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당신 자녀의 코딩교육, 누구에게 맡기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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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당신 자녀의 코딩교육, 누구에게 맡기실 겁니까?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19.12.3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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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코딩교육 위한 SW수업, 인재양성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
4차산업혁명, 인간과 컴퓨터가 소통·통합하는 과정...양질의 교사 절실
당장 교사 양성 시작해야...창업인재로 나아갈 수 있어 일자리 창출 효과도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 어린 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해야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난해부터 전국 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의무화되었고, 2019년에는 초등학교 고학년(5~6학년)까지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SW교육이 의무화된 지난해, SW수업을 시작한 중학교는 전체의 4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도 수준으로 볼때 중학교에서 실질적인 SW의무교육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1년여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일부 학교가 코딩교육 의무학교로 지정되었지만, 교사들이 고작 30시간에 불과한 연수를 받은 뒤 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다.

코딩교육, 컴퓨터처럼 사고하는 방법 배우기

코딩교육이란 무엇을 배우는 것이고, 코딩교육의 목표는 무엇일까?

새롭게 도입되는 정책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정책의 목표를 향해 일관되게 배치되어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학생들에게 SW교육이 어떤 폭표지향점을 제시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반인들은 ‘코딩(Code + ing)’에 관해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 프로그램 코드(Code)를 짜는 것 정도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필자는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SW교육은 ‘컴퓨터가 사고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시작됐지만, 교사들은 30시간 연수를 받은 후 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수준이다. 컴퓨터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차원을 넘어, 컴퓨터를 이해하고 컴퓨터처럼 사고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어야 한다. 사진= 연합뉴스
중학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시작됐지만, 교사들은 30시간 연수를 받은 후 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수준이다. 컴퓨터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차원을 넘어, 컴퓨터를 이해하고 컴퓨터처럼 사고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어야 한다. 사진= 연합뉴스

컴퓨터는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빠르고 논리적인 도구다. 1차 산업혁명시대(18세기)의 방직기 도입을 생각해보자. 당시에는 가내수공업으로 사람이 직접 옷감을 짰고, 사회는 옷감을 잘 짜는 숙련된 사람이 필요했다. 방직기가 도입된 후에는 방직기(기계)를 잘 이해하고 잘 다루는 사람의 가치가 옷감을 잘 짜는 숙련인 보다 높아졌다. 과거 마차부는 말과 마차를 잘 이해하고 다루는 사람이었고, 운송, 통신, 전쟁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현재는 운전만 잘하면 되고, 앞으로 자율주행이 도입되면 운전이라는 기술도 필요 없어질 전망이다.

산업혁명의 과정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기계혁명의 과정에서 기계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전자혁명에서 전자기기를 잘 다루는 사람이, 정보혁명에서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이 가치를 인정받았다. 4차산업혁명은 인간과 컴퓨터가 소통하고 통합되는 과정이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것은 기본이고, 컴퓨터를 잘 이해하고 인간과 컴퓨터를 이어주고 소통하는 인재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해하고 다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다룬다'는 측면에 집중하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 프로그램 코드를 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컴퓨터의 본질(기본 개념)과 컴퓨터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방직기 시대에 방직기를 잘 다루는 사람 A가 있고, 방직기의 동작원리를 이해하고 더 효율적이고 오류가 적은 방직기를 설계하는 사람 B가 있었다고 하자. A는 잘다루는 사람, B는 이해하는 사람이다. 당시에도 B가 더 가치가 높은 사람이었다. 기계문명 시대에는 B유형의 인재가 많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지금 4차산업에서는 컴퓨터를 잘 이해하는 B유형의 인재가 훨씬 많이 필요하다. 인간과 컴퓨터의 접점에서 소통이 필요한 많은 새로운 분야가 생성되고 있다. 결국 우리 SW교육과정의 목표는 컴퓨터의 개념, 컴퓨터가 생각하는 방식,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그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연간 1%도 안되는 코딩교육시간으로 뭘 할수 있나

컴퓨터의 기본적인 논리는 모두 수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금은 전통 수학에서 어느 정도 분리독립을 했지만, 그 기초가 수학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단순히 컴퓨터를 다루는 방법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배운다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숙련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를 이해하고 이를 응용하는 수준이 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즉 우리가 수학을 초중고를 거치며 12년 동안 배우는 것처럼, 컴퓨터과학 학습에도 그에 버금가는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현재 SW의무교육에 관한 규정은 어떤 교육과정을 보장하고 있을까. 
 
SW의무교육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도입됐다. ‘정보’교과 편제가 변화돼 초・중학교에서 SW 교육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강화됐다. 구체적으로 초등학교는 5-6학년 실과 교과에 있던 정보관련 내용을 SW 기초 소양 교육으로 개편하고 17시간을 배정했고, 중학교는 ‘과학/기술/가정/정보’교과 군으로 개편하고 ‘정보’과목에 34시간을 배정했다. 초등학교 6년간 총 5892시간의 의무 수업중 17시간은 전체 수업 대비 0.29%, 중학교 총 3366시간 수업 중 34시간은 1%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 시간 투자로 어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대로 된 SW교육을 위해서는 첫째, 양질의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둘째,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과 대등한 정도로 컴퓨터과학이라는 과목을 별도로 만들고 수업 시수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컴퓨터를 다루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원리 즉 과학적 사고를 가르쳐야 한다.

컴퓨터과학 과목 신설하고, 교사도 따로 양성하자

필자가 4차산업 관련 기업의 대표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인재부족, 교육의 필요성 얘기이다. 그만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좋은 인재가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필자는 이런 방식을 제안한다.

컴퓨터과학 담당 교사 양성과 청년들에 대한 컴퓨터 교육은 같이 진행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을 마친 청년들중 일부를 컴퓨터 교육 교사가 되도록 한다. 교육을 받은 일부 청년들은 IT벤처기업을 창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컴퓨터를 제대로 배워본 사람은 느낄 수 있는데, 컴퓨터 실력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자신이 생각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컴퓨터를 통해서 현실화시킬 수 있고, 그럴 자신감도 생긴다. 필자도 그랬다. 

정부는 컴퓨터과학 담당 교사를 양성하고 학교에서 신규 채용토록 해 청년 일자리 창출 기회로 활용할 할 수 있고, 동시에 IT 창업 인력을 양성하는 기회도 얻게 된다. 하나의 과정에서 2가지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

더욱 좋은 것은 창업후 실패하더라도 이들 청년들을 컴퓨터 담당 교사로 채용, 이들의 재도전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패의 생생한 경험이 아이들에게 또는 다른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교사를 하는 동안 아이디어와 실력을 정비해서 재창업을 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이 떠오르면 당신은 이미 IT 전문가다.

정부는 2020년에도 천문학적인 예산을 경기부양에 쏟아 부을 것을 예고했다. 스타트업 창업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는 구시대 방식이다. 아이들에게 또는 청년들에게 제대로된 컴퓨터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느리지만 올바른 길이라 생각한다. 우리 아이 코딩교육은 컴퓨터의 개념과 원리를 올바르게 학습할 수 있고, 컴퓨터의 논리적 사고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제대로된 커리큘럼을 가진 기관에 맡겨야 한다. 코딩기술자 교육은 그 다음이다.

●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로베이스 파트너변호사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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