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지정학적 리스크↑ …금융시장 불안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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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지정학적 리스크↑ …금융시장 불안 커지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1.0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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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위험자산 선호심리에 ‘찬물’
증시, 불확실성에 단기 조정 불가피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승세 예상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에 의해 사망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에 의해 사망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이란 군부 실세가 미국의 공격에 의해 사망하면서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다시 금융시장을 찾아왔다. 투자자들이 잊고 있던 악재가 갑작스레 튀어나오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얼어붙었다. 당분간 불확실성이 유지되면서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1.39포인트(-0.98%) 내린 2155.07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보다 21.49포인트(0.99%) 하락한 2154.97로 출발한 지수는 한때 낙폭을 줄였으나 장 막판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 일촉즉발 위기 상황…시장 불확실성 확대

글로벌 증시는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지난 3일 미군 무인기 공습으로 사망한 이후 크게 출렁였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예상되면서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진 탓이다. 이란은 공습 직후 미국에게 ‘가혹한 보복’을 예고했다. 미국 역시 이란의 보복에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일촉즉발 위기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현재로선 양국 간 마찰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두 국가 모두 자국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 문제로 풀어나갈 것이라는 낙관론부터 전면전이 펼쳐질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을 지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다. 극비로 이란에 대해 경제 제재를 넘어선 군사적 조치를 취한 만큼 추가 강경 대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시장에 관망세를 형성하며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제한한다.

인베스코의 브라이언 레빗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지정학‧정치적 불확실성은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보복 가능성과 국제 원유 시장의 혼란을 기다리는 시장에선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내증시 연초 추가 상승 어려워

통상 중동 지역을 둘러싼 긴장은 유가를 끌어올리면서 향후 글로벌 경기와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를 높인다. 실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두바이유 가격 모두 지난 3일 3% 이상 오른 데 이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6일에도 오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2.2% 오른 70.11달러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2월물 가격은 1.9% 상승한 64.2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에 부담 요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연말 증시의 ‘산타랠리’가 펼쳐진 가운데 호재보다 악재에 더욱 민감해졌다는 분석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 반등 신호와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에 위험회피 성향이 사그라졌다. 이 가운데 뒷전으로 밀려났던 미국‧이란 간 갈등이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면서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국내증시 역시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연초 추가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지난해 연말 가파른 상승세를 고려하면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대내적으로는 이달 중순 지난해 실적 발표가 이뤄지면서 올해 실적 전망치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국내증시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것”이라며 “지난해 실적 시즌과 미‧중 간 2단계 무역협상, 다음달 미국 당원대회(코커스) 등 불확실성 요인으로 고점 대비 5% 내외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환시장의 경우 위험자산 선호심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달러화‧엔화 등 안전자산 가치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원화 등 신흥국통화는 약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하락분의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5.0원 오른 1172.1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 종가가 1170원선을 웃돈 건 지난해 12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중동 지역 지정학정 위기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다. 그래픽=연합뉴스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다. 그래픽=연합뉴스

◆ “전면전 가능성 낮아…조정폭 제한적”

다만 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오는 11월 재선을 앞두고 있어 전쟁을 벌이기에 부담스럽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간 중동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선회해야 해 전쟁 명분이 부족하다. 또 미국 경기 우려가 높은 가운데 전쟁으로 경기가 둔화되면 그에 따른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도 반대 의사를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역시 군사적 규모를 고려하면 직접적인 교전은 피해야 한다. 지난 6개월간의 경제 제재로 경제력도 전쟁을 치르기엔 미약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국‧이란 간 갈등의 영향력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시장 충격도 머지않아 마무리될 수 있는 셈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이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양국 간 마찰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향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폭의 조정 압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구조적인 유가 급등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원유 생산‧수출이 늘어나면서 원유 수급에 대한 경기 민감도가 예전에 비해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사우디아라비아‧미국 등 주요 산유국이 증산에 나설 수 있는 데다 전략비축유(SPR)가 방출될 수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알렉산더 코줄-라이트 원자재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중동 지역에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행하면 원유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면서도 “공급망 조정과 높아진 가격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을 고려하면 유가 상승세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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