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美中 환율전쟁]① 중국, 전쟁터에서 잃은 것과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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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美中 환율전쟁]① 중국, 전쟁터에서 잃은 것과 얻은 것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1.15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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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7위안 '포치(破七) 용인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中, 미 국채 900억불 내다팔며 미 경제 위협..."선방했다"
中 외환 전술 한단계 발전 평가도...금 보유 급증
13일(현지시각)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해제했다. 사진=연합뉴스
13일(현지시각)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해제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해제했다.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무역전쟁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해왔지만, 15일(현지시각)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식을 앞두고 이를 다시 해제한 것이다.

중국측이 그간 늘려온 미국 국채를 내다 팔며 미국의 압박에 강경하게 대응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조작국'이라는 카드를 슬그머니 집어넣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중국이 과감한 외환 전략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외환 전략이 한단계 진전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환율전쟁에서 중국은 선방했다는 평가다.

중국은 왜 환율 조작국이 됐나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지난해 8월5일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떨어졌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5월 이후 11년3개월만에 처음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이게 바로 환율조작"이라고 강하게 비난했고, 곧이어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당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최근 중국은 상당한 규모의 외환 보유고를 유지하면서도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이러한 행동과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은 중국의 통화가치 하락 목적이 국제 무역에서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에 있음을 확인시켜준다"고 밝히기도 했다. 

달러당 환율 7위안은 중국에서 '포치(破七)'라 불리며 중요한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진다. 과거 흐름을 보더라도 중국 당국은 환율이 7위안대에 근접할 때마다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해 환율을 끌어내려왔다. 포치가 발생하면 자본 유출 및 주가 하락 등 중국 금융시장의 타격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1년이 넘는 시간동안 포치는 단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 경기가 큰 타격을 입었고, 중국 정부는 위축된 내수 대신 수출을 늘리기 위해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사실상 '포치'를 용인했다. 통화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수출 가격경쟁력을 키워 미국의 관세부과 충격을 상쇄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이에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떨어졌고,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中, 미 국채 팔며 적극 대응..외환 다원화도 구축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압박했지만, 중국 역시 쉽게 무릎을 꿇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미 국채를 내던지며 미 경제를 위협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미 재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1조1000억달러(약 1286조원)로 2017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시작 직전인 지난 2018년 6월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1조1912억달러 수준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 측이 미 국채를 매도하기 시작했고,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의 자리도 일본에게 내줬다.

당시 주요 외신들은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응한 전략으로 분석했다. 미국 국채를 대규모 매도하면 미국 국채가격이 떨어지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업 및 가계부채가 치솟아 경제적 혼란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중국의 국채 보유량이 1조100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으나, 이는 전체 미국 국채 발행잔액의 5%에 해당, 여전히 만만치 않은 규모다.

중국이 미 국채 투매에 나설 경우 미국 금융시장은 물론 글로벌 경기와 중국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대규모 투매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꾸준히 미 국채를 내다 팔며 미국을 위협하는 전략을 취해온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이 자국 국채를 대거 매도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크게 우려해왔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포괄적 경제 대화(CED·Comprehensive Economic Dialogue)를 통해 중국 측에 미 국채를 매도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이 미 국채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전략이었을 것이다. 

(자료: 미국 재무부)
(자료: 미국 재무부)

중국의 미국 의존도 줄이기는 '현재진행형' 

중국은 미 국채를 매도하면서 미국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달러 대신 다른 통화나 자산을 채워가면서 금융시장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여가는 모습을 보였다. 

한 때 달러화표시 자산 비중이 80%에 육박했던 중국 정부는 59%까지 그 비중을 낮췄다. 이는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최신 통계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중앙은행들 평균은 61.8%다. 

중국은 달러 대신 유로와 엔, 파운드화 등 다른 통화를 확보하는데 치중하고 있고, 특히 금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의 금 보유량은 1957.5톤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5일 올해 업무계획 회의 후 밝힌 성명에서 "중국 특색의 외화 보유액 관리 방식을 완성해나갈 것"이라며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외화 보유액) 운용을 다원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이 '그림자 외환보유고(Shadow Reserves)'를 구축함으로써 외화보유 다원화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CNBC가 보도한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ANZ)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중국의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가 늘었는데, 이는 국영기업과 은행 등이 소유하고 있는 투자 자회사나, 다른 나라와 함께 운영하는 펀드를 통해 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대체투자 대상은 부동산에서 금, 파생상품, 곡물, 인프라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ANZ는 "중국 외환보유고를 관리하는 국가외환관리국(SAFE)이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 미국 뉴욕, 홍콩에 투자 자회사를 두고 현지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며 "중국-아프리카 개발펀드 등으로 전세계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ANZ가 추산한 중국의 그림자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6월 기준 1조860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 외환보유고(3조1000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美,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해제 

미국은 13일(현지시각) 환율보고서를 발간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제외했다. 미 국채 매도로 대응하고 있는 중국을 일단 달래고, 1단계 무역합의 및 추가적인 합의를 위해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미 재무부가 내놓은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환율조작국에서 제외되고, 관찰 대상국에 포함됐다. 현재 미국이 지정한 관찰대상국으로는 중국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 아일랜드, 베트남,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스위스, 싱가포르 등 10개 국가다. 이 중 스위스는 새로 추가됐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에서 제외한 이유로 1단계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경쟁 목적의 위안화 절하를 자제하기로 약속하고, 환율 관련 적절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의 수출·투자에 대한 의존 완화 및 내수부양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시장 개방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가계 소비 진작 등을 위해 구조개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율조작국 요건으로는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GDP 2% 초과 ▲외환순매수 GDP 2% 초과 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3가지 요건 중 ▲경상수지 흑자 GDP 2% 초과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등 2개 요건을 충족해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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