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와병 7년…악전고투 이재용, '삼성' 어떻게 바꿨나
상태바
이건희 와병 7년…악전고투 이재용, '삼성' 어떻게 바꿨나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1.07 1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남 이재용 부회장, 경영전면…삼성家 3세 시대 열어
사업 구조조정, 미래 먹거리 발굴 위해 과감한 투자
지배구조 개편…금산분리는 아직
이회장 측근들, 이재용 부회장 못지켜
국정농단·분식회계 연루…이미지 추락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건강을 유지하던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9일 병상에서 78번째 생일을 맞는다. 지난 2014년 5월10일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햇수로 7년째를 맞는다. 그간 개인적으로나 삼성이나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장남 이재용 부회장, 경영전면 등장

이 회장의 와병은 삼성그룹의 총수(동일인)가 바뀌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급작스럽고 혼란스런 상황에서 그룹 경영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8년초 회사의 경영현실과 맞지 않게 지정된 동일인 사례에 대한 실태조사(1월25일~4월12일)를 벌여 5월1일 결과를 발표했는데, 종전 동일인(이 회장)을 변경할 중대·명백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해 이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공정위는 당시 이 회장이 직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입원 이후 일체의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대교체 삼성, 잘하는 분야에 집중

총수가 바뀌자 삼성도 변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지 6개월 만인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등 방산 부문 계열사를 한화에 전격 매각했다. 이듬해 삼성정밀화학·BP화학 등 화학 부문마저 롯데에 모두 넘긴다.

4조9000억원을 손에 쥐게 되는 금전적 이득보다 더 큰 의미는, 삼성그룹의 사업구도를 현재의 전자·금융·바이오로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방산·화학 부문 매각에 대한 사내 반대에 대해 “우리는 그 회사를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고 챙길 능력도 없다”며 “열정과 자신 있는 사업에 매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굵직한 M&A투자...활발한 미래 먹거리 도전

이재용의 삼성은 미래 먹거리 찾기라는 면에서는 이건희 회장때보다 보폭이 빨라보였다. 2016년 완공된 미국 실리콘밸리의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는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전초기지. 초격차 삼성을 실현할 ‘4대 미래 신산업(투자액 180조원)’이나 ‘반도체 2030 비전(투자액 133조원)’ 전략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맡게 했다. 

SRA 완공 후 같은 해 11월 미국 전장·음향 업체 하만을 전격 인수했다. 80억달러(약 9조원)규모로, 삼성 역사상으로는 물론,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또한 실리콘밸리에서 배출된 AI(인공지능) 전문가 세바스천 승 프린스턴대 교수나 음성인식 개발자 래리 핵 구글 전무 등 핵심 인재를 발굴했다.

이밖에 미국 모바일 결제업체 루프페이(2015년 2월), 미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2016년 6월), 중국 전기차업체 BYD 지분 투자(2016년 7월, 5100억원) AI 플랫폼 개벌업체 비브랩스(2016년 10월)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켰다.

삼성의 주요 사업장을 점검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의 주요 사업장을 점검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금산분리 ing

이 부회장의 총수직 승계는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를 수반할 수 밖에 없었다. 2014년 말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잇따라 상장됐고, 2015년 9월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은 통합법인의 지분 16.54%(현재 17.23%)를 보유, 최대주주가 됐다. 더불어 삼성생명 19.4%, 삼성전자 4.1%의 지분에 간접지배력을 갖췄다.

이와 함께 삼성전기와 삼성화재는 2018년 9월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 삼성의 순환출자 마지막 고리 4개를 끊었다. 이로써 남은 과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92%의 해결이다.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대한 법률’ 이른바 강회된 금산분리에 따른 해결책이다.

현행법상 대기업 계열 금융사는 비금융사 지분을 10%넘게 가질 수 없다. 이에 삼성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1조3800여억원 규모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정부 요구에 호응하기도 했다.

◆국정농단·분식회계 피소...이미지 실추

이 회장의 공백은 대외내적인 변화에 따른 삼성의 리스크 대응능력을 급속히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의 측근들은 이 부회장을 지켜주지 못했고, 이 부회장의 측근들은 아직 성장하지 못했다. 총수 지배력 유지가 관건이었던 시점에 삼성이 정치권 검은 손이 벌인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것이 드러났다. 이는 이 회장의 와병, 이 부회장의 구속 등 한때 사상 초유의 총수공백 사태로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본명 최서연)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 실형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러나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고등법원에 돌려보내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9일 1심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를 인멸토록 지시한 임직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경영진의 증거인멸 행위 가담에 대해서는 인정했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두고 연결실적에 반영했는데, 2015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년 연속 적자를 내던 회사에서 2015년 단숨에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회사로 탈바꿈했다.

이 일은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발을 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지적이 나왔고, 일각에서는 제일모직(삼성바이오 모회사)의 가치를 높여 삼성물산과 합병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가세했다.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만큼, 제일모직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아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게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참여연대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2019년 12월에는 분식회계 공동정범으로 지목돼 추가 고발됐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 임원들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증거자료 삭제를 주도했다고 판단해 그룹 차원의 개입 의혹을 중점적으로 파헤쳤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자체는 2019년 12월 현재 여전히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아직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건희의 무게, 수년째 경영활동 없지만 여전히 회자 

이 회장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황이지만, 존재감은 여전했다. 재계 1위 기업의 총수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인 이건희 이름 석자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30일 기준 지분가치가 17조6213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조 이상 늘면서 국내 주식부호 1위 자리를 지켰다.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삼성생명(20.76%), 삼성전자(4.18%), 삼성물산(2.86%), 삼성SDS(0.01%) 등이다. 지분가치는 삼성전자 13조9376억원, 삼성생명 3조932억원, 삼성물산 5887억원, 삼성SDS 19억원 등이다.

이 회장의 지분가치 증가는 대부분 삼성전자 덕으로 올해 초 9조6789억원에서 13조9376억원으로 44.0%(4조2587억원) 급증했다.

이 회장은 아직도 의식이 없는 상태다. 다만, 인공호흡기나 특수 의료장비에 의존하는 상태는 아니고 자가호흡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일(9일)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장남 이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가족은 이 회장의 생일을 맞아 신년 인사를 겸해 병원을 찾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임직원들은 와병 초반에 사내매체 등을 통해 쾌유 기원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지만, 2018년부터는 별도의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올해도 회사 차원의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