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먹히는' 딜리버리 플랫폼, 글로벌 M&A 시장 '뜨거운 감자'
상태바
'먹고 먹히는' 딜리버리 플랫폼, 글로벌 M&A 시장 '뜨거운 감자'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1.27 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아프리카 네스퍼스, 업계 큰손으로 부상
알리바바·소프트뱅크 비전펀드·아마존, 대규모 투자
우버이츠. 사진=연합뉴스
우버이츠.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딜리버리(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유럽과 인도, 한국 등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활발하게 매각되고 있다. 4차산업을 주도할 O2O(온·오프라인 연계)의 핵심 서비스로 주목받으면서 산업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조원대 평가받는 딜리버리 플랫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네덜란드의 온라인 음식주문 회사 ‘테이크어웨이닷컴(Takeaway.com)’이 영국의 배달 플랫폼 ‘저스트잇(Just Eat)’을 60억파운드(약 9조1000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이크어웨이는 이번 M&A로 저스트잇의 주식 80.4%를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양사는 연간 매출 140억달러, 약 3억6000건의 주문이 발생하는 세계 최대 음식배달업체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됐다.

미국 뉴욕타임즈·블룸버그, 영국 로이터 등은 20일(현지시간) 우버가 인도 음식배달 사업을 철수한다고 보도했다.

우버는 ‘우버이츠(Uber Eats)’ 인도법인 지분을 현지 음식배달 업체 조마토(Zomato)에 전량 매각한다. 대신 조마토의 지분 9.99%를 보유하게 됐다.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조마토의 자료를 토대로 지분 9.99% 가치를 약 3억5000만달러(약 4078억원)의 평가했다.

그러나 우버 측은 자체적으로 1억7200만달러(약 2004억원)로 평가했다. 또한 우버는 조마토로부터 세금과 서비스 변제 등 명목으로 3500만달러(약 408억원)의 현금을 받기로 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난 2016년 현지법지(아마존 레스토랑 UK) 영국법인을 설립해 현지 시장에 진출다가 문을 닫았다. 대신 저스트잇의 가장 유력한 경쟁사인 ‘딜리버루’에 투자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애초 아마존은 딜리버루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국 시장경쟁국(CMA·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이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고 식료품 배달의 서비스 질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규모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정확 투자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약 5억7500만달러(약 664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딜리버리 플랫폼’ 1위 사업자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운영)는 지난해 12월13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지분 87%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김봉진 대표 등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우아한형제들의 2018년 매출액은 3192억원, 영업이익은 585억원이었다. 주가수익비율(PER)로 따지면 80.3배에 이른다. 네이버(46.2배)·엔씨소프트(27.9배)·넷마블(41.1배) 등 국내 간판급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딜리버리 서비스 시장, 매년 두자릿수 성장…영역 확대도 무궁무진

딜리버리 플랫폼 기업들이 글로벌 M&A 시장에서 높은 금액의 평가를 받는 까닭은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컨설팅 전문회사 프로스트&설리번을 인용해 2018년 820억달러(약 95조원)였던 세계 음식배달 앱 시장 규모가 2025년 2000억달러(약 232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은 세계 음식배달 시장을 2018년 기준 350억달러(40조7000억원)으로 평가하며, 오는 2030년께 3600억달러(41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마다 규모 산정에 조금 차이는 있지만, 매년 두자릿수 성장 예측은 동일하다. 

무엇보다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메이투안(Meituan Dianping)’이 있다. 이 회사는 음식배달뿐 아니라 호텔·여행·열차·웨딩 사진예약, 영화 티켓 구매, 자동차 및 자전거 공유 등이 가능한 O2O 서비스 ‘슈퍼 앱’으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메이투안 지난 2018년 홍콩 시장에 상장했으며, 지난해 초 491억원이던 시가총액이 연말 759억원으로으로 2.8배나 뛰었다.

다비드 다이(David Dai) 번스타인리서치 연구원은 “메이투안은 결국 서비스 산업 전체를 지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물건을 살 생각이면 알리바바로 가고, 서비스를 사용할 생각이면 마이투안에게 간다”라고 말했다.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

흥미로운 점은 일부 투자회사 및 IT기업들이 딜리버리 서비스기업들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이크어웨이닷컴과 저스트잇 인수전에서 경쟁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디어업체 ‘네스퍼스(NAPERS)’는 딜리버리히어로의 지분 22.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한 메이투안의 최대주주인 중국 텐센트 1대주주(지분율 31%)이다.

더불어 동남아 1위 ‘푸드판다’, 인도 1위 ‘스위기(Swiggy)’, 브라질의 ‘아이푸드(iFood)’ 등은 모두 네스퍼스와 그 자회사 투자를 받았다.

알리바바그룹은 2017년 4월 메이투안의 라이벌인 ‘어러머(ele.me)’에 12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를 출자해 최대주주(지분율 27.7%)가 됐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주도하는 ‘비전 펀드’는 디디(중국)·우버(미국, 유럽)·그랩(동남아)의 대주주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딜리버리 플랫폼 기업의 생존방식”이라며 “특히 이 사업은 가맹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명운이 갈리는데,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M&A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