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옥죄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업계 "과도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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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옥죄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업계 "과도한 조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1.10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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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신용공여 중소기업 대상에서 SPC‧부동산 관련 법인 제외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부동산시장 자금 공급에 추가 규제를 예고하면서 업계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간 건전성 관리에 공을 들였는데도 사실상 부동산 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시장의 침체 가능성만으로 관련 사업 규제를 시행한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업계 의견을 모아 당국에 완화된 규제를 요구할 방침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9일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업계의 부동산 관련 사업 규제와 관련 “회원사 건의 사항을 듣고 고강도 규제가 완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권사는 성장기업 및 중소‧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며 “부동산 직접투자를 간접투자 수요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증권사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규제의 배경인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 조달 필요성과 부동산 투자 쏠림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 금융위 “SPC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 자금 조달”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금융투자업권 최고경영자 CEO 간담회’에서 투자은행(IB)의 신용공여대상으로 규정된 중소기업의 범위에서 특수목적법인(SPC)과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융위의 이번 발표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관리 방안’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이 방안에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신용공여 취급 대상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을 빼는 내용이 담겼다. 

신용공여는 시행사가 대출을 못 갚거나 유동화증권 차환수요가 충분하지 못할 때 증권사가 상환‧매입 책임을 지는 것이다. 위험도가 높은 사업이지만 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 부문 덩치를 키우면서 수수료 수익 확대를 위해 신용공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위원회

현재 종투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기업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 이중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100%는 중소기업‧IB 관련 신용공여만 가능하다.

그러나 명목상으로만 중소기업인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에 확대된 기업신용공여 규모가 제공됐다는 게 금융위의 시각이다. 은 위원장은 “종투사의 SPC 대출액 5조원 중 40%가 부동산 분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오는 2분기부터 증권사의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가 자기자본 대비 100%로 제한된다. 현재는 별도의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 비율이 없지만 앞으로 자기자본 이상으로 부동산 PF 사업에 채무보증이 불가능하다.

◆ 부동산 관련 건전성은 오히려 개선…“억울한 규제” 한 목소리

증권업계는 당국이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요구하는 데에 공감하면서도 부동산 관련 사업 규제가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현재 사업의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미래의 부동산시장 부실 가능성만 크게 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13년 13%에서 올 6월 말 1.6%까지 낮아졌다. 전체 대출액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NPL)도 같은 기간 16.9%에서 3%로 낮아졌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사업을 확대하는 동안 건전성이 오히려 개선된 셈이다.

또 국내 종투사 중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KB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7곳의 채무보증 관련 NPL은 지난해 말 기준 0%다. KB증권만 0.29%을 기록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NPL은 0.4%~0.5%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관련 사업은 안전성이 높은 사업이고 증권사에서도 금융당국 규제에 맞춰 건전성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미래 부동산 경기에 대한 우려만으로 부동산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고 위험도가 큰 혁신‧중소기업 자금 공급 역할만 하라는 건 증권사를 사지(死地)로 내모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부동산 관련 사업 추가 규제를 예고하면서 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부동산 관련 사업 추가 규제를 예고하면서 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특히 업계에선 IB 신용공여 대상에서 SPC와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한 데에 이어 추가 규제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초대형 IB 관계자는 “증권사 규모가 클수록 수익구조가 다변화됐기 때문에 당장 큰 충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부동산 PF 규제가 계속될 수 있어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당국이 부동산 PF 규제를 도입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사들은 진행 중인 부동산 관련 사업들이 부동산 투기 조장과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초대형 IB 관계자는 “증권사가 인프라, 에너지시설, 물류센터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이나 그 과정을 봐줬으면 좋겠다”며 “당국에서 증권사의 부동산 관련 사업 성격을 고려해 규제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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