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금융권]② 기업은행, 업무공백 장기화...20일째 출근도 못한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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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앓는 금융권]② 기업은행, 업무공백 장기화...20일째 출근도 못한 은행장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1.22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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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새 행장, 3일 임명 후 노조반대 부딪혀
“정부에 임면권 있다” VS. “‘내로남불’식 결정”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포용금융 성과점검 간담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포용금융 성과점검 간담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윤종원 신임 행장 임명으로 촉발된 IBK기업은행의 노사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노조는 윤 행장 임명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대한 인사권한을 강조했으나 노조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만 노사 갈등 장기화로 기업은행 경영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신임 행장 인선을 놓고 노조의 일방적인 ‘관치(官治)’ 주장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 임기를 시작한 윤 행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에 22일에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하지 못했다. 2013년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14일간 출근을 못한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이다. 현재 외부 집무실에서 윤 행장이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노조, 투쟁 규모 확대…장기화 국면

당초 금융권에서는 설 연휴 전 기업은행 노사 간 대화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었다. 노사 갈등이 길어질수록 기업은행 영업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4‧15 총선’을 앞두고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구체적인 협의 사항으로 노동자추천이사제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노조는 투쟁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날 본점에서 벌어진 집회엔 노조의 상급 단체인 한국노동자조합총연맹까지 합세했다. 전일 한노총 선거에서 당선된 김동명 한노총 위원장과 이동호 사무총장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에 낙하산 인사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내로남불’식 인사권한을 행사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앞서 금융노조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17년 4월 더불어민주당과 ‘대선승리를 위한 정책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 정책 협약에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는 집권 전 낙하산 인사를 수차례 반대했다”며 “제가 몸담았던 우정사업본부도 낙하산 인사로 휘청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도 낙하산 반대 투쟁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 기간도 장기화 국면을 맞이했다. 노조는 정부‧여당이 요구안에 응답하지 않는 이상 설 연휴에도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연휴 전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설 연휴 이후에야 노사가 의미 있는 대화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김동명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업은행 노조의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집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동명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업은행 노조의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집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 인사권한 강조…노사 간 대화 지속

정부는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만큼 인사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53.24%를 소유한 국책은행이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任免)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며 “윤 행장이 자격 미달이라면 모르겠으나 그간 경제‧금융 분야에 종사하면서 청와대 경제 수석,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지내는 등 경력 면에서 부족한 점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양측 모두 대화를 통해 거리를 좁혀나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물밑 대화가 속도를 내는 중이다. 한노총이 투쟁에 합세한 22일 새벽까지도 노사 간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도 적극적으로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사 간 대화를 통해 갈등을 풀어나갈 것”이라며 “양측이 꾸준히 대화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에 접접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기업은행 인사권한 행사는 관치 금융 아니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기업은행 경영 활동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윤 행장이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챙기고 있으나 내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은행이 매해 1월 중순 실시한 은행‧자회사 정기인사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또 기업은행을 통해 자금을 공급받아야 할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불편, 은행 이미지 실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윤 행장 임명을 두고 관치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기업은행 대주주인 만큼 인사권을 행사한 것만으로 근본적으로 낙하산 인사에 해당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관치금융 논란은 민간은행의 내부 인사나 특정 기업‧사업에 대출 압력을 넣거나 금리를 조정할 때 해당하는 것”이라며 “기업은행장 임명만으로 관치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또한 “기업은행은 정부가 투자한 국책은행이자 정책금융기관”이라며 “과거에는 정부가 민간 금융기관‧은행장 인사까지 개입해 ‘관치 금융’이라는 목소리가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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