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글로벌 CEO]⑤ 장융 알리바바 CEO "빈틈 찾을 수 없는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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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글로벌 CEO]⑤ 장융 알리바바 CEO "빈틈 찾을 수 없는 전략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27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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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전 회장과 다른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
광군제 기획한 전략가이기도 해
"알리바바 5년 후 10억명 넘는 소비자에게 서비스 제공할 것"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수장 자리에 오른 장융(張勇) 회장은 재무 출신 특유의 꼼꼼함으로 알리바바를 이끌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수장 자리에 오른 장융(張勇) 회장은 재무 출신 특유의 꼼꼼함으로 알리바바를 이끌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에 블랙프라이데이가 있다면, 중국에는 광군제(光棍節)가 있다. '광군'은 중국어로 배우자나 애인이 없는 싱글을 뜻한다. 혼자인 '1'이 넷이 된 11월11일, 싱글들은 쇼핑을 하며 외로움을 달래는데, 알리바바가 이에 맞춰 파격적인 세일 행사를 진행했다. 

그 영향력은 실로 엄청났다. 2018년에는 2135억위안(약34조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였다. 올해 11월에 열린 광군제에서는 전년대비 25.7% 늘어난 2684억위안(약 44조6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는데, 이는 광군제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광군제를 기획한 것이 바로 현재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인 장융(張勇) 회장이다. 

장융 회장은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 회장처럼 달변가는 아니지만, 영향력은 못지 않다. 그의 머릿속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는 그의 손에서 현실이 되고, 거짓말처럼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것이 바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알리바바의 수장, 장융이 가진 힘이다. 

마윈의 뒤를 이은 장융..그는 누구인가

알리바바 한 직원의 부모가 회사를 찾았다가 장융 회장을 경비원으로 착각한 일은 이미 유명하다.

웃고 넘길 일화지만, 이는 장융 회장의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며 달변가인 마윈 전 회장과는 정반대의 성향이다. 장융 회장은 조용하며, 자신을 외부에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의 수장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알리바바에서 임직원들은 저마다 별명을 갖고 있는데 장 회장은 스스로의 별명을 '샤오랴오쯔(逍遼子)'라고 붙였다. 이는 중국 무협소설 속 인물로,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 회장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인물로, 이 별명은 그의 명함에도 새겨져있다.  

조용하고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지만, 그가 가진 특출난 경영능력은 도무지 숨겨지지 않는다. 

장 회장이 알리바바에서 맡은 첫 직책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그가 알리바바로 입성한 2007년 당시 타오바오는 인기있는 웹사이트였지만, 가짜 상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수익은 바닥이며 재무상태도 엉망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장 회장이 재무제표를 보더니 "오 예수님"하고 탄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장 회장은 타오바오의 정상화를 위해 애썼고, 결과는 찬란했다. 지난 2016년 타오바오몰은 중국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브랜드로 꼽히기도 했다. 장 회장은 타오바오몰(지금의 티몰)에 고급 브랜드를 입점시켜 이전에 가지고 있던 가짜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씻어내는데 큰 공을 세웠다. 

또한 기존의 PC기반 거래에서 모바일 거래로 전환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모바일 거래는 현재 전체 상품 총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앞서 언급한 광군제는 물론, 식재료 및 식품 배달 서비스인 프레시포(Freshippo)까지, 그의 빛나는 아이디어는 끝이 없다. 

장융 회장이 기획한 광군제 쇼핑 축제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뛰어넘는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연합뉴스
장융 회장이 기획한 광군제 쇼핑 축제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뛰어넘는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연합뉴스

마윈 "장융은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사람"

그렇다면 장융 회장의 빛이 나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걸까? 어쩌면 그의 '꼼꼼함'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경대학의 제프리 토슨 교수는 "마윈 전 회장이 과감한 선견지명이 있고 큰 그림을 그린다면, 장융 회장은 보다 빈틈없는 전략가와 운영자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재무통인 장 회장은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티몰의 전 마케팅 임원인 잉훙은 "장융 회장은 큰 전략과 세부 사항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추구한다"며 "그는 모든 것을 일일이 확인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맥킨지와의 인터뷰에서 장 회장은 "이전 해 자신이 시작한 아이디어와 사업의 수를 평가하기 위해 매년 새해마다 자체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즉각적인 성과를 따지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것. 

그는 "현재는 아주 작은 아이디어일 수 있지만 미래에는 훨씬 더 커질 수 있고, 이것들은 알리바바의 주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레시포에 대한 아이디어 역시 여기서 출발한 바 있다. 

마윈 전 회장은 장융 회장에 대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사업 모델을 시도할 배짱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마윈 전 회장(사진 왼쪽)은 장융 회장(사진 오른쪽)에 대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사업 모델을 시도할 배짱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윈 전 회장(왼쪽)은 장융 회장에 대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사업 모델을 시도할 배짱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통을 앞세워 세계 일류로..해외 매출 50%까지 높일 것

"애플이 휴대폰을 재정의했듯이 알리바바는 유통을 재정의하겠다" 

장융 회장이 과거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해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상품을 주문하고 원하는 시간에 배달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신유통(신소매) 전략'을 추진중이다. 

알리바바는 음식배달 서비스 기업 어러머를 인수하고, 스타벅스와 커피배달 서비스를 위해 제휴한 바 있다. 신선한 식재료를 30분 이내에 배달하는 프레시포 역시 이같은 신유통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지난 2016년 마윈 전 회장도 신소매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마윈 회장의 뒤를 이어 신유통 전략을 실현해가겠다는 것이 장 회장의 목표다.  

장 회장은 해외 공략에도 애를 쓰고 있다. 

장 회장은 알리바바의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에 더 많은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쇼핑 어플리케이션이나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외국에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려 애쓰고 있다. 

"5년후엔 10억명, 2036년엔 20억명에게 서비스 제공"

지난 9월10일 알리바바 창립 20주년에서 장융 CEO는 수장 자리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재 5억5000만명이 이용하는 알리바바는) 5년 후 전세계 10억명이 넘는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2036년까지 20억명의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1억개의 일자리 창출, 1000만개의 중소기업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한 알리바바를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끌어올리면서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의 경영 능력은 이미 입증이 됐다. 

마윈 전 회장은 "나와 회사가 책임져야 할 일은 젊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리더십 역할을 맡아 우리의 사명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장융 회장이 알리바바의 수장 자리를 물려받은 현 시점은 미국과의 긴 무역분쟁으로 인한 대외 환경 악화,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중국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요인이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장융 회장이 이끄는 알리바바가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엇보다도 상징적인 마윈 전 회장의 기억과의 싸움이 장융 회장의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일대의 리더십 연구부학장인 제프리 소넨펠트는 "창업자를 따라가기란 어렵다"며 "세계적인 위상을 가진 기업인을 따라가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고 말했다. 

마윈 전 회장이 회사 내 임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CEO 자리에 앉힌 장융 회장. 마윈 전 회장의 안목이 또 한번 세상을 변화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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