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사태’ 소송전 돌입…전 금융권 파장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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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사태’ 소송전 돌입…전 금융권 파장 확산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1.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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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임운용, 부실 가능성 숨기고 펀드 수익률 조작”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소송을 시작했다. 라임자산운용뿐 아니라 펀드 기획에 관여한 신한금융투자, 판매사인 우리은행 관계자까지 고소 대상이다. 전 금융권이 소송 대상에 오르면서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10일 개인투자자 3명을 대리해 라임자산운용과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관계자 6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이후 개인이 법적 대응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소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누리는 펀드 계약을 취소하는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 법무법인에서도 피해자 진술을 받는 등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 개인 자금 9200억원 묶여…손실률 70% 추측

라임자산운용은 환매가 중단된 모(母)펀드의 수익률을 조작하고 부실 가능성을 은폐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내용을 알리지 않은 채 펀드를 계속 판매했다는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8일 사모채권 펀드 ‘플루토 FI D-1호’와 메자닌 펀드 ‘테티스 2호’를 모펀드로 하는 자(子)펀드 환매를 중단했다. 총 55개 펀드 6030억원 규모였다. 14일엔 2436억원 규모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 1)의 38개 자펀드 환매도 막혔다.

현재 환매가 연기된 자펀드는 160여개, 규모는 1조56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중 개인 자금이 9200억원 가량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손실률이 7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환매 중단 사유 알고서도 펀드 판매…수익률 조작 가능성

투자자 측은 라임자산운용이 무역금융펀드 환매 중단 사유를 인지하고서도 자펀드를 계속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무역금융펀드 투자처인 미국 헤지펀드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는 2018년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등록 취소 및 자산 동결 조치를 받은 바 있다. SEC는 IIG가 투자자산이 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졌는데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폰지 사기’를 벌였다고 판단했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소재 A사에 지분을 넘긴 건 환매 차질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투자자 측의 주장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분 대가로 A사로부터 이자수익을 받기로 했다.

한누리 측은 “라임자산운용은 무역금융펀드를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것처럼 속여 판매해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의 상환 자금을 마련했다”며 “사전 통지 없이 무역금융펀드의 수익증권을 매각한 것도 악화된 운용 상황을 숨기고 수익률‧기준가를 조작하기 위한 일로 본다”고 밝혔다.

라임자산운용은 또 펀드 수익률을 ‘돌려막기’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사모사채 등을 통해 비상장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면 비상장기업이 그 돈 중 일부를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부실 자산을 인수했다는 지적이다. 부실 자산 대부분은 코스닥 한계기업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펀드 수익률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신한금투, 사전 부실 인지 여부 관건

2017년부터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담당한 신한금융투자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 계약을 맺고 3600억원 규모를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다. 무역금융펀드는 개인투자자 자금 2436억원을 포함해 6000억원 규모로 운용됐다.

관건은 신한금융투자가 펀드 기획에 관여하면서 부실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느냐다.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면 신한금융투자 역시 라임자산운용의 피해자가 된다.

반면 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가 그 내용을 모를 수 없었고 오히려 라임자산운용과 공모했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이 경우 신한금융투자가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로서 부실 가능성을 알고도 펀드를 판매한 데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소송 내용을 파악한 뒤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PBS 업무와 펀드 업무는 자본시장법상 정보가 차단돼 있어 부실을 알고서도 펀드를 판매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펀드 판매사 불완전판매 의혹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에 대해서는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우리·신한·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할 때 원금 손실이나 환매 지연 가능성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매사 직원이 투자 성향을 ‘적극투자형’으로 작성하는 등 소비자의 의사와 반해 펀드 가입을 강행했다는 사례도 거론됐다.

투자자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판매사들은 적지 않은 배상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키코(KIKO) 사태 및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논란에서 불완전판매를 한 판매사에 손실액의 최대 80%을 배상하게 하는 등 강경책을 쓰고 있다. 소비자 의사를 조작했을 경우 법적 책임도 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펀드 판매사가 부실 사실을 숨긴 채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계속 판매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한누리는 이같은 이유로 우리은행 관계자를 고소 대상에 올렸다.

다만 펀드 판매사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서 판매사가 펀드 운용 과정을 살펴보거나 관여할 수 없도록 했다”며 “현실적으로도 부실을 미리 알고서도 펀드를 판매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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