩에서 사스가 대규모로 감염됐을 때 관이 교수가 이끈 연구 팀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를 찾아내 중국 광동성(廣東省)의 야생동물 시장을 사스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지목했었다. 또 조류 독감, H5N1 바이러스, 돼지 열병 등 강력한 바이러스를 연구해 온 관이 교수는 우한 폐렴 현장을 직접 방문한 후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바이러스를 처리한 경험이 많고 한번도 겁나지 않았었지만 이번 경우는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고 차이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관이 교수는 “우한 폐렴의 바이러스 원천이 이미 널리 퍼져 버렸다”며 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차이신에 따르면 관이 교수가 우한에 머무는 동안 바이러스를 추적 조사하기 위해 우한 현지 해당 화학연구소를 찾았으나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발원지로 지목한 화난(華南)수산시장을 방문했지만 시장이 전면 봉쇄되는 바람에 폐렴 바이러스에 관한 근거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콩에선 지난 23일 우한 방문 후 개인병원에서 우한폐렴 의심진단을 받은 환자가 방역복을 입은 의료인들에 의해 종합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 환자는 종합병원에서 우한 폐렴 홍콩 1호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 홍콩에선 현재 확진자가 2명 발생했다.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진제공=홍콩 스튜디오 Incendo.
홍콩에선 지난 23일 우한 방문 후 개인병원에서 우한폐렴 의심진단을 받은 환자가 방역복을 입은 의료인들에 의해 종합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 환자는 종합병원에서 우한 폐렴 홍콩 1호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 홍콩에선 현재 확진자가 2명 발생했다.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진=이지영 통신원

관이 교수팀이 가장 놀랐던 것은 우한 현지 시민들의 방역 의식이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 관이 교수는 “우한 시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시장에서 설날을 준비하기 위한 물품을 구입하고 있었으며, 시장의 위생 상태도 나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우한시가 위생 경보 수준을 격상시키지 않아서 시민들은 방역 의식이 전혀 없어 보였다”며 “이 때문에 우한은 폐렴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황금기를 이미 놓쳐서 우한시 출입을 봉쇄해도 효과가 없다” 판정했다.

홍콩에선 지난 23일 처음으로 우한 폐렴 확진자 2명이 나왔다. 홍콩 정부는 우한 폐렴 방역 대책 강화에 나섰다. 25일부터 28일까지 예정됐던 대형 구정 설축제를 취소키로 했으며 홍콩과 중국 간의 학교 교류 활동도 전면 중단된다. 또한 중국에서 고속철을 탄 승객은 반드시 건강상태 질문서를 써야 한다. 

그렇지만 홍콩 시민들은 홍콩 당국의 뒤늦은 대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고속철을 타는 승객이 건강상태 질문서를 쓰도록 한 조치는 우한 폐렴 발생 초기에 도입해야 했었다고 지적했다.

23일 발견한 폐렴 확진자 2명 중 1명은 바로 우한에서부터 고속철을 타고 홍콩에 온 사람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낮 홍콩에서 중국으로 가는 고속철 출발점인 웨스트 카우룬(西九龍) 역에 수 십명의 시민들이 모여 중국과 홍콩을 잇는 고속철 운행을 전면 차단하고 고속철 역을 하루빨리 봉쇄할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홍콩 일간지 빈과일보(蘋果日報)가 보도했다.

허바이량(何栢良) 홍콩대 전염병예방센터 교수는 홍콩 정부의 늦은 대응을 비판했다. 허 교수는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홍콩 정부의 우한 폐렴의 방역 대응 속도는 2013년 사스 때보다 너무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17년 전(사스 발생 때)에 홍콩과 중국 간의 모든 출입국관리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건강상태 질문서를 써야 됐지만 이번에는 항공편으로 우한에서 온 승객만 (허 교수가 아침 인터뷰했을 때 정부는 아직 고속철 역에서도 건강상태 질문서를 써야하는 대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작성한다는 것은 정말 허술한 점이라고 비판했다.

허 교수는 또 "홍콩 경보 수준을 현재 ‘심각(2단계)’에서 ‘긴급(3단계)’으로 격상해야 하고 24시간 위생협조본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금 홍콩 정부는 시민에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한에 가지 말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허 교수는 우한 여행 안전 경고를 발령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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