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 환매 중단 규모 ‘2조원 육박’…시중은행 "판매사까지 속인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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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펀드, 환매 중단 규모 ‘2조원 육박’…시중은행 "판매사까지 속인 ‘사기'"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1.15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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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원 규모 펀드 환매 중단 가능성
임의로 정상 펀드 자산을 부실 펀드로 
“운용사 신뢰 무너져…법적 대응 방침”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 그래픽=연합뉴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 규모가 2조원대로 불어날 전망이다. 정상적인 구조의 펀드 자산까지 부실 펀드로 이전시킨 데 따라 투자자 피해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 펀드 판매사인 시중은행들은 환매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라임자산운용의 사기 행위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최근 오는 4월 만기를 앞둔 ‘크레디트 인슈어런스(Credit Insurance)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편입 자산 유동화가 안 될 경우 환매 연기 가능성이 있다고 판매사에 통보했다. 사실상 환매 중단을 예고한 셈이다. 이 펀드 설정액은 3200억원 규모로 신한은행과 경남은행에서 각각 2700억원 규모, 200억원 규모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CI무역금융펀드는 해외 무역금융기업 등에서 공급받은 대출채권을 담은 펀드다. 보험으로 대출채권의 안전성을 보완했다. 이 구조만 보면 정상적인 펀드로 볼 수 있다.

◆ 부실 펀드로 흘러간 CI무역금융펀드 자산

문제는 CI무역금융펀드 시리즈 자산의 40%, 약 1200억원 가량이 지난해 10월 환매가 중단된 부실 펀드에 재투자됐다는 점이다. ‘플루토 FI D-1’에 750억원, ‘플루토TF-1호’와 사모 회사채 등에 450억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라임자산운용은 ▲사모 회사채에 투자하는 ‘플루토 FI D-1호(2436억원)’ ▲코스닥 상장기업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에 투자하는 ‘테티스 2호(3839억원)’ ▲무역금융펀드 ‘플루토TF 1호(2191억원)’ 등 3개 모(母)펀드에 투자하는 자(子)펀드 환매를 두 차례에 걸쳐 중단한 바 있다.

현재까지 환매가 미뤄진 자펀드 개수는 157개, 규모는 1조5600억원이다. 손실률은 최대 70%로 추정된다. 이중 ‘플루토TF 1호’의 경우 투자처인 미국 헤지펀드가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로 미국 감독 당국의 제재를 받아 대규모 손실이 예정돼 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한 운용사 내 펀드끼리 사고파는 ‘자전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운용사가 자전거래를 통해 펀드 수익률을 조작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환매를 위해서라면 예외적으로 자전거래가 가능하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부실 펀드의  환매를 위해 정상적으로 운용된 펀드 자산을 활용하면서 금융당국의 감시를 벗어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CI무역금융펀드 자산까지 환매 중단된 펀드에 엮이게 됐고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CI무역금융펀드 외 코스닥벤처투자펀드 등의 자산도 부실 펀드로 흘러갔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1400억원 규모로 판매된 코스닥벤처투자펀드까지 환매가 막히면 세 번째 환매 중단 규모는 5000억원 가량이 된다. 전체 환매 중단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 펀드 판매사, 라임자산운용에 법적 대응 방침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규모가 커지면서 펀드 판매사인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이 사태에 연루되고 있다. 은행들 역시 투자자들과 같이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즉 판매사 입장에서 운용사가 마음먹고 감춘 ‘사기’ 운용 방식까지 파악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상대로 제기한 불완전판매 논란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시중은행들은 우선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매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환매 중단된 펀드에 대해서는 라임자산운용에 유동화 방안 등 상환 계획을 요구하는 한편 법적 대응도 나설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CI무역금융펀드 시리즈 중 정상적으로 운용된 펀드에 대해서는 만기가 오는 대로 환매를 진행할 것”이라며 “환매가 연기된 펀드의 경우 유동화 방법을 강구해 환매가 이뤄지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까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환매 중단 펀드가 늘어나면서 라임자산운용과 판매사 간 소송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펀드 판매사들은 지난해 10월 첫 펀드 환매 연기 소식에 공동 대응단을 꾸린 바 있다. 공동 대응단에는 신한·KEB하나·우리‧IBK기업·부산·경남은행과 KB·대신·NH농협·신영·삼성증권 등 16개 은행·증권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대응단은 라임자산운용의 운용 과정에서 위법 행위 정황이 확인되면 형사 고소 등 법적 대응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금융감독원 조사와 회계법인 실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움직일 예정이다.

공동 대응단 관계자는 “현재 환매가 중단된 펀드만 해도 은행‧증권사 전반에서 판매된 만큼 개별 판매사 차원에서 대응하는 건 의미 없다고 본다”며 “다른 판매사들과 연계해 라임자산운용에 책임을 묻고 대책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논란은 별도로 다뤄지겠지만 운용 방식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던 판매사가 부실을 알고서도 펀드를 판매한 건 아니다”라며 ”라임자산운용의 운용으로 피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선 공동 대응단 차원에서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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